욕심 부리는 책, 주제넘게 읽는 책

 


  나는 언제부터인가 어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에, 내가 말하거나 글쓰며 담는 낱말을 몽땅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는 버릇이 들었습니다. 어느 낱말은 천 번이나 이천 번, 때로는 오천 번 넘게 찾아보곤 합니다. 숱하게 찾아보아도 다시금 국어사전을 뒤적여야 하는 낱말이 있습니다.


  오늘은 ‘욕심(欲心)’이라는 낱말을 찾아봅니다. 척 보아도 한자말이겠거니 싶은데, 국어사전 말풀이에는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라 나옵니다. 옳거니, 한국말로 다시 적바림하자면, 한자말 ‘욕심’이란 “주제넘은 마음”입니다.


  한자말을 안 써야 한다거나 꼭 써야 한다거나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내가 쓸 만한 말만 씁니다. 한자말 가운데 내가 쓸 만하다 싶으면 쓰는 낱말이 있고, 겨레말이든 토박이말이든, 아무튼 한국말 가운데 내가 쓸 만하다 싶으면 쓰는 낱말이 있어요.


  사람들이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니 깨닫지 못하는데, 한자말은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자말은 그저 한자말입니다. 영어는 그저 영어이듯, 한자말은 한자말이에요. 영어 가운데 한국말로 받아들인 낱말이 몇 있대서 영어를 한국사람이 널리 쓸 말로 삼을 수 없습니다. 한자말 가운데 한국말로 받아들여 쓰는 낱말이 꽤 많대서 한자말이 한국사람이 두루 쓸 말이라 여길 수 없어요.


  어찌 되든, 나는 ‘욕심’이라는 낱말을 안 쓰며 살아갑니다. 굳이 이 한자말을 쓸 까닭이 없기도 하지만, 이런 낱말을 쓰면 내 마음이나 넋이 어떠한가를 알 수 없습니다. 나는 내 마음이나 넋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낱말을 골라서 씁니다. 곧, 나로서는 ‘주제넘다’가 내 마음입니다.


  그러면, 다시 생각합니다. 내가 책을 장만하거나 읽을 때에 ‘주제넘게 책을 장만하’거나 ‘주제넘게 책을 읽’는 일이 있을까?


  주제넘은 책읽기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주제넘은 일이나 주제넘은 삶이란 무엇일까 헤아려 봅니다.


  사람들은 으레 ‘욕심을 부렸다’ 하고 말하곤 하는데, 참말 사람들 스스로 ‘주제넘은’ 짓을 했을까 궁금합니다. 누군가 ‘이런 책도 만들고 저런 책도 펴내고 싶었어요’ 하고 말한다면, 이 같은 책마을 일꾼은 ‘주제넘은’ 바보짓이 아닌, 스스로 하고픈 일을 하려는 마음, 곧 ‘꿈’을 꾸면서 ‘꿈을 이루려고 애쓴 땀방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른바 주제넘은 짓이라 한다면, 돈만 더 많이 벌어들일 생각으로 ‘어느 이름난 외국 작가 책을 선인세 십 억이나 십 몇 억을 주고 사들이는’ 짓쯤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돈 놓고 돈 먹기를 하려는 책마을 일꾼한테도 ‘꿈’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비록, 이녁 꿈이란 ‘돈을 더 벌기’라 하더라도, 돈을 버는 일도 꿈이라 할 만해요. 이러한 꿈을 좋게 바라보느냐 얄궂게 바라보느냐 안쓰러이 바라보느냐 기쁘게 바라보느냐 하는 대목이 다를 뿐이에요.


  나는 생각합니다. 내가 책을 장만하는 일이나 읽는 일이나 주제넘은 때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 이웃이나 동무를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내 좋은 책마을 벗님들이 주제넘게 책을 만들거나 펴낸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모두들 즐겁게 꿈을 꾸면서 예쁘게 삶을 일굴 테지요. (4345.8.1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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