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루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69
에즈라 잭 키츠 글 그림, 정성원 옮김 / 비룡소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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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동무는 예뻐라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86] 에즈라 잭 키츠, 《내 친구 루이》(비룡소,2001)

 


  멀리에서 예쁜 동무가 찾아옵니다. 예쁜 동무는 서로 가까이 살 적에도 찾아오지만, 서로 멀리 떨어진 데에서 살아가더라도 찾아옵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나도 내 좋은 동무하고 가까이 살 적에 으레 찾아간 한편, 내 좋은 동무가 아무리 먼 데에서 살더라도 즐겁게 찾아갑니다. 서로서로 뿌리내리며 지내는 살림집 자리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킬로미터로 얼마만큼 떨어졌는가 또한 대수롭지 않습니다. 마음이 어느 만큼 맞는지가 대수롭습니다. 마음이 어떻게 어우러지면서 어깨동무할 수 있는지가 대수롭습니다.


  나는 내 예쁜 동무가 먹을 밥을 차립니다. 내가 차린 밥을 예쁘게 먹어 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조물딱조물딱 밥을 하고 국을 끓입니다.


  나는 내 예쁜 동무하고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내가 들려주는 말이 예쁘게 흐를 수 있기를 바라고, 동무가 들려주는 말 또한 예쁘게 흐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내 예쁜 동무하고 마을길을 걷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 마을은 참말 예쁜 마을이라고 여깁니다. 내 동무가 살아가는 마을도 참말 예쁜 마을일 테지요. 이 마을길을 걷는 동안 이 예쁜 마을에서 더없이 싱그러우면서 상큼한 꿈을 맞아들이면 참으로 기쁘겠다고 생각합니다.


.. 수지와 로베르토는 인형극을 시작하려고 해. 둘은 오랫동안 함께 인형을 만들었지. 아이들은 친구들끼리 앉으려고 자리를 찾고 있었어. 수지가 말했어. “와아! 많이들 왔네!” 로베르토가 말했어. “루이도 왔네. 쟤가 올 줄은 몰랐는데.” ..  (5∼6쪽)

 

 


  구름이 흐릅니다. 구름은 하얀 빛깔입니다. 하늘은 파랗습니다. 파란 빛깔 하늘에 하얀 빛깔 구름은 그지없이 잘 어우러집니다. 사람 눈에만 파랗게 보이는 하늘일는지 모르고, 지구별을 벗어나면 하늘빛이 달리 보일 수 있겠지요. 그러나 나는 이렇게 바라보는 하늘이 좋습니다. 지구별을 벗어나 지구를 헤아릴 때에 느낄 빛깔도 참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하늘 사이를 흐르는 구름은 들판에 까만 그림자를 빚습니다. 구름 그림자는 따사로운 여름 햇살을 살포시 가립니다. 까만 그림자는 예쁜 그늘이 됩니다. 그늘이 드리운 시원한 길을 걷습니다. 구름이 지나가 눈부신 햇살이 등짝을 후끈후끈 달굽니다. 머리와 이마를 타고 땀이 흐르는 결을 느낍니다. 땀도 즐겁고 바람도 즐겁습니다. 예쁜 동무와 함께 느낄 이 길이 즐겁고, 좋은 살붙이하고 나란히 어우러지는 이 터가 흐뭇합니다.


.. 수지가 물었어. “무슨 일이야?” 로베르토가 무대 위를 힐끗 내다보고 속삭였어. “루이가 구씨한테 계속 말하고 있어. 멈추질 않는다고. 이제 어떡하지?” 수지는 잠깐 생각해 보고 대답했지. “구씨가 대답하면 되잖아.” ..  (14쪽)


  그림책 한 권 펼칩니다. 아버지가 먼저 읽습니다. 나중에 아이한테 슬쩍 건네며 혼자 읽을 만한지 살펴봅니다. 아이를 불러 그림에 맞춘 이야기를 새로 지어서 살살 들려줍니다.


  그림책을 아이랑 읽을 때에는 그림에 곁달린 글을 읽으면서도 좋고, 그림에 곁달린 글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림에 맞추어 이야기를 내 나름대로 새로 생각해서’ 들려줄 때에도 좋습니다. 아이는 아버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듣습니다. 아이는 아버지 목소리는 한귀로 흘리면서 아이 나름대로 새롭게 이야기를 빚어 저 혼자 종알종알 떠들면서 그림책을 즐기기도 합니다.


  어버이는 어버이대로 그림책을 즐깁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그림책을 즐깁니다. 우리 아이는 앞으로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되면, 어른이 된 결에 맞게 새롭게 그림책을 즐길 만할 테고, 어른이 된 우리 아이가 아이를 낳을 무렵에는 이때대로 또 새롭게 그림책을 즐길 만할 테지요.


.. 루이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바닥에 앉았지. 루이는 구씨에게 커다란 아이스크림을 먹이는 꿈을 꾸었어 ..  (22∼24쪽)

 

 


  에즈라 잭 키츠 님이 1975년에 그림책 《내 친구 루이》(비룡소,2001)를 내놓았다고 합니다. 이 그림책은 2001년에 한글판으로 나옵니다. 2000년대 한국 어린이와 2010년대 한국 어린이는 그림책 《내 친구 루이》를 펼칠 때에 ‘스물 몇 해’나 ‘서른 몇 해’ 묵은 그림책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바로 오늘 누릴 이야기로 삼습니다.


  아이들한테 그림책 《내 친구 루이》를 펼쳐 보이며 읽는 어버이는 먼먼 옛날 옛적 이야기로 이 그림책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바로 오늘 함께 즐길 이야기로 여깁니다. 오늘 책방에서 사거나 오늘 도서관에서 빌려 예쁘게 읽을 좋은 책동무로 삼습니다.


.. 엄마가 물었지. “루이야, 뭐 하고 있니?” 루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어. 꿈 때문에 아직도 슬펐거든. 엄마는 다가와서 말했어. “루이야, 누가 너한테 쪽지를 써서 문틈으로 넣어 두었구나.” ..  (30쪽)

 


  마음이 착할 때에는 착한 동무입니다. 마음이 고울 때에는 고운 동무입니다. 마음이 빛날 때에는 빛나는 동무입니다. 마음에 사랑이 가득할 때에는 사랑스러운 동무입니다. 마음이 예쁠 때에는 예쁜 동무예요.


  내 곁에는 어떤 동무가 있을까 가만히 헤아립니다. 나는 내 둘레 동무들한테 어떤 동무가 되어 살아가는가 하고 곰곰이 헤아립니다. 예쁜 동무가 좋을 때에는 나도 이녁도 예쁜 동무가 됩니다. 착한 동무가 좋을 때에는 나도 이녁도 착한 동무가 됩니다.


  문득 한 가지 떠올립니다. 나는 아이들한테 어떤 어버이로 살아가나요. 아이들은 나를 어떤 어버이로 삼을까요. 나와 아이는 서로서로 어떤 사이가 되어 하루를 누릴까요. 나도 아이도 예쁜 아이와 예쁜 어버이로 하루를 예쁘게 빛내는가 하고 되뇌어 봅니다. (4345.8.6.달.ㅎㄲㅅㄱ)

 


― 내 친구 루이 (에즈라 잭 키츠 글·그림,정성원 옮김,비룡소 펴냄,2001.9.13./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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