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먹고 산다나
이웃마을에 간다. 일산에서 자동차를 끌고 찾아와 주신 아이들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이웃마을에 간다. 여느 때에 우리 식구는 두 다리로 걷거나 군내버스로 다닐 수 있는 곳만 찾아가지만, 이렇게 자동차를 끌고 찾아와 주신 분이 있어 홀가분하게 이웃마을로 나들이를 가 본다.
우리 마을도 이웃한 마을도 온통 숲이다. 우리 마을도 이웃한 마을도 온통 논밭이다. 풀과 나무가 그득한 길을 푸른 내음 가득한 바람을 마시며 달린다. 옛날 사람들은 이웃마을에 두 다리로 천천히 거닐며 찾아갈 때에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옛날 사람들은 굳이 이웃마을로 나들이를 다니며 살았을까 헤아려 본다. 어쩌면 내 좋은 마을에서 예쁘게 살아가면서, 나와 같이 좋은 꿈과 사랑으로 살아갈 이웃하고 예쁘게 사귀려고 마실을 누렸을는지 모른다. 오늘날처럼 찻길이 널따랗게 뻥뻥 뚫리지는 않았을 테지만, 숲길을 걷거나 들길을 걷거나 멧길을 오르내리면서 천천히 풀과 나무와 꽃과 바람과 햇살과 하늘과 흙을 누렸으리라 생각한다. 스스로 좋은 마음을 다스리면서 언제 어디에서라도 좋은 이야기를 길어올렸으리라 생각한다. 만화영화에 나오는 ‘순간이동’이 있다지만, 굳이 순간이동을 하지 않고 천천히 느긋하게 한갓지게 들길과 숲길과 멧길을 거닐면서 좋은 숨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리라 느낀다. 이 땅에 태어나 살아가는 가장 좋은 빛을 쬐고 가장 좋은 그림을 그리면서 고운 말을 나누었으리라 느낀다.
바다를 낀 이웃마을 가게에서 동동주 한 병을 산다. 가게 할머니가 집에서 손수 담가서 판다고 한다. 아이들과 옆지기와 할머니와 다섯이 나란히 평상에 앉아 동동주 맛을 본다. 문득 할머니가 여쭌다. “뭘 먹고 산다나?”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잘 먹고 살아요.” (4345.8.4.흙.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