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풀 책읽기
수박은 열매이기 앞서 풀이다. 참외도 오이도 당근도 모두 참외풀, 오이풀, 당근풀이다. 작은 씨앗 하나에서 비롯하기에, 참외씨 없이는 참외가 없고, 당근씨 없이는 당근이 없으며, 오이씨 없이는 오이가 없다. 큼지막해서 십 킬로그램이 넘어가기도 하는 수박 또한 아주 작아 한 그램조차 안 되는 씨앗이 있어야 태어날 수 있다.
마당 텃밭 한켠에서 수박풀이 돋는다. 수박씨를 심은 적은 없지만, 수박씨를 몇 차례 뿌린 적 있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싹을 틔운다. 수박풀은 씩씩하게 잘 자라다가 그만 시들시들하고 만다. 왜 그러한가 하고 들여다보니 줄기가 비틀렸다. 왜 비틀렸지? 아이들이 놀다가 그만 수박풀을 잡아당겨서 끊어질랑 말랑 되었을까. 어머니와 아버지가 풀을 뽑듯 아이들이 수박풀도 뽑으려고 하다가 잘 안 뽑히니까 비틀다가 줄기가 그만 달랑달랑 되었을까.
수박풀이 씩씩하게 자라나 수박꽃을 피우고 수박꽃이 찬찬히 여물어 수박열매 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는데, 이 수박풀은 그만 시들어 죽을 듯하다. 가느다란 줄기가 다시 힘을 내어 살아날 수 있을까. 수박풀은 끈질기면서 힘찬 기운을 뽐내어 새롭게 잎사귀를 뻗고 줄기를 이을 수 있을까. (4345.7.12.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