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37) 있다 10 : 싸움을 하고 있는 중
가서 보니 순길이 부모님이 며칠째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최수연-산동네 공부방》(책으로여는세상,2009) 101쪽
한국말에는 없는 ‘과거분사’가 나날이 쓰임새를 넓힙니다. 한국말에 없는 ‘현재진행형’은 자꾸자꾸 깊이 파고듭니다. 오늘날 거의 모두라 할 만한 한국사람은 과거분사나 현재진행형 아닌 꼴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줄 모릅니다. 스스로 한국말 빛깔이나 무늬나 결을 옳게 생각하지 못합니다. 옳게 가르치는 책이나 교과서나 어른이나 스승이 없다고 하지만, 누가 가르치기에 앞서 스스로 옳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각할 때에 비로소 길이 열립니다. 생각하지 않을 때에 길은 하나도 안 열립니다. 생각할 때에 천천히 말문을 틉니다. 생각하지 않을 때에 말문은 하나도 안 트입니다.
며칠째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x)
며칠째 싸움을 하고 있었다 (x)
며칠째 싸움을 하는 중이었다 (x)
며칠째 싸우고 계신다 (x)
며칠째 싸움을 하신다 (o)
며칠째 싸우신다 (o)
“하고 있는 中이었다”처럼 적는 현재진행형 꼴로도 얼마든지 내 뜻과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말투를 펼쳐도 으레 알아듣습니다. 다만, 한국말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말이 아니요 한국말 무늬나 결이나 빛깔하고는 동떨어지지만, 사람들은 이 같은 말을 잘 알아듣습니다.
이를테면, “그 선생님은 잘 가리켜요.” 하고 잘못 말하더라도 사람들은 ‘잘 가르친다’고 말하는 줄 알아듣습니다. “못할 것도 없는 것이지요.”라든지 “그럴 것 같아요.”처럼 ‘것’을 아무렇게나 집어넣어도 사람들은 잘 알아들어요. “얼굴이 붉게 상기됐어요.”라든지 “혼자 독차지한다.”라든지 “아침조회”처럼 엉터리 겹말 또한 사람들은 잘 알아들어요.
다만, 사람들은 이런 말 저런 말투를 들으면서 어디가 어떻게 왜 잘못되거나 어긋났는지 못 깨닫거나 모르곤 합니다. 못 깨닫거나 모르면서 그냥 쓰기도 하고, 잘 깨닫거나 알면서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곤 합니다.
“하고 있는 中이었다”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로 한자만 한글로 바꾼다 한들 올바르지 않습니다. ‘중’을 덜어 “하고 있었다”로 적든 “하는 중이었다”로 적든 올바르지 않아요. 올바르게 적자면 “한다”입니다. 보기글에서는 “싸움을 한다”나 “싸움을 하신다”로 적을 때에 올바릅니다. 더 단출하게 추슬러 “며칠째 싸우신다”로 적을 수 있어요. 뜻을 살려 “며칠째 싸움이 이어진다”라 적을 만하고, “며칠째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라 적어도 돼요.
어떤 말을 하려는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어떤 뜻을 나타내려는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말투와 말마디가 얼마나 알맞거나 슬기롭거나 좋은가를 생각할 노릇입니다. (4345.7.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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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보니 순길이 부모님이 며칠째 싸우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