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읍내 마트와 자가용 선물

 


  오랜만에 네 식구가 읍내로 마실을 다녀오는 길에 사람들이 무척 북적거리는 마트 한 군데를 본다. 고흥시장 한켠에 있는 마트인데, 예전에 이 앞을 지나가며 슬쩍 들여다볼 적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진열장을 바꾸고 가게이름을 살짝 바꾸어 새롭게 여는 듯한데, 이날 이 마트에는 손님이 발디딜 틈 없이 북적거린다. 무슨 일일까. 집으로 돌아가기 앞서 읍내 빵집에 들러 빵 몇 점을 사는데, 빵집 일꾼이 우리한테 튀김빵 두 점을 덤으로 더 얹어 주면서 “경품으로 자동차 준다니까 사람들이 저렇게 몰려요.” 하고 말한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광고종이 한 장을 주워서 펼쳐 본다. 참말 자동차 한 대를 경품으로 줄 뿐 아니라, 한동안 그 마트에서 온갖 물건을 반값으로 판단다. 여느 빵집에서는 3000원에 파는 식빵을 1000원에 판단다. 읍내에 파리바게트가 가게를 넓히며 새로 열면서 이웃한 작은 빵집 손님을 다 끊을 판이더니, 새로 여는 마트에서는 값 후려치기를 하면서 읍내 작은 빵집 손님을 몽땅 쓸어낼 판이로구나 싶다.


  그런데 어떤 물건을 반값에 팔까. 농약이나 비료를 안 쓴 푸성귀를 반값에 팔까. 소포제와 유화제를 안 쓴 두부를 반값에 팔까. 화학조합물 안 넣은 가공식품을 반값에 팔까. 화학세제를, 간장을, 라면을, 참치깡통을, 우유를, 과자를, 달걀을, 소시지를, 바나나를, 수박을 반값으로 판다. 우리 식구가 그 마트에서 살 만한 물건은 하나도 없다. 생각해 보면, 여느 때에 그 마트에 들러 물건을 산 일이 없다. 읍내 마트에서는 곤약이나 천사채를 살 뿐이다.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아버지 품에 안긴 첫째 아이는 어느새 스르르 잠든다. 뒤에서 마을 할머니가 “벼리야, 어디 갔다 오니? 응?” 하고 자꾸 말을 걸어도 아이는 못 듣고 곯아떨어진다. 버스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들판과 숲을 바라본다. 시골 읍내가 되든 도시 한복판이 되든, 마트 같은 데가 새로 열면서 손님들한테 줄 만한 경품은 자가용, 텔레비전, 두루말이 휴지쯤이 고작일까. 마트에서 경품으로 책을 준다 하면 손님이 들까. 책 선물을 고맙거나 즐겁게 여길 손님은 얼마나 될까. 아니, 마트에서 책을 선물로 준다 할 때에 어느 책을 선물로 삼으려나. 베스트셀러를? 스테디셀러를? 널리 읽히거나 팔리지는 못하지만 우리 가슴을 촉촉히 적시거나 보듬는 아름다운 책을? (4345.7.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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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2-07-06 02:25   좋아요 0 | URL
사금벼리, 산들보라 둘다 많이 컸겠는걸요~^^

저도 아줌인지라 공짜나 반값엔 혹~하는 경향이 있죠.
근데 얼마전 동네 헌책방에 제가 아끼는 책이 덩치로 진열되어 있는 걸 보니 왠지 씁쓸하더라구요.
빨리 좋은 주인을 만나 귀하게 읽혔으면 싶었어요, ㅋ~.

숲노래 2012-07-06 06:35   좋아요 0 | URL
틈틈이 올리는 사진을 보면
아이들이 참 많이 자랐구나 하고 느끼시리라 믿어요~

큰 가게들 반값 놀이는 너무 지나쳐
서로서로를 무너뜨리겠구나 싶어요.
'제값'과 '제삶'을 잊는다고 할까요..

누군가 동네 헌책방에 '아름다운 책'을 스스럼없이
즐겁게 내놓았나 보군요.
그렇게 책을 내놓아 준 아름다운 넋을 알아볼 분은
금세 나타나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