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세 시간 달리며 보다
자전거로 세 시간을 달린다. 고흥 도화면 신호리 동백마을에 있는 우리 집부터 고흥 봉래면 나로2다리까지 달린다. 가는 길에 바지런히 사진을 찍느라 나로2다리 앞까지만 가고 더 나아가지 못한다. 돌아올 길을 생각해야 한다. 집으로 돌아올 적에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도 했고, 사진을 찍느라 자전거를 멈추면 집에 너무 늦는다.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두 아이를 생각하자니, 이제 더 늦출 수 없다.
어쨌든, 집부터 길을 나선 뒤 나로2다리 앞까지 한 시간 반을 달리며 사진을 찍었고, 나로2다리에서 다시 길을 나서며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한 시간 반을 달렸다. 가는 길은 사진을 찍으며 갔어도 한 시간 반이요, 오는 길은 사진을 안 찍으며 달려도 한 시간 반. 아주 마땅하지만, 갈 적에는 기운이 팔팔하고, 올 적에는 다리힘이 풀리니까. 세 시간을 내리 쉬지 않고 달리니 집에 닿을 무렵에는 온몸이 뻑적지근하다. 게다가, 자전거로 이 길을 달리기 앞서 두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면내 우체국에 다녀왔으니.
집에 닿아 몸을 씻고 빨래를 한다. 찍은 사진을 죽 살핀다. 내가 자전거로 이 길을 달리며 무엇을 보았는지 살핀다. 그리고, 고흥에서 태어나 오래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이 고장을 얼마나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바라볼까 하고 생각해 본다. 마복산 기슭을 넘을 무렵 만난 마을에서 비탈밭을 일구는 할배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을 자꾸자꾸 들여다본다. 사람은 왜 태어나서 살아가는가. 사람은 어디에서 무엇을 누릴 때에 가장 즐거울까. 사람은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기쁘게 잠을 자는가. (4345.7.3.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