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00] 하나 둘 셋

 

  이웃에 놀러온 여섯 살 아이가 우리 집 다섯 살 아이와 함께 놉니다. 둘은 달리기 놀이를 합니다. 여섯 살 아이가 우리 집 다섯 살 아이한테 “준비, 땅!” 하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우리 집 아이는 언니가 하는 대로 “준비, 땅!” 하고 똑같이 말합니다. 곰곰이 돌이킵니다. 내 어릴 적에도 “준비, 땅!” 하는 말을 썼고, “요이, 땅!”이라는 말도 썼어요. 중학생이 될 무렵 ‘요이’는 일본말이니 안 써야 한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내 오랜 동무들은 ‘요이’가 일본말인 줄 잘 모르기도 하고, 일본말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했더라도 여태 이 일본말을 씁니다. 그런데, “요이, 땅!”을 안 쓰고 “준비, 땅!”을 쓴다 하더라도 한국 말투라 하기 어렵습니다. 껍데기만 살짝 입힌 어설픈 말투예요. 일본사람은 ‘자리에 가만히 서’며 ‘요이’라 하는데, 이 대목을 ‘준비’라는 한자로 바꾼다 한들 한국 말투가 되지 않고, 일본사람이 총 소리를 흉내내어 적은 ‘땅’을 그대로 쓰니, 더더욱 얄궂어요. 한국사람은 총 소리를 ‘탕’으로 적거든요. 한국사람은 한숨 소리를 ‘후유’로 적고, 일본사람은 한숨 소리를 ‘휴’로 적어요. 신나게 놀고 들어온 아이를 바라봅니다. 아이는 아버지하고도 더 놀고 싶습니다. 아이는 아버지한테 “준비, 땅!”이라 말합니다. 아버지는 “싫어, 난 ‘준비 땅’ 안 할래. 난 ‘하나 둘 셋’ 할래.” 하고는 “하나, 둘, 셋!” 하고 말하며 달립니다. 살짝 헷갈려 하던 아이는 이윽고 아버지 말투를 따라 “하나, 둘, 셋!” 하면서 달립니다. 나중에 다른 동무가 마을에 찾아와 놀 적에도 우리 집 아이는 “하나, 둘, 셋!” 하고 외치며 달립니다. (4345.6.2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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