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꽃 책읽기
첫째 아이와 읍내 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가 마을회관 안쪽을 넘겨 보다가 “와, 여기 꽃 피었어요.” 하면서 마을회관 마당으로 들어간다. 나는 아이처럼 여기저기 두리번거리지 않는데, 아이는 참 잘도 두리번거리며 알아본다. 그러고 보면, 나도 이래저래 두리번거리다가 무언가 보기도 하고, 내 옆지기도, 또 둘째 아이도, 저마다 다 다른 눈높이에서 저마다 다 다른 무언가를 두리번거리며 서로 알려주고 서로 좋아한다.
겨우내 마른 잎 모두 떨구어 앙상하더니, 봄부터 새 잎을 틔우고, 이제 알록달록 어여쁜 꽃봉오리까지 피운다. “와, 예쁘네요.” 하고 말하는 아이는 손가락으로 꽃잎을 살며시 만진다. 아이 키높이 즈음으로 피어난 꽃들은 더할 나위 없이 곱다. 마을회관 마당에 어느 분이 이 수국을 이렇게 심으셨을까. 머잖아 울타리 너머 들판은 한결 짙푸를 테고, 푸른 물결 넘실거릴 무렵 수국꽃은 더 환하며 곱게 흐드러지겠지. “나는 왜 꽃을 좋아할까요?” 응? 네가 꽃처럼 예쁘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천천히 피어나니까 꽃을 좋아하겠지, 아이야. (4345.6.16.흙.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