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886) 속 36 : 그림책 속

 

하지만 아이들은 자꾸 그림책 속으로 빠져든다 … 나는 몇 해 전 친한 벗들과 제주도에 여행을 간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강승숙-선생님, 우리 그림책 읽어요》(보리,2010) 33, 39쪽

 

  ‘하지만’은 ‘그렇지만’이나 ‘그러나’로 바로잡습니다. “몇 해 전(前)”은 “몇 해 앞서”로 손볼 수 있고, “친(親)한 벗”은 “가까운 벗”이나 “좋은 벗”이나 “살가운 벗”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 여행(旅行)을 간 기억(記憶)”은 “제주도에 나들이를 간 생각”이나 “제주도에 놀러간 이야기”나 “제주도에 마실 간 나날”로 손질해 봅니다.


  누군가는 ‘여행’이라는 낱말이 좋아 줄곧 이 낱말을 쓸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굳이 ‘여행’이라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겨, ‘나들이’나 ‘마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말하든 좋습니다. 스스로 가장 즐거우며 기쁘다 여기는 낱말을 골라서 쓸 노릇입니다. 다만, 어느 낱말을 쓰든, ‘제주 여행’과 ‘제주 나들이’와 ‘제주 마실’은 똑같은 일입니다.

 

 그림책 속으로 빠져든다
→ 그림책으로 빠져든다
→ 그림책 이야기에 빠져든다
→ 그림책에 온마음 쏟는다
→ 그림책에 푹 빠진다
 …

 

  아침에 둘째 아이 똥바지를 빨면서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말글을 옳게 익힐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이나 도지사가 되고 나서 말글을 사랑스레 가다듬을 수 없습니다. 대학교수가 되거나 소설쟁이가 된 뒤부터 말글을 알맞게 추스를 수 없습니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즐겁게 익힐 말글입니다. 너나 당신이 아닌 바로 내가 예쁘게 가다듬을 말글입니다.


  여느 때에 늘 즐겁게 익히는 말글이 아니라 한다면, 대학교 국문학과 교수가 된들 중·고등학교 국어 교사가 된들, 한겨레 말글을 알맞거나 바르거나 슬기롭거나 사랑스레 쓰지 못합니다. 어느 곳에서나 한결같이 가다듬는 말글이 아닐 때에는, 아이 어버이가 되든 아이 이모나 삼촌이 되든, 아이들과 함께 나눌 좋은 말글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제주도에 여행을 간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 제주도에 마실을 간 생각으로 빠져들었다
→ 제주도에 나들이 간 일을 떠올렸다
→ 제주도 마실을 헤아렸다
→ 제주도 나들이 생각에 푹 잠겼다
 …

 

  오늘 내 곁 좋은 사람들하고 사랑을 나누는 넋일 때에, 내가 다른 어느 자리에 들어서더라도 내 둘레 온갖 사람들하고 사랑을 나누는 넋입니다. 오늘 내 아이들과 주고받는 말마디가, 내 일터 내 삶터 내 놀이터 이웃들과 주고받는 말마디입니다.


  글쓰기를 잘 하려고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거나 학교를 다니기에 글쓰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여느 때에 나 스스로 생각을 알뜰살뜰 추슬러야 글쓰기를 차근차근 익힐 수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주어지는 사랑이란 없고, 갑작스레 떨어지는 솜씨란 없어요. 천천히 누리는 사랑이기에 천천히 빛나는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하나하나 북돋우는 꿈이기에 시나브로 이루는 꿈으로 뿌리내려요.


  삶이 피어나는 말입니다. 삶이 드러나는 글입니다. 삶이 열매를 맺어 말이 되고, 삶이 씨앗을 뿌려 글로 자랍니다.


  한결같이 삶을 살피며 아낄 수 있는 한겨레이기를 빕니다. 한결같이 이웃을 사랑하며 어깨동무하는 한겨레이기를 바랍니다. 한결같이 내 목숨을 보살피며 풀과 나무와 흙과 햇살과 바람과 물을 좋아할 줄 아는 한겨레이기를 비손합니다. (4345.6.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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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아이들은 자꾸 그림책으로 빠져든다 … 나는 좋은 벗들과 몇 해 앞서 누린 제주도 마실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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