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제비 주둥이
어린 새끼들이 어미한테서 먹이를 받아먹을 때에 으레 째액 째액 소리를 지른다고 생각했다. 왜일까. 왜 이렇게 생각했을까. 어릴 적 텔레비전에서 다큐멘터리라 하면서 새들 한삶을 보여줄 때에 으레 새끼들이 입을 쩍 벌리며 째액 째액 소리를 내는 모습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일까.
우리 집 처마 밑에서 살아가는 제비 식구는 퍽 조용하다. 아니, 어미들은 새끼들한테 먹이를 물어다 나르느라 부산을 떨며 새벽 다섯 시 무렵이면 일어나 신나게 노래하는데, 새끼들 노래하는 소리는 좀처럼 못 듣는다. 암수 제비가 날마다 바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나르는 모습을 보자면 틀림없이 새끼가 있을 듯한데, 어인 일인지 새끼들 소리는 잘 안 들려 궁금하게 여긴 지 퍽 되었다. 이러던 엊그제 여느 날과 똑같이 제비집을 올려다보며 사진 몇 장을 찍었는데, 이듬날 새벽 사진을 갈무리하며 크게 키워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란다. 나도 모르는 사이, 새끼 주둥이가 사진에 담겼다.
고흥 읍내에 나가면, 버스역 어귀에 제비집이 있다. 읍내 아기옷 파는 가게 해가림천 안쪽에도 제비집이 있다. 읍내에도 곳곳에 제비집이 있다. 시골마을은 어디에나 제비집이 있다. 우리 마을 어느 집에는 제비집이 두셋 있는 데도 있다. 이 가운데 읍내 버스역 제비집은 안쪽 살림이 훤히 보인다. 읍내 버스역 제비집에는 너덧 마리쯤 되는 새끼 제비가 주둥이를 쩍쩍 벌리며 어미를 기다린다. 어미는 쉴새없이 먹이를 물어다 나른다. 읍내는 도시와 같은 곳이라 먹이가 어디에 있을까 걱정할 만하지만, 고흥 읍내에서는 제비 날갯짓이라 한다면 1분만 날아도 들판이나 멧등성이가 나오고 냇물도 있으니, 어렵잖이 먹이를 물어다 나를 만하리라 생각한다.
그나저나, 읍내 버스역에서 본 제비집 새끼들은 ‘째액 째액 꺄악 꺄악’ 소리내어 울지 않는다. 그저 입만 쩍쩍 벌리며 먹이 넣어 주기를 기다리고 바란다.
날마다 새삼스레 들여다보고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 새끼 제비들은 날마다 무럭무럭 자랄 테고, 이윽고 날갯짓 익힌다며 새삼스레 부산을 떨 테지. 날갯짓을 익히다가 섬돌에 톡 떨어지는 녀석도 있을까. 자그마한 둥지에서 날갯짓 익히는 나날은 얼마쯤 보낼까. 제법 자란 새끼 제비는 어떤 모습일까. 하나하나 기다리고 꿈꾼다. 이 모습 저 모습 즐겁게 올려다보고 바라보며 쳐다본다. 우리 집에서 태어난 새끼 제비는 가을날 더 따순 남쪽 나라로 힘차게 날아갈 수 있겠지. 그리고 다음해에 즐겁게 우리 집에 찾아올 수 있겠지. (4345.5.30.물.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