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574) 조심

 

마음 놓고 지낼 숲이라고 잘피라 불리게 된 이름이다. 숨 가삐 달려온 물결도 그 위에 잔잔히 잠들고, 나래 지친 왜가리도 조심조심 발을 들인다
《안학수-부슬비 내리던 장날》(문학동네,2010) 48∼49쪽

 

  “잘피라 불리게 된 이름이다”는 “잘피라 붙은 이름이다”나 “잘피라 일컫는 이름이다”로 손질합니다. “그 위에 잔잔히 잠들고”는 “여기에 잔잔히 잠들고”나 “이곳에 잔잔히 잠들고”처럼 다듬어야 알맞습니다. 한국말 무늬와 결을 헤아려야지요.


  이 보기글은 아이들 읽는 동시입니다. 동시에 적바림한 낱말이니, 누구보다 아이들이 읽으며 한국말을 생각하도록 이끌 텐데, 싯말 끝자락에 ‘조심(操心)’이라는 한자말이 나옵니다. 국어사전에서 말뜻을 찾아보면,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말이나 행동에 마음을 씀”이라 나옵니다. 곧, ‘조심하다 = 마음쓰다’인 셈입니다.


  그러나, 국어사전에는 ‘마음쓰다’ 같은 낱말이 실리지 않아요. 이렇게 낱말 하나 생각한다면, ‘마음쓰기’와 ‘마음씀’ 같은 다른 낱말을 더 생각할 수 있지만, 한겨레 국어사전은 한겨레가 말넋을 북돋우도록 이끌지 못해요. 제 나름대로 요모조모 헤아립니다. 마음쓰다에서 마음쓰기와 마음씀을 헤아릴 수 있고, ‘마음다움’이나 ‘마음먹기’를 헤아릴 만해요. ‘마음두기’라든지 ‘마음보기’를 헤아려도 즐겁습니다. ‘마음닦기’나 ‘마음열기’로도 천천히 이어질 수 있어요.


  마음을 쓰는 만큼 새 말길을 엽니다. 마음을 기울이는 만큼 새 말자리를 마련합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한자말 ‘조심’은 “마음을 쓰는 일” 가운데 아주 작은 한 갈래만 가리킨다 여길 수 있습니다. ‘마음쓰기’는 “마음을 쓰는 일” 모두를 가리킨다 하겠지요. 이른바 “잘못이 없도록 마음을 쓰기”인데, 이러한 마음쓰기라 하면 ‘살피기’라 하면 돼요.

 

 왜가리도 조심조심 발을 들인다
→ 왜가리도 잘 살피며 발을 들인다
→ 왜가리도 살몃살몃 발을 들인다
→ 왜가리도 살금살금 발을 들인다
 …

 

  잘못이 없게끔 마음을 쓰는 일이기에 ‘살핀다’고도 하지만, ‘살몃살몃’이나 ‘살금살금’ 같은 꾸밈말을 넣을 수 있어요. 이와 비슷한 결을 헤아려 ‘가만가만’이나 ‘천천히’를 넣어도 됩니다. ‘하나하나’라든지 ‘하나둘’을 넣어도 어울리고, ‘곰곰이’를 넣을 수 있어요.


  즐겁게 마음을 쓰며 한국말을 빛냅니다. 기쁘게 마음을 쏟으며 한국글을 갈고닦습니다. 예쁘게 마음을 기울이며 한국말을 살찌웁니다. 따숩게 마음을 들여 한국글을 돌봅니다. (4345.5.26.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마음 놓고 지낼 숲이라고 잘피라는 이름 붙는다. 숨 가삐 달려온 물결도 이곳에 잔잔히 잠들고, 나래 지친 왜가리도 살몃살몃 발을 들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