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34) 얄궂은 말투 94 : 역시 과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김 부장님은 외출 중이십니다.” 역시 과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국립국어원은 가능하다는 입장임)
《배상복·오경순-한국인도 모르는 한국어》(21세기북스,2012) 73쪽

 

  높임말을 그닥 옳게 쓰지 못하는 한국사람이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요즈음 같지 않았다고 느껴요. 예전 사람들은 높임말을 알맞고 바르게 잘 가누어 썼다고 느껴요. 잘 살피면, 예전 사람들은 높임말은 높임말대로 알맞게 가누어 쓰고, 긴소리와 짧은소리는 긴소리와 짧은소리대로 살뜰히 가누어 썼어요. 더없이 마땅한 노릇이지만, 한국사람이거든요. 한국말을 주고받는 한국사람이에요.


  한국사람이니까 한국말을 늘 씁니다. 한국사람인 만큼 한국말을 노상 듣습니다. 어린이도 배우는 말이요, 어른도 배우는 말입니다. 일흔이나 여든쯤 되었으니 안 배워도 되지 않습니다. 전문가나 학자라 하기에 안 배워도 괜찮지 않아요.


  보기글을 살피면, “국립국어원은 가능(可能)하다는 입장(立場)임”이라 나옵니다. 이 대목에서 ‘입장’은 일본 한자말입니다. 일본 한자말이라서 안 써야 할 말은 아니에요. 다만, 이 글월에서는 굳이 이렇게 쓸 까닭이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이렇게 써도 된다고 밝힌다”라 손질하거나 “국립국어원은 이 말투도 괜찮다고 말한다”라 손질할 수 있어요.

 

 역시 과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 이 또한 지나치다고 본다
→ 이 또한 지나친 말투이다
→ 이 또한 알맞지 않다
→ 이 또한 어울리지 않다
 …

 

  그런데 “과(過)해 보이는 측면(側面)”이란 무엇을 말할까 알쏭달쏭합니다. 더구나, 이 글월에 “-이 있다”를 붙이는 말투는 알맞거나 올바를까 궁금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런 경향이 있다”라든지 “그런 흐름이 있다”라든지 “그런 추세가 있다” 같은 말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나날이 이 같은 말투가 널리 퍼집니다.


  곰곰이 되새길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난 그 사람한테 사랑이 있어요” 하고 말하면, 이 말투는 알맞다 할 수 있을까요. 뜻은 헤아릴 수 있을 텐데, 뜻은 헤아릴 수 있다 치더라도 이 같은 말투는 올바르다 할 만한가요. “그 시험 문제는 어려운 경향이 있어요” 하고 말할 때에, 이 말투는 알맞다 할 수 있나요. 뜻은 알아듣는다 하더라도 이러한 말투를 쓰는 일이 바르다 할 수 있나요.


  한자말을 쓰고 싶다면 쓰되, “역시 과해 보인다”처럼 끊어 말해야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한자말을 한 가지 다듬으면 “역시 지나쳐 보인다”처럼 말할 수 있고, 한자말 하나 더 다듬으면 “이 또한 지나쳐 보인다”처럼 말할 수 있어요.

 

 이 말투도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이 말투도 어딘가 얄궂다
 이 말투도 썩 좋지 않다
 이 말투도 부드럽지 않다
 …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는 “이번에는 그런 경향입니다”라든지 “이번에는 그렇습니다”처럼 말할 때에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그런 흐름이 있어요”는 “우리 사회는 그런 흐름이에요”나 “우리 사회는 그렇게 흘러요”나 “우리 사회는 그러해요”처럼 말할 때에 올바르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새로운 사회에 걸맞게 새로운 말투를 빚어서 쓸 수 있다고 말할는지 모릅니다. 아무래도 오늘날 사람들은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익히거나 살피지 않기에, 영어 번역투이든 일본 말투이든 한자말 버릇이든 이래저래 끼워맞추는지 모릅니다.


  이대로 죽 흐를는지 모릅니다. 책이고 인터넷이고 신문이고, 몽땅 한국말 결을 잃고 한국글 무늬를 버릴는지 모릅니다. 한국사람으로 살아가며 한국말 빛깔을 살찌우는 길을 한국사람 스스로 생각하지 않을는지 모릅니다. (4345.5.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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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도 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그러나, 국립국어원은 이렇게 써도 된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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