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밭 3

 


  마을 할머니들이 ‘새내끼(새끼)’로 마늘을 엮는다. 처음에는 나한테 쇠끈으로 묶도록 이야기하셨는데, 이제 마늘을 크기에 따라 다 고르고 나서 당신들도 마늘엮기를 해야 하다 보니, 손가락과 손바닥이 아플 뿐더러 어깨가 결리는 쇠끈은 안 쓰고 새내끼를 쓴다. 나는 아직 새내끼 쓸 줄 모른다. 그러나 새내끼 엮는 손길을 천천히 떠올리며 나 스스로 한두 차례 해 보면 이내 익숙할 수 있으리라 본다.


  새내끼란 예부터 벼를 거두고 난 짚으로 꼬았다. 마늘엮기를 하자면 먼저 짚을 꼬아 새내끼를 삼아야 한다. 새내끼를 잔뜩 삼아 놓고서 이 새내끼를 알맞게 끊어 마늘을 엮는 셈이다. 시골 흙사람은 짚으로 삼은 신을 신었고, 바나 멜빵이나 질빵도 짚으로 엮어 마련했다.


  쇠끈으로 마늘을 엮으며 생각한다. 쇠끈으로 엮은 마늘을 짐차에 실으며 생각한다. 쇠끈은 아주 세게 조여 준다. 그러나, 쇠끈은 마늘줄기를 짓눌러 갈라지거나 끊어지게 한다. 새내끼도 무척 세게 조여 주지만, 새내끼는 마늘줄기를 갈라지거나 끊어지게 하지는 않는다.


  시골사람이 마늘을 장만해서 마늘을 먹는다면, 마늘줄기나 마늘껍질은 흙으로 돌아간다. 도시사람이 마늘을 장만해서 마늘을 먹는다면, 마늘줄기나 마늘껍질은 ‘음식물쓰레기’가 되어 흙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짚신은 다 닳으면 밭이나 논에 거름 되어 돌아가고, 바나 멜빵이나 질빵 또한 다 닳으면 밭이랑 논으로 거름 되어 돌아간다.


  쇠끈은 어디로 가야 할까. 비닐봉지는 어디로 가야 하나. 플라스틱과 화학제품은 어디로 가야 하지. (4345.5.2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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