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92] 밭딸기
딸기는 봄을 맞이해 잎을 먼저 틔우고, 이른 봄꽃들이 먼저 흐드러지고 나서야 하얀 꽃송이 피웁니다. 하얀 딸기꽃은 오월로 접어들며 차츰 시들고는 알맹이가 시나브로 굵어집니다. 오월 끝무렵이나 유월 첫무렵에 이르러 비로소 새빨갛게 익습니다. 예부터 딸기는 한봄에 누립니다. 이른봄에는 딸기잎만 볼 뿐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겨울이 끝난다 싶을 무렵 가게마다 딸기가 나옵니다. 도시사람은 딸기꽃은 생각조차 안 하며 딸기열매만 돈을 치러 사다 먹습니다. 막상 들판에서 딸기가 알맞게 햇살을 머금으며 자라서 무르익을 무렵에는 딸기를 구경하지 않아요. 비닐집에서 난로불로 키운 딸기, 참외, 복숭아, 수박, 오이를 철없이 아무 때나 사다 먹습니다. 이리하여 오늘날에는 ‘노지(露地) 딸기’라는 딸기가 새로 태어납니다. 예부터 모든 딸기는 들판이나 멧자락에서 자라 ‘들딸기’이고 ‘멧딸기’였으며 그냥 ‘딸기’라고만 했는데, 이제 그냥 ‘딸기’라 일컫는 딸기는 비닐집 딸기입니다. 멧자락이나 들판에서 스스로 자라는 딸기는 ‘딸기’라는 이름을 누리지 못합니다. 밭에 심어 거두니까 밭딸기이지만, 이제 밭뙈기에 비닐 안 씌우는 시골이 없는 만큼 ‘비닐밭딸기’라고 해야 걸맞을까요. 비닐집에서 얻으면 ‘비닐집딸기’가 될까요. 그런데, 국어사전에도 없는 ‘노지’라는 낱말은 어디에서 들어온 말일까요. (4345.5.16.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