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33) 초하의 1 : 초하의 숲
관악산에 비하면 사랑스럽고 다정하다. 초하의 숲으로 들어가면 펄펄해지는 젊은 잎의 기운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호원숙-큰 나무 사이로 걸어가니 내 키가 커졌다》(샘터,2006) 25쪽
“관악산에 비(比)하면”은 “관악산을 생각하면”이나 “관악산을 견주면”이나 “관악산보다”로 손보고, “사랑스럽고 다정(多情)하다”는 “사랑스럽고 살갑다”나 “사랑스럽고 포근하다”나 “사랑스럽고 좋다”로 손봅니다. “젊은 잎의 기운을 충분(充分)히 받을”은 “젊은 잎 기운을 넉넉히 받을”이나 “젊은 잎 기운을 실컷 받을”이나 “젊은 잎 기운을 가득 받을”로 손질해 봅니다.
‘초하(初夏)’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 초여름”으로 풀이합니다. ‘초(初)여름’을 다시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른 여름”을 뜻한다 나옵니다. 곧, 한국말로 적자면 ‘이른여름’인 셈입니다. ‘이른봄-이른여름-이른가을-이른겨울’처럼 적바림하면 넉넉합니다. ‘늦-’이 앞가지 되어 네 철을 나타내듯, ‘이른-’을 앞가지 삼아 네 철을 가리키면 돼요.
초하의 숲
→ 첫여름 숲
→ 이른여름 숲
→ 여름 어귀 숲
→ 여름 들머리 숲
…
한국말을 생각합니다. 사랑스럽게 쓸 한국말을 생각합니다. 한국말을 헤아립니다. 살가이 나눌 한국말을 헤아립니다. 한국말을 돌아봅니다. 알차게 빚을 한국말을 돌아봅니다. 한국말을 꿈꿉니다. 해맑게 일굴 한국말을 꿈꿉니다.
한국말 담는 국어사전에는 ‘첫여름’이라는 낱말이 실립니다. 이래저래 살피지 않더라도 이 자리에서는 ‘첫여름’이라는 낱말을 넣으면 됩니다. “첫여름 숲”입니다. “여름을 맞이한 숲”이라 적바림해도 됩니다. 꾸밈없이 적바림하면 되지요. 수수하게 적어 “이제 막 무르익으려 하는 여름숲”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여름숲’이라는 낱말이 안 실리면 어떻습니까. 봄숲을 말하고, 여름숲을 노래하며, 가을숲을 누리고, 겨울숲을 즐기면 돼요. 봄비이듯 여름비입니다. 봄바람이듯 여름바람입니다. 봄바다요, 여름산이며, 가을꽃이고, 겨울나무입니다.
생각할 때에 말이 열립니다. 헤아릴 때에 글이 빛납니다. 꿈꿀 때에 말이 살아납니다. 사랑할 때에 글이 노래합니다. (4345.5.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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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보다 사랑스럽고 살갑다. 한껏 푸른 여름숲으로 들어가면 펄펄해지는 젊은 잎 기운을 한가득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