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나게 웃음 많은 아줌마 - 물구나무 023 파랑새 그림책 23
아를린 모젤 지음, 블레어 렌트 그림, 이미영 옮김 / 물구나무(파랑새어린이)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좋은 기운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62] 블레어 렌트·아를린 모젤, 《별나게 웃음 많은 아줌마》(물구나무,2003)

 


  블레어 렌트 님 그림과 아를린 모젤 님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 《별나게 웃음 많은 아줌마》(물구나무,2003)를 읽고 나서 두 차례 놀랍니다. 먼저, 일본 옛이야기를 일본 그림결 물씬 나도록 그림책으로 담은 사람은 일본사람 아닌 서양사람이었습니다. 나는 아이하고 ‘그린이 이름’은 들여다보지 않고 책을 읽었어요. 그저 일본사람이 빚은 그림책이겠거니 하고 여겼습니다. 둘째, 이 예쁘장하며 재미난 그림책은 일찌감치 판이 끊어져 사라졌습니다. 헌책방에서 장만하거나 도서관에서 찾아보아야 비로소 구경할 수 있습니다.


.. 아주 먼 옛날 일본에 키가 작달막하고 웃기 잘하는 아줌마가 살고 있었어요. 아줌마는 곧잘 “히히히.” 하고 웃었고, 쌀로 떡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  (5쪽)

 


  온누리 모든 책이 언제까지나 사랑받을 수는 없습니다. 새로 나오는 모든 책이 오래오래 널리널리 사고팔릴 수는 없습니다. 어느 책은 스무 해나 마흔 해가 지나도 사랑받으며 사고팔린다지만, 어느 책은 고작 한두 해 지나고 나서도 금세 감쪽같이 사라지곤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옛이야기만큼은 오래오래 사랑받습니다. 옛이야기를 담은 ‘요즘 책’이 그닥 사랑받지 못하고 썩 잘 안 팔릴 수 있기도 할 테지만, 옛이야기는 수많은 사람들 입과 눈과 마음을 거쳐 아이들 입과 눈과 마음으로 스며듭니다. 그저 옛날 옛적 오래된 이야기라서 ‘옛이야기’라 하지 않습니다. 옛날부터 곱게 이어오면서 앞날까지 곱게 이어갈 만한 이야기일 때에 비로소 ‘옛이야기’라 합니다. 그저 오래된 이야기는 ‘오래된 이야기’라고만 해요.


.. “내 떡! 내 떡! 누구 내 떡 못 봤나요?” 이번엔 무섭게 생긴 지장보살이 말했어요. “내가 봤지. 2분 전에 내 옆으로 굴러가더구나. 하지만 그 떡을 쫓아가지 마라. 짓궂은 도깨비를 만나게 될 테니까.” “히히히.” 아줌마가 웃었어요. “저는 도깨비가 두렵지 않습니다.” ..  (13쪽)

 


  그림책 《별나게 웃음 많은 아줌마》에 나오는 아주머니는 참 웃음이 많습니다. 무얼 한 가지 해도 즐겁게 웃습니다. 골을 부리지 않습니다. 성을 내지 않습니다. 토라지거나 삐치지 않습니다. 짜증을 내거나 뿔을 돋우지 않아요.


  그림책 아주머니는 꿈을 꿉니다. 좋은 마음으로 좋은 꿈을 꿉니다. 무언가 거머쥐려는 속셈이 아닙니다. 무언가 혼자 차지하려는 꿍꿍이가 아닙니다. 남몰래 히죽거리는 셈속이 아닙니다. 그예 수수하게 품는 꿈입니다. 그저 꾸밈없이 돌보는 꿈이에요.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자꾸자꾸 생각합니다. 나는 내 꿈을 얼마나 곱게 건사하는 어버이일까. 나는 내 꿈을 아이와 함께 얼마나 즐거이 누리고픈 어버이일까. 나는 내 꿈을 옆지기하고 얼마나 신나게 나누려 하는 좋은 짝일까.


  하얀 꿈은 하얀 사랑을 이룹니다. 까만 꿈은 까만 어둠을 부릅니다. 푸른 꿈은 푸른 들판을 빚습니다. 바알간 꿈은 바알간 빛깔을 뽐냅니다. 나는 어떤 빛깔로 내 삶을 보듬으면서 어떤 삶을 누리고픈 꿈을 꾸는 사람일까요.


.. “히히히.” 아줌마가 웃었어요. “쌀떡을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  (24쪽)

 

 


  우리 집 처마 밑에서 제비가 노래합니다. 우리 집 뒷밭 둘레에서 들새가 노래합니다. 우리 시골마을 논자락마다 개구리가 노래합니다. 이웃마을 논배미에서 숱한 풀벌레와 멧새가 노래합니다. 논물이 모이는 냇물에서는 물고기가 노래합니다. 해오라기는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노래합니다.


  모두들 사이좋게 노래하며 좋은 이야기를 빚습니다. 그러면 나는 이 좋은 이야기 감도는 노래를 들으며 오늘 하루 어떤 좋은 꿈을 꾸는가 돌아봅니다. 나 또한 내 나름대로 즐거이 노래하면서 좋은 이야기를 빚으려는 하루인가요. 나부터 내 슬기를 가다듬어 기쁘게 노래하면서 좋은 사랑을 이야기 한 자락에 담으려는 나날인가요.


  그림책 《별나게 웃음 많은 아줌마》에 나오는 아줌마는 대단한 재주가 없습니다. 놀라운 재주도 없습니다. 거룩한 솜씨라든지 빼어난 솜씨 또한 없어요. 그림책 아줌마는 여느 아줌마입니다. 지붕에 풀이 돋아 꽃이 핍니다. 마당은 풀밭이며 꽃밭입니다. 풀밭이며 꽃밭인 집 둘레에는 언제나 벌나비가 춤을 춥니다. 아줌마는 즐겁게 밥을 짓고 살림을 꾸리며 집 안팎을 돌봅니다.


.. 어느 날 오후, 아줌마는 떠나온 집 생각이 나서 쓸쓸해졌어요. 그래서 아줌마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지요. 먼저 요술 주걱을 허리띠에 꽂고 문 밖을 나섰어요 ..  (26쪽)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좋은 기운 하나는 사랑이리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벗 하나란 사랑일밖에 없으리라 느낍니다. 나 스스로 사랑이 좋다면, 누가 나한테 사랑을 베풀어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나 스스로 내 좋은 사랑으로 우리 보금자리와 우리 마을을 곱게 바라보며 보살피면 됩니다. 나 스스로 사랑이 좋으니 내 손길은 사랑이 어린 손길이 되도록 다스리면 됩니다. 사랑을 담아 이야기를 건넵니다. 사랑을 실어 노래를 부릅니다. 사랑을 빚어 밥을 짓습니다. 사랑을 갈무리하며 빨래를 합니다. 사랑을 듬뿍 쏟아 살붙이들을 껴안습니다.


  좋은 마음을 품으며 좋은 삶이겠지요. 궂은 마음을 품으니 궂은 삶이겠지요. 더없이 쉽고 그지없이 뻔한 노릇이에요. 참 마땅하고 그야말로 옳은 노릇이에요.


  그림책을 덮고 다시 들추고 다시 덮고 다시 들추며 가만히 생각합니다. 찌뿌둥한 날씨에는 찌뿌당한 몸으로 찌뿌둥한 하루를 즐거이 보내자. 맑은 날씨에는 맑은 몸으로 맑은 하루를 신나게 보내자. 흐린 날씨에는 흐린 몸으로 흐린 하루를 예쁘게 보내자. 따사로운 날씨에는 따사로운 몸으로 따사로운 하루를 마음껏 보내자. (4345.5.1.불.ㅎㄲㅅㄱ)

 


― 별나게 웃음 많은 아줌마 (블레어 렌트 그림,아를린 모젤 글,이미영 옮김,물구나무 펴냄,2003.9.30./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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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5-01 13:01   좋아요 0 | URL
좋은 마음을 품으면 좋은 삶, 궂은 마음을 품으면 궂은 삶... 저도 오늘 좋은 마음을 품고 이 화창한 봄날을 만끽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산책하려고요. 산책은 뭐니뭐니해도 해질무렵이 최고예요. 저녁 6시 30분에 출발하면 딱 좋던데요. ㅋㅋ

숲노래 2012-05-02 04:04   좋아요 0 | URL
걷기는 더 좋거나 나쁜 때가 없는 듯해요.
언제나 다 좋구나 싶어요.

저는... 다 좋아하는데
한낮을 조금 더 좋아하기도 해요.
땀 뻘뻘 흘리며 걸으며
내 몸을 더 잘 느끼곤 해요 @.@

류연 2012-05-01 18:58   좋아요 0 | URL
따사로운 날씨에는 따사로운 몸으로 따사로운 하루를 마음껏 보내자
좋은 말이네요 요즘처럼 날씨가 좋을때는 나들이가 가고프네요 ㅎㅎ

숲노래 2012-05-02 04:03   좋아요 0 | URL
느긋하게 며칠 푹 쉬면서 나들이 즐기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