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295) -중中 36 : 부재중 2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고정희-지리산의 봄》(문학과지성사,1987) 116쪽

 

  국어사전을 살피면 ‘부재중(不在中)’이 한 낱말로 실립니다. “자기 집이나 직장 따위에 있지 아니한 동안”을 뜻한다 합니다. 그러니까, 한자말 ‘부재중’을 하나씩 뜯어서 적은 풀이말입니다. “있지 아니한 동안”이란 ‘不(아니한) 在(있지) 中(동안)’이에요

.
  한국말은 “있지 + 아니한 + 동안”처럼 적습니다. 중국말은 “아니한(不) + 있지(在) + 동안(中)”처럼 적습니다. 그러니까, ‘부재중’이라는 낱말은 한국사람이 한국 삶터에 걸맞게 적바림하며 쓰는 낱말 아닌, 중국사람이 중국 삶터에 걸맞게 적바림하며 쓰는 낱말이에요. 이 중국말을 한국사람이 받아들여 깊이 헤아리지 않으며 쓰는 셈이에요.


  곰곰이 생각합니다. 한자말 ‘부재중’ 뜻풀이에 ‘동안’이라는 낱말이 나옵니다. 우리는 으레 ‘가운데 중’으로 새기는 한자 ‘中’인데, ‘동안’으로 풀이합니다.

 

 그러는 中에 / 가는 中에 (x)
 그러는 동안에 / 가는 동안에 (o)

 

  “그러는 중에”라든지 “일하는 중에”라든지 “먹는 중에”처럼 말하는 분이 퍽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말마디는 한국 말투가 아니에요. 중국 말투입니다. 한국 말투대로 적자면 “그러는 동안에”와 “일하는 동안에”와 “먹는 동안에”예요. 또는 “그러는 때에”나 “일하는 때에”나 “먹는 때에”입니다.


  누구라도 생각을 살며시 기울이면 알 만하리라 싶지만, 누구라도 생각을 살며시 기울이지 않으면 알 만할 수 없겠구나 싶습니다. 곧, 오늘날 사람들은 늘 쓰는 말을 찬찬히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주고받는 말을 가만히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말마디가 어떠한가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내 동무와 이웃 말마디가 어떠한가를 살피지 않습니다.


  내 말마디를 돌아보지 않기에, 내 말마디를 한결 아름다이 북돋우거나 가꾸지 못합니다. 내 동무와 이웃 말마디를 살피지 않는 터라, 내 동무와 이웃이 한껏 어여삐 살찌우거나 보듬도록 돕거나 이끌지 못합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 그 어느 곳에서도 없었다
→ 그 어느 곳에서도 있지 않았다
→ 그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 그 어느 곳에서도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 그 어느 곳에서도 자취를 감추었다
→ 그 어느 곳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

 

  서로 어여삐 잘 쓰는 말은 기쁘게 어깨동무하면 됩니다. 서로 얄궂게 잘못 쓰던 말은 즐거이 갈고닦으면 됩니다. 하나씩 다스립니다. 하나하나 바로잡습니다. 한 마디이든 두 마디이든 슬기롭게 빚습니다. 한 마디부터 천천히 알뜰살뜰 꾸립니다. (4345.4.2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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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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