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59) 존재 159 : 요지경 같은 존재

 

“일단 잠자리가 편한지 확인해 보고 싶거든.” “정말로 에우메네스 맞지?” “응. 만날 때마다 요지경 같은 존재가 되어 가고 있어.”
《이와아키 히토시/오경화 옮김-히스토리에 (7)》(서울문화사,2012) 182쪽

 

  ‘일단(一旦)’은 ‘먼저’나 ‘무엇보다’로 다듬고, ‘편(便)한지’는 ‘좋은지’나 ‘아늑한지’나 ‘쓸 만한지’나 ‘될 만한지’로 다듬으며, ‘확인(確認)해’는 ‘알아보고’나 ‘살펴보고’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정(正)말로’는 ‘참말로’로 손봅니다. ‘요지경(瑤池鏡)’은 그대로 두어야 할 테지요. 다만, 글흐름을 살펴 새롭게 풀어낼 수 있어요. “-가 되어 가고 있어”는 “-가 돼”로 손질하면 됩니다.


  그나저나 이 글월에서도 ‘존재’를 곰곰이 돌아봅니다. 반드시 이 낱말을 넣어야만 했는가 살핍니다. 이 낱말이 아니라면 어떻게 내 넋이나 뜻을 나타낼 수 있는가 헤아립니다.


  곧, 아직 ‘존재’라는 한자말을 모르는 어린이가 이와 같은 자리에서 이야기를 한다고 떠올리면서, 어떤 낱말로 내 마음이나 생각을 들려줄 수 있는가를 곱씹습니다.

 

 요지경 같은 존재가 되어
→ 요지경같이 되어
→ 요지경 같은 녀석이 되어
→ 알쏭달쏭한 놈이 되어
→ 알 수 없는 모습이 되어
→ 아리송한 삶이 되어
→ 뭔지 모를 사람이 되어
 …

 

  여러 사람이 주고받는 말씨라 한다면, “만날 때마다 알쏭달쏭해진다니까”라든지 “만날 때마다 아리송하게 달라져”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따로 ‘녀석’이나 ‘모습’이나 ‘사람’ 같은 낱말로 다듬지 않아도 돼요. 말끔히 털어도 잘 어울립니다. ‘요지경’이라는 낱말을 그대로 살린다면 “요지경같이 되어”나 “요지경처럼 되어”로 적습니다. 또는, “요지경이 되어”로 적습니다.


  말빛을 생각합니다. 말넋을 돌아봅니다. 말결을 헤아립니다. 말씨를 톺아봅니다. 말마디를 살찌우는 길을 찾습니다. 말무늬를 북돋우는 길을 다스립니다. 말자리를 단단히 다지는 길을 갈고닦습니다.


  내가 쓰는 말은 나 스스로 생각합니다. 내가 나누는 말은 나 스스로 배워서 찾습니다. 내가 들려주고 싶은 말은 나 스스로 꾸준하게 갈고닦으면서 알차게 빛냅니다. 생각을 기울일 때에 비로소 살아나는 말입니다. 생각을 기울이지 않으면 지식을 쌓더라도 싱그러이 빛나지 못하는 말입니다. (4345.4.2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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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잠자리가 어떠한지 살펴보고 싶거든.” “참말로 에우메네스 맞지?” “응. 만날 때마다 알쏭달쏭한 모습이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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