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4.17∼19.
 : 비오는 밤에 아이와 자전거

 


- 어쩌다 보니 사흘 내리 밤자전거를 탄다. 게다가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밤자전거를 탄다. 시골은 길을 비추는 등불이 거의 없다. 아니, 아예 없다 해도 틀리지 않다. 우리 시골마을은 더 외지고 고즈넉하다. 등불을 달지 않은 자전거가 달리면 좀 아슬아슬하다 여길 수 있다. 내 자전거 등불은 건전지가 다 닳아 쓰지 못한다. 그래도 굳이 밤자전거를 달린다. 우리 시골마을 둘레를 다니는 자동차는 거의 없으니 걱정하지 않는다. 또, 나는 밤길 달리기를 퍽 좋아한다.

 

- 4월 19일은 어떤 날일까. 시골에서 살아가니 4월 19일이 되든 5월 16일이 되든 그닥 마음이 쓰이지 않는다. 4월 5일이라 해서 딱히 어떤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4월 5일을 나무 심는 날로 여기는 사람들은, 4월 5일이라는 기림날을 5월 16일이 기림날이 되도록 한 사람이 이 나라 시골마을을 온통 뒤집고 망가뜨리면서 만든 날인 줄 모른다. 게다가, 숲을 지키려면 ‘나무 심기’ 아닌 ‘씨앗 심기’를 해야 옳다. 씨앗을 심고, 씨앗이 흙 품에서 곱게 살아가도록 북돋아야 올바르다.

 

- 아이와 함께 밤자전거를 타며 밤을 누린다. 깜깜한 밤을 누린다. 아이더러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보라 이야기한다. 끝없이 조잘거리는 아이한테 조금은 입을 다물어 보라고, 조용히 귀를 기울여 물 가둔 논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들어 보라 이야기한다. 물 있는 논에서는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리지만, 물 없고 들꽃만 가득 핀 논에서는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이가 한참 조용히 있더니, “아버지, 개구리 어디서 우는데요?” 하고 묻는다.

 

- 저녁 일고여덟 시 무렵에 면으로 밤자전거를 타고 다녀온다. 시골 면소재지는 조용하다. 가게는 일찍 닫고, 길에 오가는 사람이 뜸하다. 볼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사내아이 하나 걸어서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본다. 깜깜한 밤길을 홀로 걸어서 집으로 가는 고등학생 사내아이는 날마다 어떤 마음이 될까.

 

- 사흘 내리 밤자전거를 타는 오늘은 빗방울이 듣는다. 비가 그친다 싶어 자전거를 몰았더니 면에 닿을 무렵 빗줄기가 굵어진다. 그래도 아이는 좋다고 한다. 돌이키면, 지난여름에는 태풍이 몰아치며 막비가 퍼붓던 날에도 아이랑 자전거를 탄 적 있다. 막비에다가 모진 바람이 칼날처럼 휘몰아칠 때에도 아이는 수레에서 새근새근 잠들었다. 더운 날에는 아버지랑 아이가 더위를 느끼며 자전거를 탔고, 추운 날에는 서로 꽁꽁 얼어붙으며 자전거를 탔다. 꼭 날이 좋을 때에만 자전거를 타란 법이 없다. 늘 타고 언제나 함께할 수 있어야 자전거마실이라고 느낀다.

 

- 빗물에 적은 깜깜한 길을 천천히 달린다. 옷이 젖는다. 아이가 뒤에서 조잘조잘한다. “응? 뭐라고?” “아버지 옷 다 젖는다구요.” “아, 그래? 비가 오니 하는 수 없어.” “네.” 수레 덮개를 내렸기에 아이는 비를 안 맞는다. 수레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아버지를 걱정해 주는구나. 고마운 아이 예쁜 아이와 자전거 나들이를 마친다. 이제 날이 개고 꽃바람 일렁일 때에 네 식구 다 함께 자전거 나들이를 할 수 있기를 빈다. 읍내 자전거집에 들러 옆지기 자전거 튜브랑 연장 몇 가지 사서 손질해 놓아야겠다.

 

(밤자전거 마실이라 사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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