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30) 얄궂은 말투 93 : 시인의 눈길이 아저씨에게로

 

시인의 눈길이 복숭아 장수 아저씨에게로 향했어. 복숭아 장수 아저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앵앵거리는 파리일까, 후끈한 열기일까
《김미혜-신나는 동시 따먹기》(창비,2011) 71쪽

 

  “시인의 눈길이”는 “시인 눈길이”나 “시인이 바라보는 곳이”로 다듬고, ‘향(向)했어’는 ‘갔어’로 다듬습니다. “후끈한 열기(熱氣)”는 겹말이니, “후끈한 기운”이나 “후끈함”이나 “후끈한 더위”로 손질합니다.

 

 시인의 눈길이 복숭아 장수 아저씨에게로 향했어
→ 시인 눈길이 복숭아 장수 아저씨에게 닿았어
→ 시인 눈길이 복숭아 장수 아저씨 쪽으로 갔어
→ 시인이 복숭아 장수 아저씨를 바라보았어
→ 시인이 눈길을 복숭아 장수 아저씨한테 보냈어
 …

 

  한국말에는 ‘과거분사’나 ‘현재진행형’은 없습니다. 외국말에는 과거분사나 현재진행형이 있어요. 외국책을 한국말로 옮기는 분들이 으레 ‘외국말 과거분사’와 ‘외국말 현재진행형’을 고스란히 적바림하며 한국말을 바꾸곤 합니다.


  한국말에는 ‘그녀’가 없습니다. 3인칭을 가리킨다는 대이름씨가 없는 한국말인데, 일본사람이 쓰는 ‘被女’를 ‘그녀’로 적으며 한국말에도 이런 대이름씨가 있어야 하는 듯 여기곤 합니다.


  이제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과거분사나 현재진행형이나 그녀라는 낱말이나 아주 거리끼지 않고 잘 씁니다. 아이들에 앞서 어른들부터 이런 말투가 귀와 눈에 익으며 손과 입에 익어요.

 

 너에게로 또 다시 돌아오기까지가 (x)
 너에게 또 다시 돌아오기까지가 (o)

 

  생각하기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말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다 여길 수 있습니다. 이제 새 한국말이 되어, 과거분사 꼴도 쓰고 현재진행형 꼴도 쓰며, 그녀 같은 낱말도 쓸 뿐 아니라, ‘-에게로’나 ‘-한테로’ 같은 토씨도 쓸 만하다 여길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에게로’에 ‘-의’까지 붙이곤 합니다. 이를테면 “나에게로의 여행”이라든지 “그녀에게로의 사랑”처럼 쓰기도 해요. 이처럼 쓸 때에 무언가 다른 뜻과 느낌을 담는다 말합니다. 이처럼 쓰지 않고서는 이녁 넋과 얼을 보여줄 수 없다 얘기합니다.


  사람들 스스로 참된 나를 찾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사람들 스스로 내 모습을 참다이 돌아보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안 깨닫거나 못 깨닫기 때문일까요. 말하려는 알맹이를 제대로 못 짚으면서 겉멋이나 겉치레를 부리기 때문일까요.


  내 눈길이 어느 쪽으로 갑니다. 나는 어느 곳을 봅니다. 눈길을 보낸다고도 합니다. 어느 자리에서는 ‘보낸다’가 어울릴 수 있겠지요. 눈길이라 하기에 ‘닿다’라는 낱말을 넣으면 잘 들어맞는다고 느낍니다. 어떻든, ‘본다’라는 뜻으로 쓰는 말입니다. “시인이 복숭아 장수를 본다”라는 글월을 꾸밈없이 쓸 수 있어야 하고, 이 글월에 차근차근 알맞게 살을 입힐 수 있어야 합니다.


  시를 쓴대서 말을 비틀어도 되지 않습니다. 소설을 쓴다기에 글을 비꼬아도 되지 않습니다. 문학을 하니까 말투와 말결과 말법을 흔들거나 무너뜨려도 되지 않아요. 말을 살찌우는 시입니다. 글을 북돋우는 소설입니다. 한국말을 일으키며 일구는 문학입니다. 좋은 넋으로 좋은 길을 찾는 좋은 문학이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4345.4.1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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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복숭아 장수 아저씨를 봤어. 복숭아 장수 아저씨는 파리 때문에 힘들까, 더위 때문에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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