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649) 퇴보적 1 : 완전 퇴보적이다
“달리 하고 싶은 건 아무것도 없고, 구직활동 같은 것도 나랑 안 맞는 것 같아서.” “완전 퇴보적이다. 그래서, 그래서? 오카모토는 연극 연습 같은 것도 해?”
《니노미야 토모코/오경화 옮김-87 clockers (1)》(대원씨아이,2012) 40쪽
“하고 싶은 건”은 “하고 싶은 일은”으로 다듬습니다. “구직활동() 같은 것도”는 “일자리 찾기도”나 “일할 곳을 찾는 삶도”나 “일거리 찾아 뛰어다니기도”로 다듬을 수 있고, “안 맞는 것 같아서”는 “안 맞는 듯해서”로 다듬을 만합니다. ‘완전(完全)’은 ‘아주’나 ‘참’이나 ‘매우’로 손질하고, “연습 같은 것도 해”는 “연습도 해”로 손질해 줍니다.
짧게 주고받는 말마디인데 ‘것(건)’이 곳곳에 지나치게 나타납니다. 오늘날 사람들 말투로 여길 수 있을 테지만, 얄궂거나 흔들리는 말마디가 널리 퍼지는 일은 슬픕니다.
국어사전에는 ‘퇴보적’이라는 낱말이 안 실립니다. 한자말 ‘퇴보(退步)’만 “(1) 뒤로 물러감 (2) 정도나 수준이 이제까지의 상태보다 뒤떨어지거나 못하게 됨” 두 가지 뜻으로 실립니다. 요사이 적잖이 쓰인다 싶기도 하는 ‘퇴보적’이라 여길 수 있는데, 이 낱말도 일본사람 입과 손을 거쳐 한국으로 스며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완전 퇴보적이다
→ 아주 고리타분하다
→ 참 구리다
→ 되게 낡았다
…
한자말 ‘퇴보’ 뜻을 헤아립니다. 누군가 이 한자말을 그럭저럭 쓸 수 있으나, 굳이 이 한자말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한국말로 ‘뒤로 물러감’이나 ‘뒤떨어지다’ 같은 낱말을 쓰면 넉넉합니다. 뒤로 물러가는 모습이란 ‘뒷걸음’입니다. 뒤떨어진 모습이란 ‘고리타분하’거나 ‘낡’은 모습입니다. ‘구리다’라 할 수 있고, ‘구리구리하다’라 해도 잘 어울립니다. ‘낡아빠졌다’라든지 ‘헌털뱅이’처럼 쓸 수 있어요.
‘퇴보적’이나 ‘퇴보’와 같은 낱말을 어떻게 다듬느냐 하고 생각할 일이란 없습니다. 이 나라에서 예부터 살아오던 사람들이 이러한 한자말로 가리킬 만한 모습을 예부터 어떤 낱말과 말투로 즐겁게 나타냈을까 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 생각을 어떻게 나타낼 때에 즐겁고, 서로서로 뜻과 넋을 어떠한 말씨로 담아서 나눌 때에 기쁜가를 생각하면 됩니다.
한국의 퇴보적 민주주의
→ 뒷걸음치는 한국 민주주의
퇴보적이고 시키는 대로 사는 로봇이 좋습니까
→ 고리타분하고 시키는 대로 사는 로봇이 좋습니까
앞으로 차근차근 한 발짝씩 나아가는 삶입니다. 내 좋은 앞날을 꿈꾸며 씩씩하게 한 걸음씩 내딛는 삶입니다. 어여쁜 삶을 어여쁜 넋으로 꿈꾸면서 어여쁜 말을 빚습니다. 빛나는 삶을 빛나는 얼로 바라면서 빛나는 글을 일굽니다.
생각 하나 씨앗 되어 다른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좋게 뿌리는 말씨앗이라면 좋게 거두는 숱한 말열매를 맺습니다. 얄궂거나 뒤틀린 채 뿌리는 말씨앗이라면 자꾸자꾸 얄궂거나 뒤틀리고 마는 말마디가 됩니다.
말을 빚는 삶을 어떻게 다스려야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기를 빕니다. 글을 엮는 꿈을 어떻게 북돋울 때에 흐뭇할까 하고 살피기를 빕니다. 스스로 아름다이 살아가려고 애쓸 때에 아름다이 살아갑니다. 스스로 알맞고 해맑게 말글을 빚자고 생각할 때에 비로소 알맞게 해맑게 빚을 말글을 찾습니다.
퇴보적 환경정책을 버릴 것이다
→ 한물 간 환경정책을 버릴 생각이다
→ 낡은 환경정책을 버리려 한다
흙을 살리면서 삶을 살립니다. 넋을 살리면서 말을 살립니다. 흙을 돌보면서 삶을 돌봅니다. 얼을 돌보면서 글을 돌봅니다. 흙을 가꾸면서 풀과 나무가 기쁘게 뿌리내릴 터전을 가꿉니다. 말과 글을 가꾸면서 내 이웃과 동무가 즐거이 어깨동무할 삶터를 가꿉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마음밭을 알뜰살뜰 여미면서 사랑할 수 있기를 꿈꿉니다. (4345.4.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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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하고 싶은 일은 아무것도 없고, 일자리 찾기도 나랑 안 맞는 듯해서.” “되게 고리타분하다. 그래서, 그래서? 오카모토는 연극 연습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