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좋은 나무와 나쁜 나무는 따로 없다. 다만, 나무 가운데에는 책꽂이로 짜면 더없이 어울리면서 한껏 빛나는 나무가 있다. 책꽂이로 짜면 잘 어울리는 나무를 베어 알맞게 칸을 질러 세우면 오래도록 향긋한 내음을 나누어 준다. 잘 짠 나무 책꽂이는 열 해나 스무 해 아닌 백 해나 이백 해가 흘러도 튼튼하게 책을 건사한다.


  좋은 책꽂이와 나쁜 책꽂이는 따로 있다. 더 비싸다 해서 더 좋은 책꽂이가 되지는 않는다. 나무조각이나 나무부스러기를 뭉쳐서 본드로 굳힌 판대기로 만든 책꽂이는 나쁜 책꽂이라 할 만하다. 칼라박스라 하는 책꽂이도 책꽂이라는 이름이 걸맞지 않다.


  나무로 짠 책상에 앉아 책을 읽으면 책상에서 슬몃슬몃 피어오르는 나무내음과 책종이에서 묻어나는 나무내음을 함께 느낀다. 나무걸상에 앉았으면 나무걸상 내음은 온몸을 감싸고 돈다. 책을 들고 들판으로 나와 풀숲에 앉아 나무 그늘 밑에 앉으면, 풀내음과 나무내음이 싱그러이 감돈다. 나무가 나누어 준 목숨으로 빚은 책이란 바로 나무가 새숨을 베푸는 곳에서 읽을 때에 가장 아름다이 받아들이며 가장 즐거이 누릴 수 있다고 깨닫는다.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은 오래오래 간다.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흙과 나무가 베푸는 먹을거리를 누리면서 튼튼하고 즐겁게 하루를 누린다.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을 허물어야 하면, 나무는 좋은 땔감으로 마무리되고 흙은 기름진 흙으로 돌아간다. 새 나무와 새 흙은 다시금 오래오래 잇는 좋은 보금자리가 되어 사람들 삶을 넉넉하게 북돋운다.


  목숨이 목숨을 낳고, 목숨이 목숨을 읽는다. 목숨이 목숨을 아끼고, 목숨이 목숨으로 살아낸다. (4345.4.9.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