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36) 초록의 4 : 초록의 도시

 

5월, 꽃이 지고 잎이 무성해지기 시작하는 계절이 시작되었다. 도쿄는 초록의 도시다. 어딜 가든, 상큼한 초록색이 마음의 선도를 -도쯤 신선하게 해 준다
《안수연-케이타이 도쿄》(대숲바람,2007) 124쪽

 

  “잎이 무성(茂盛)해지기 시작(始作)하는 계절(季節)이 시작(始作)되었다”는 “잎이 우거지는 철이 되었다”로 손질합니다. ‘초록색(草綠色)’은 ‘풀빛’이나 ‘푸른빛’으로 손보고, “마음의 선도(鮮度)를”은 “마음빛을”이나 “마음 빛깔을”이나 “마음을”로 손봅니다. “신선(新鮮)하게 해 준다”는 “싱그럽게 해 준다”나 “싱싱하게 해 준다”나 “산뜻하게 해 준다”로 손볼 수 있어요. 이 글월에서는 ‘-’라고만 적었지만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읽을까 궁금합니다. ‘빼기’로 읽는 사람이 있을는지, 아니면 온통 ‘마이너스(minus)’로 읽기만 할는지요.

 

 도쿄는 초록의 도시
→ 도쿄는 푸른 도시
→ 도쿄는 푸른빛 도시
→ 도쿄는 풀빛 도시
→ 도쿄는 푸른 빛깔 도시
 …

 

  도시 가운데 ‘기업이 새로 생겨 돈벌이 하기 좋다’는 도시가 아니라, ‘사람들이 푸른 숨결 마음껏 들이마시며 흙을 느끼기 좋다’는 곳이 있을까 없을까 모르겠습니다. 한국 바깥쪽에는 ‘푸른 내음 짙은’ 도시가 있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한국 안쪽에는 ‘푸른 물결 넘실거리는’ 도시란 아직 한 곳조차 없다고 느낍니다. 도시 한복판에 푸른 잎사귀 우거진 나무로 숲을 이룬 흙땅과 풀잎 빛깔 흐드러진 흙바닥을 실컷 누빌 만한 데가 하나조차 없다고 느껴요. 한국 도시는 온통 잿빛 도시입니다. 어디를 가도 시멘트요 아스팔트인 도시입니다. 어디를 가도 건물뿐이고, 자동차가 흘러넘칩니다. 바람과 물과 햇살과 흙과 풀과 나무를 한갓지게 누릴 터를 널찍하게 마련하는 도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입니다.


  숨을 쉴 틈을 마련하지 않으니, 사랑스레 생각할 틈을 스스로 마련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숨을 쉴 겨를을 헤아리지 않으니, 사랑스레 이야기꽃 피우는 꿈을 품지 못할 수 있습니다.


  나무 한 그루는 싱그러이 빛나는 숨결입니다. 풀 한 포기는 싱싱하게 빛나는 숨소리입니다. 햇살 한 조각은 산뜻하게 빛나는 숨넋입니다. 흙 한 줌은 상큼하게 빛나는 숨녘입니다.


  삶이 싱그러울 때에 말이 싱그럽습니다. 삶이 싱싱할 때에 말이 싱싱합니다. 삶부터 산뜻하지 못하니 말이 산뜻하기 바라지 못합니다. 삶조차 상큼하지 못하니 말마저 상큼하기를 바라지 못해요. 한국말은 언제쯤 어디에서 누가 예쁘게 보살피며 살릴 수 있을까요. (4345.3.3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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