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89] 톺아보다

 

 한국사람 가운데에는 한국땅에서 살아가지 않는 이가 있을 테고, 한국땅에서 살더라도 한국말을 안 쓰는 이가 있으리라 봅니다. 모두 똑같은 삶은 아닐 테니까요. 나는 내가 어린 날부터 내 어버이한테서 듣고 배운 말을 쓰는 한편, 나 스스로 새로 배우거나 찾거나 살핀 말을 북돋웁니다. 나로서는 누군가 나한테 사랑스럽거나 따스히 들려주는 말이 고마우며 좋습니다. 더 좋은 말이나 더 나쁜 말이란 따로 없지만, 내 넋과 얼을 따사로이 보듬도록 이끄는 말마디라면 참 좋게 여길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섯 살 적에도 말을 새롭게 배우고, 열다섯 살이나 서른다섯 살에도 말을 새롭게 배웠습니다. 노상 새 말을 배우고 새 삶을 일군다고 느낍니다. 마흔다섯 살이나 예순다섯 살을 살아간다 하더라도 한결같이 새 말을 익히며 새 삶을 누리겠지요. 왜 그런가 하고 따질 까닭 없이, 하루하루 새로운 나날이요, 같은 살붙이하고 같은 보금자리에서 얼크러지더라도 날마다 새로 생각하고 새로 숨쉬며 새로 이야기꽃을 피워요. 1995년쯤이었나 1998년쯤이었나, ‘톺아보다’라는 한국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처음 이 말을 들을 때에는 뭣하러 이런 낱말까지 국어사전에서 캐내어 쓰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생각이 바뀌었어요. 나 스스로 나한테 익숙한 말 틀이나 테두리에서 안 벗어나려 하면 새 말을 못 받아들여요. ‘살피다’와 ‘살펴보다’를 옳게 가려 쓸 줄 알아도 즐겁고, 여기에 ‘톺아보다’를 넣어 내 말밭을 한껏 북돋우면 훨씬 즐거워요. 곰곰이 돌이키면, 늘 새로 생각하고 언제나 새 하루 맞이하듯 노상 새 삶을 톺아보는 무지개빛 사랑이요 꿈입니다. (4345.3.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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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3-25 08:13   좋아요 0 | URL
왜 이글을 쓰셨는지 알겠습니다 ^^
그러고보면 아이들만 말을 배우는 것이 아니네요.

숲노래 2012-03-25 09:1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어른들이 날마다 새롭게 말을 배울 수 있으면,
아이들도 날마다 좋은 말을 즐거이 배울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뿌리깊은 글쓰기>라든지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같은 책을 자꾸자꾸 쓴답니다. 독자들보고 말을 배우라는 뜻보다, 어버이요 어른인 나부터 말을 제대로 배우고 싶거든요.

다만, 아직 이 뜻을 알아차린 분은 얼마 없는 듯해요 ㅠ.ㅜ 앞으로는 조금씩, 때로는 한꺼번에 확~ 그러다가 누구라도 즐거이 이 뜻을 기쁘게 나눌 수 있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