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우리 말 92] 내리실 승객과 하차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마실을 한다. 버스 유리창에 적힌 큼지막한 글월을 읽어 본다. “내리실 승객은 버스가 정차한 후 일어나 하차해 주시기 바랍니다”라 적혔다. 어딘가 말이 얄궂구나 싶더니, 글월 앞쪽에는 “내리실 승객”이라 하더니, 글월 뒤쪽에는 “하차해 주시기”라 했다. 그래, 앞이나 뒤나 “내리다”라는 한국말을 넣으면 되는데, 갑작스레 ‘하차(下車)’라는 중국말이 튀어나왔다. 마치, “파일을 올릴 때에는 이렇게 업로드하시기 바랍니다” 하고 말하는 꼴이라고 할까. 한국사람답게 사랑스러우며 살갑고 손쉽게 나누는 말을 생각하지 못하는 슬픈 말매무새라고 할까.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 버스 알림글을 적는다면, “내리실 분은 버스가 선 다음 일어나 내리시기 바랍니다”처럼 적겠지. (4345.3.10.흙.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