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씻는 책읽기
저녁 열 시가 넘도록 둘째 아이가 잠들지 않더니, 똥을 한 번 시원하게 눈다. 둘째는 아홉 시 살짝 넘은 때에도 똥을 푸지게 누었다. 그래, 이렇게 저녁똥을 누고 홀가분한 배를 두들기며 자려 했구나. 그런데 네 똥기저귀랑 오줌기저귀를 힘겨이 다 빨아 방에 널고는 좀 쉴까 했더니 다시 똥을 누네. 그러나 어찌 너를 탓하랴. 네가 이렇게 잠들기 앞서 신나게 놀며 똥을 누어 주니 고맙다 여겨야지. 한밤에 자다가 똥을 누면 얼마나 힘든데. 자다 깨어 기저귀를 갈다가 손에 똥이 질펀하게 묻으면 치우기 얼마나 까다로운데. 자칫 이불이 똥범벅이 되어 이불을 몽땅 빨아야 하면 얼마나 고단한데.
생각해 보니, 첫째 아이는 한밤에 자다가 똥을 누기 일쑤였다. 자다가 이불을 다 걷고는 새 이불을 깔고 덮으며, 밤에 똥이불을 애벌빨래 해서 담가 놓는 일이 참 잦았다. 둘째를 생각하면 둘째는 똥이불 빨래를 거의 내놓지 않는다. 한겨울이 가도록 아버지한테 똥이불 빨래를 시키지 않았다.
밑을 다 씻기고는 토실토실 엉덩이를 톡톡톡 치면서, 이 귀여운 녀석, 하고는 논다. 똥기저귀는 비누를 발라 두 차례 밑빨래를 하고는 뜨신 물에 담가 놓는다. 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간다. 아이는 어머니랑 좀 놀라 하고는, 남은 뜨신 물로 똥기저귀를 마저 빨래한다. 둘째는 열한 시가 되어 비로소 깊이 잠든다. 살포시 안아 이부자리에 눕히니 가만히 실눈을 뜨며 ‘어머니인가 아닌가’를 살피더니 ‘쳇, 아버지잖아’ 하는 눈짓으로 다시 눈을 감으며 숨을 고르더니 곯아떨어진다. 쳇, 아버지야말로 쳇이라고. (4345.3.2.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