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꽃 책읽기

 


 아직 겨울인 2월 끝무렵은 동짓날을 생각하면 해가 퍽 길지만, 봄이나 여름을 헤아리면 해가 꽤 짧습니다. 낮 서너 시를 지나면 차츰 기울고, 너덧 시쯤 되면 뉘엿뉘엿 해질녘입니다. 해질녘 아이와 함께 고샅길을 걷다가 아침에 들여다보던 봄까치꽃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앙증맞도록 작은 꽃송이는 거의 다 오므렸습니다. 이제 따순 햇볕이 고개 넘어 지니, 이 꽃들도 꽃잎을 앙 다물며 새근새근 잠들고 싶은 듯합니다. 이러다가 새벽을 지나 동이 트며 차츰 따뜻한 새날이 찾아오면, 밤새 오므리던 꽃잎을 벌려 새 햇살을 넉넉히 받아먹겠지요.

 

 새벽에 잠을 깨고 아침에 활짝 펴서 낮에 흐드러지며 저녁에 곱게 잠듭니다. 고요한 하루이고 즐거운 삶입니다. 맑은 소리이고 좋은 가락이며 기쁜 꿈입니다.

 

 생각해 보면, 식물도감에 ‘활짝 핀 꽃망울’ 그림이나 사진만 실을 뿐, ‘잠자는 꽃망울’ 그림이나 사진을 싣지 않습니다. 그림책이든 사진책이든 꽃을 다루는 이들이 활짝 피는 꽃망울처럼 고요히 잠드는 새근새근 꽃자락을 나란히 보여주는 일이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두 얼굴이나 두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온삶을 살피고 온넋을 헤아리며 온빛을 담을 줄 알아야 합니다. (4345.2.2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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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2-25 10:37   좋아요 0 | URL
저 아래 피었던 녀석들이 저렇게 옹크리고 자는건가요?
진짜 그런건가요? 이파리는 비슷한데.... 피곤한가봐요, 다들, 잘두 자는군요. ^^

숲노래 2012-02-25 11:04   좋아요 0 | URL
저 아래하고 같은 꽃이에요.
저녁이 되면 다들 이렇게
새근새근 자요~

진주 2012-02-25 20:52   좋아요 0 | URL
그쪽은 많이 따스한가봐요.
봄까치 꽃이 벌써 피었네요.
여기선 개불알꽃이라고 해야 알아 들어요^^;;

숲노래 2012-02-25 22:05   좋아요 0 | URL
네, 그런데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
꽃이 봉오리를 굳게 다물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