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아파요 - 세계우수창작동화 100선 18
마르타 코시 글.그림 / 예지현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도시는 깨끗해지지 않는다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39] 마르타 코시, 《숲이 아파요》(푸름이동사모,2004)

 


 도시는 깨끗하지 않습니다. 깨끗한 도시는 이 나라에 없습니다. 모르는 노릇인데, 이웃한 다른 나라에도 깨끗한 도시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도시라는 곳이 되면, 지구별 어디에서나 지저분한 터전이 되고 만다고 느낍니다.

 

 한국땅 서울에는 청계천이 있답니다. 청계천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청계천에서 흐르는 물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서울사람은 청계천 물을 ‘먹는물’이나 ‘씻는물’로 삼지 않아요. 댐에 가둔 물을 수도꼭지를 틀어서 쓰고, 이 물조차 정수기를 달아 다시금 걸러야 합니다.

 

 물을 마실 수 없는 도시에서는 바람도 마실 수 없습니다.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물을 마시지 못할 뿐더러 바람조차 마시지 못하니, 이곳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몸이 튼튼할 수 없습니다. 서울에는 크고작은 병원이 곳곳에 수없이 늘어설밖에 없어요.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도시이기에, 아프고 만 사람들을 낫게 해 준다며 돈벌이를 하는 병원이 그득그득 있어야 해요.


.. 깊은 숲 속 마을에 동물들이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어요 ..  (3쪽)

 


 시골이라 해서 어디나 맑은 물과 바람이지는 않습니다. 요즈음은 도시가 넘치고 넘치면서 공장을 시골로 옮기거든요. 도시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 땅값이 올라, 땅값 싸면서 물 마음껏 쓰고 버릴 수 있는 시골로 공장을 옮기거나 새로 짓거든요. 더구나, 도시 한복판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은 드뭅니다. 한갓지며 깨끗한 시골자락을 밀고 깎아 골프장을 짓습니다. 골프장 잔디를 늘 푸르게 한다며 풀약을 어마어마하게 치고 물을 허벌나게 씁니다. 제주섬에 있는 골프장에서 쓰는 물은 삼다수라는 먹는샘물 회사가 뽑아올리는 물보다 몇 곱이 많아요. 제주섬이 깨끗하다 하고 관광하기 좋은 데라 하지만, 골프장 넘치는 제주섬이라 한다면 사람이 사람다이 살아가기는 힘들다고 느껴요.

 

 곧, 도시사람은 도시에 바글바글 모이면서 스스로 삶터를 옥죄고, 시골은 시골대로 공장과 골프장으로 더럽히거나 망가뜨립니다. 게다가, 큰도시와 큰도시를 더 빠른 길로 잇는다며 고속도로와 고속철도를 끊임없이 새로 지어요. 이러는 동안 시골사람은 도시사람 때문에 삶터를 잃거나 빼앗깁니다. 시골마을이 짓밟혀요.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곁으로 보이는 시골마을은 모조리 도시사람 때문에 짓이겨진 슬픈 터전입니다.


.. 동물들의 병은 낫지 않았어요. 어제는 사슴과 다람쥐가 죽었어요. (멧골 아이) 리사는 큰 소리로 엉엉 울었어요 ..  (11쪽)

 


 도시는 깨끗해지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도시는 돈을 놓고 돈을 벌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깨끗해질 수 없다고 느낍니다. 환경부담금을 내도록 한대서 깨끗해지지 않습니다. 돈이 모일 뿐입니다. 도시에는 발전소가 없습니다. 도시에는 쓰레기 묻거나 태우는 터가 몇 없습니다. 도시에는 핵발전소 폐기물 묻는 터가 없습니다. 도시에는 ‘위해 시설’이나 ‘유해 시설’을 들이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도시에 숲을 이루도록 흙땅을 건사하는 일이란 보이지 않습니다.

 

 숲을 마련하지 않고, 그나마 남은 논밭이랑 얕은 멧자락을 허물어 아파트를 짓는 도시입니다. 이러한 도시가 깨끗해질 일이란 터럭만큼도 없습니다. 도시는 날마다 더 더러워집니다. 도시는 날마다 더 지저분한 먼지를 온누리로 흩뿌립니다. 도시사람은 자가용을 몰아 도시뿐 아니라 이웃 시골마을까지 더럽힙니다. 자가용을 몰면서 골골샅샅 누비는 동안 정갈하던 시골자락마저 지저분해집니다.

 

 장비를 갖춰 산을 타니까 산이 망가집니다. 자전거를 몰고 산을 오르내리니까 산이 깎입니다. 나쁜벌레 막는다며 헬리콥터로 농약을 온 들판과 멧자락에 뿌려대니까 숲이 몸살을 앓습니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숲에서 자라는 나무를 베어 종이로 쓴다거나 가구를 짠다거나 하는 일이 많지 않은데, 이마저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숨을 마음껏 들이쉴 만한 터전이 못 됩니다.


.. 야콥은 숲 속을 나와 어느 도시에 도착했어요. 도시의 수많은 공장 굴뚝에서는 하루 종일 새까만 연기가 나왔어요. 또 거리의 자동차들은 쉴새없이 더러운 연기를 뿜어내며 달렸어요. 콜록콜록! 야콥은 숨쉬기조차 힘들었어요 ..  (12쪽)

 

 


 돈을 벌자면 도시로 가야 한다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도시로 가야 더 크나크다 하는 돈을 벌겠지요. 요즘 같은 누리에서 시골로 가면 돈구멍이 없다고 합니다. 옳은 말입니다. 시골에서 돈벌이를 얼마나 하겠습니까. 시골에서 푸성귀를 일구거나 곡식을 거두어도 도시에 내다 팔아야 돈을 벌 테니까, 도시하고 안 이어지면 돈구멍이 없어요.

 

 그러나, 돈 아닌 삶을 생각한다면 도시에서 삶찾기는 까마득합니다. 밥이 되는 곡식과 열매와 푸성귀를 잊는 도시에서 어떤 삶을 찾고 어떤 사랑을 느끼며 어떤 사람을 사귀는가요.

 

 오늘날 사람들은 삶이 아닌 돈을 찾으니까 도시로 몰리기만 해요. 오늘날 사람들은 아이들한테 사랑 아닌 지식을 가르치려 하니까 더 커다란 도시 더 커다란 학교로 내몰기만 해요. 오늘날 사람들은 어깨동무할 이웃이랑 동무를 사귀기보다는 이름값 드날리는 데에 기울어지니까 수수한 꿈과 믿음이랑 동떨어지고 말아요.

 

 왜 아이들한테 자동차를 익숙하게 하나요. 왜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텔레비전하고 사귀도록 하나요. 왜 아이들이랑 흙을 밟으며 먹을거리 일구는 삶을 잊는가요. 왜 아이들이랑 도란도란 이야기꽃 노래잔치 벌이는 꿈 같은 하루하고 멀어지나요.

 

 가수가 되어야 할 아이들이 아니라, 노래를 좋아하고 즐기는 아이들이어야 사랑스럽습니다. 공무원이 되어야 할 아이들이 아니라, 스스로 땀흘려 일하는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는 아이들이어야 믿음직합니다. 있는 집에 시집장가 가야 할 아이들이 아니라, 꿈과 사랑과 믿음이 얼크러진 좋은 넋으로 살아가는 짝꿍을 만나는 아이들이어야 아름답습니다.


.. (멧골 아이 야콥은) 광장으로 달려가 큰 소리로 외쳤어요. “왜 착한 내 친구(멧짐승)들을 괴롭히는 거예요?” 그때 도시의 대표가 나와서 말했어요. “네 친구들이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계속 말썽을 피웠단다. 그런데 넌 어디서 왔니?” “저는 숲 속 마을에 사는데, 동물들이 아파서 약을 구하러 왔어요. 여기서 날아온 나쁜 공기 때문에 동물들이 아파요. 제발 도시를 깨끗하게 해 주세요!” ..  (19쪽)

 


 마르타 코시 님 그림책 《숲이 아파요》(푸름이동사모,2004)를 읽습니다. 2002년에 ‘예지현’이라는 데에서 처음 나왔다가 사라진 《동물들이 아파요》가 2004년에 새옷을 입었으나, 《숲이 아파요》라는 이름으로 나온 그림책은 전집 가운데 하나입니다. 따로 찾아 읽을 길이 없습니다.

 

 이 그림책은 아주 단출하고 짤막하게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첫째, 숲은 즐거웠습니다. 둘째, 숲이 갑자기 앓아눕습니다. 셋째, 숲을 살리려고 길을 떠납니다. 넷째, 도시에 닿아 숨이 막혀 죽을 뻔합니다. 다섯째, 도시에서 따돌림받고 들볶이는 들짐승을 만납니다. 여섯째, 도시사람더러 제발 서로서로 살아남을 길을 찾자고 외칩니다. 일곱째, 숲으로 돌아온 아이는 숲동무랑 예전처럼 조용하면서 아름다이 살아갑니다.

 

 숲이 아프고 도시가 아픈 까닭은 오직 하나입니다. 공장과 자가용, 이 두 가지입니다. 공장과 자가용으로 대표하는 도시살이란 바로 ‘돈’입니다. 돈 때문에 공장을 짓고, 돈 때문에 공장을 지으면서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늘어납니다. 공장 일꾼이 늘어나며 공무원도 늘어나고, 이것저것 끝없이 늘리고 늘리면서 도시는 몸집이 커질 뿐, 이 커진 몸집을 어찌 건사해야 하는가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돈은 끝없이 쌓이는데, 끝없이 쌓이는 돈으로 무얼 해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나날이 되는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제성장을 이룬들 밥을 나누지 않으면 부질없습니다. 수출을 많이 한들 땅을 나누지 않으면 덧없습니다. 맑은 물과 바람과 햇살과 흙과 풀을 누릴 수 있는 터로 이 나라를 돌보아야 합니다. 내가 살고 네가 살며 우리가 살아가자면, 도시사람 아닌 숲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도시를 버리고 숲을 살려야 합니다. 길은 오직 하나입니다. (4345.2.18.흙.ㅎㄲㅅㄱ)


― 숲이 아파요 (마르타 코시 글·그림,김요한 옮김,푸름이동사모 펴냄,200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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