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29) 얄궂은 말투 92 : 토씨 ‘-의’ 끼어드는 말투

 

.. 사진에 찍혀진 것을 두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것이 순수 사진인지 다큐멘터리 사진인지, 카메라는 뭘 썼는지, 이런 논의들을 그는 철저히 배제했다 ..  《박태희-사진과 책》(안목,2011) 168쪽

 

 “찍혀진 것”은 “찍혀진 모습”으로 다듬고, ‘의도(意圖)’는 ‘뜻’이나 ‘생각’으로 다듬습니다. “이런 논의(論議)”는 “이런 말”이나 “이런 얘기”로 손질합니다. “철저(徹底)히 배제(排除)했다”는 “모두 털어냈다”나 “모조리 거슬렀다”나 “하나도 살피지 않았다”나 “조금도 돌아보지 않았다”나 “하나같이 따지지 않았다”로 손봅니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 작가 의도는 무엇인지
→ 작가는 무엇을 의도했는지
 …

 

 글쓴이는 글쓴이 생각을 한자말로 밝힐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작가 의도는 무엇인지”나 “작가는 무엇을 의도했는지”처럼 적을 수 있어요. “작가로서 의도가 무엇인지”나 “작가는 어떤 의도였는지”처럼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한자말 ‘의도’를 덜고 “작가 생각은 무엇이었는지”나 “작가는 무엇을 뜻했는지”처럼 적을 수 있어요. 뜻이나 생각이나 넋이 어떠한가를 알맞게 드러내면 됩니다.

 

 국어사전에서 한자말 ‘의도’를 찾아봅니다. 뜻풀이를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 또는 무엇을 하려고 꾀함. ‘본뜻’으로 순화.”라 적습니다. 그러니까, 한국말 ‘생각’이나 ‘꾀하다’를 한자말 ‘意圖’로 가리키는 셈입니다.

 

 처음부터 ‘생각’이나 ‘꾀하다’ 같은 낱말을 쓴다면 가장 좋으리라 봅니다. 굳이 ‘의도’ 같은 낱말을 쓸 일은 없을 텐데, 둘레에서 이러한 한자말을 익히 쓴다면 나도 모르게 익숙해지거나 길들기 마련이에요. 내 말투는 나 스스로 가다듬지만, 내가 살아가는 터전에서 내 살붙이와 내 이웃과 내 동무 말투를 들으며 익히곤 합니다. 내가 읽는 책에 적힌 글투를 읽으며 내 글투로 삼곤 합니다.

 

 작가는 무엇을 뜻했는지
 작가는 무엇을 생각했는지
 작가는 어떤 생각이었는지
 작가는 무슨 뜻이었는지
 …

 

 좋은 넋으로 좋은 삶을 일구려 한다면, 내가 주고받을 말마디는 좋은 느낌과 마음이 곱게 배어듭니다. 토씨 ‘-의’를 붙인대서 좋은 느낌과 마음이 안 배어들지는 않습니다. 빈틈없이 올바로 말을 한달지라도 알맹이가 없다면 부질없거든요. 어떤 넋이요 무슨 생각으로 하는 말인가를 살펴야 합니다.

 

 좋은 터에 좋은 집을 마련해서 좋은 사람들과 살아가고픈 꿈을 꾼다면, 내가 쓰고 읽을 글은 좋은 꿈과 사랑이 살포시 묻어납니다. 토씨 ‘-의’를 안 쓸 줄 알기에 더 부푼 꿈을 싣는 글을 쓴다거나 더 따스한 사랑을 담는 글을 쓰지는 않겠지요. 빛나는 글이냐 수수한 글이냐에 앞서 나 스스로 얼마나 사랑하는 손길로 가다듬는 글인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사진에 찍힌 모습을 두고 무얼 꾀했는지
 사진에 찍힌 모습이 무슨 뜻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사진으로 찍었는지

 

 보기글처럼 “(누구)의 (무엇)은 어떠한가”처럼 글을 쓰면, ‘무엇’ 자리에는 으레 한자말이 깃듭니다. 말투부터 우리 말투가 아니니, 낱말을 우리 낱말로 넣기는 쉽지 않아요. 오래도록 버릇처럼 굳은 말투이거든요.

 

 “아버지의 생각은 어떤데요?”는 우리 말투가 아닙니다. “아버지 생각은 어떤데요?”나 “아버지는 어떤 생각인데요?”나 “아버지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나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가 우리 말투입니다. 낱말을 놓는 자리를 제대로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은/-는/-이/-가’ 토씨를 넣어야 할 자리에 ‘-의’를 넣기에 뒷자리 토씨도 흔들립니다. 한겨레말에서 임자토씨는 안 쓰기도 하기에 “아버지 생각”처럼 말을 하고 글을 써요. “아버지 생각”처럼 적으면 “아버지가 품는 생각”과 “아버지를 그리는 생각” 두 가지를 나타내는데, 어느 뜻으로 썼는가는 말흐름이나 글흐름으로 헤아립니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한국말을 옳게 물려주면 좋겠어요. 마을에서 어른은 어린이한테 한국말을 옳게 들려주면 기쁘겠어요. 학교에서 교사는 학생한테 한국말을 옳게 가르치면 고맙겠어요. (4345.2.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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