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겨울 해바라기 책읽기
날이 무척 폭하다. 아직 이월이지만 벌써 봄이 찾아왔나 싶도록 따스한 날이다. 아이 어머니는 일산 친정집 마실을 함께 다녀오느라 쓰러진 채 일어날 줄 모르고, 두 아이는 언제나처럼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서 놀자고 부산스레 떠든다. 나도 힘들어 더 눕고 싶으나 어쩌는 수 없다. 일어나서 둘째를 업고 첫째는 뒤꼍 흙땅에서 뛰며 놀라 할밖에.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라, 헛간에서 깔개를 꺼낸다. 마당 한복판에 펼친다. 두 겹으로 펼치고 돗자리를 깐다. 둘째는 이불을 둘 돌돌 말아 무릎에 누여 토닥토닥 노래 부르며 재운다. 삼십 분 즈음 무릎에 누여 토닥이니 슬슬 잠든다. 둘째가 잠든 모습을 보고 나서 얼굴에 해가 덜 들도록 이불깃을 세우고는 빨래를 하기로 한다. 첫째는 따순 햇살 내리쬐는 마당에서 혼자 신나게 잘 놀아 준다. 머잖아 그야말로 따순 봄이 찾아들면, 우리 식구는 집 바깥에서 흙을 쪼거나 풀밭을 찾아다니며 놀겠지.
다 마른 빨래는 걷고 새로 한 빨래는 넌다. 잠든 둘째 곁에 나란히 누워 책을 조금 읽는다. 둘째가 깰 때까지 책 두 권을 읽어 냈다. (4345.2.16.나무.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