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닿기를 4
시이나 카루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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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사람과
 [만화책 즐겨읽기 113] 시이나 카루호, 《너에게 닿기를 (4)》

 


 좋아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나날은 좋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나날은 사랑스럽습니다.

 그지없이 마땅한 소리인데, 참 쉽게 잊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지없이 마땅하기에 날마다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며 지내기도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내 하루가 좋은 삶이라 여긴다면 나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어 내 곁 좋은 사람들 마음에 좋은 사랑이 싹트도록 힘을 쏟을 수 있겠지요. 내 하루가 사랑스러운 삶이라 느낀다면 나부터 사랑스러운 일놀이를 붙잡으며 내 둘레 사랑스러운 사람들 가슴에 좋은 꿈이 피어나도록 마음을 기울일 수 있겠지요.

 

 곧, 누구나 스스로 좋아하는 사람과 살아가야 할 노릇이구나 싶어요.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짝을 짓고 집을 지으며 사랑을 지어야 할 노릇이구나 싶어요.

 

 가장 좋아하지 않으면서 돈에 휩쓸린다든지 이름값에 휘둘린다든지 무슨무슨 끈 때문에 얽매인다면, 서로서로 슬픔과 생채기와 아픔만 쌓이리라 느껴요. 가장 좋아하는가 하는 대목이 아닌, 얼굴을 본다거나 몸매를 본다거나 껍데기를 보았다면, 서로서로 아픔과 미움과 시샘이 생겨나리라 느껴요.


- “네가 훨씬 잘 어울려.” “사와코, 그럼.” “하지만, 내가 진심으로 응원해 줄 수 없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어. 카제하야는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야.” (8∼9쪽)
- ‘혹시 카제하야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치절하게 대해 줬다면, 난 같은 마음을 갖게 됐을까?’ (16쪽)


 가장 좋아하는 사람하고 살아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곳에서 살아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밥을 먹어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꿈을 꾸어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살림을 꾸려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나들이를 즐기고, 가장 좋아하는 말마디로 내 넋을 가꿔야 해요.

 

 오직 하나 아닌가 싶어요. 내가 낳은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도록 곁에서 돕고 보살피는 길은 오직 하나, 아이들 스스로 저마다 가장 좋아하는 삶을 찾도록 하는 데에 있으리라 생각해요.

 

 아이들은 굳이 영어를 잘 해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꼭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학원뿐 아니라 학교조차 애써 다녀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오직 하나, 제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아야 해요. 아이들 어버이를 둘러싼 여러 어른한테서 즐거이 사랑을 받아야 해요.


- ‘처음으로 또렷하게 한 마디의 단어로 의식한 말.’ (62∼63쪽)
- “어떻게 특별하단 걸 알아?” “그거 꼭 논리정연하게 대답해야 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아주 특별해져 있었어.” (104∼105쪽)
- ‘눈앞의 카제하야를 느끼는 이 마음이 전부 사랑이겠지?’ (132∼133쪽)


 시이나 카루호 님 만화책 《너에게 닿기를》(대원씨아이,2007) 넷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첫째 권부터 넷째 권에 이르기까지 이 만화책에 흐르는 이야기는 오로지 하나예요. 가장 좋아하는 삶, 가장 좋아하는 사람, 가장 좋아하는 일, 가장 좋아하는 꿈, 가장 좋아하는 길, 가장 좋아하는 말, 가장 좋아하는 나날이에요.

 

 둘째로 좋거나 셋째로 좋을 만한 삶은 찾지 않아요. 가장 좋아할 만한 삶을 찾아요. 넷째로 좋거나 막째로 좋을 만하다 싶은 삶은 헤아리지 않아요. 저마다 한 번씩 누리는 이 좋은 삶이니까, 이 좋은 삶이 그야말로 빛나도록 도울 가장 좋은 일을 찾아요.

 

 내 마음을 사로잡는 가장 좋아할 만한 사람은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둘이서만 지내는 삶은 아니에요. 좋은 동무는 차례를 매기거나 번호를 붙이지 못하거든요. 누가 누구보다 더 좋다고 가를 수 없거든요.

 

 함께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동무이자 이웃이요, 가장 좋아하는 꿈을 실어 가장 아리따이 빛날 이야기를 이루는 옆지기예요.


- “사와코, 꼬임에 넘어가지 않게 조심해. 넌 그저 네 마음을 우선으로 생각하면 되는 거야. 알았지?” (91쪽)
- “친구한테 말한다는 건, 이렇게 가슴이 설레는구나. 나한테 말해 줬을 때, 너도 이랬겠지?” “친구 아니라고, 그러니까 너랑 똑같이 취급하지 말라고 했잖아.” “긴장, 되지 않았어? 조금 쑥스럽지 않았어? 조금 기쁘지 않았어?” (192∼193쪽)


 만화책 《너에게 닿기를》에 나오는 아이들은 고등학생입니다. 어른들이 바라보기에 ‘기껏 열대여섯’ 또는 ‘고작 열예닐곱’ 또는 ‘이제 열일고여덟’밖에 안 된 철부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 자리에서 아이들 삶으로 바라보자면 어느 하루라도 놓칠 수 없이 고맙고 좋으며 기쁘고 사랑스러운 꿈이에요.

 

 먼 앞날 연봉 높은 회사에 들어갈 일을 꾀하며 오늘 하루는 시험공부로 내다 버려야 하지 않습니다. 시험성적을 높이고자 오늘 하루를 흘려보내도 되지 않아요.

 

 온 하루를 즐길 삶입니다. 모든 하루를 고맙게 맞아들일 삶입니다. 나한테 즐거운 하루이고, 너와 함께 기쁜 나날입니다.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좋은 빛을 네 가슴속에 조그마한 씨앗 하나로 심어 함께 돌보고픈 꿈입니다.


- ‘처음 겪는 일이라, 정말 그런 건지 그렇지 않은 건지 모르겠어. 하지만, 이 마음이 사랑이면 좋겠고, 사랑이길 바란다고 강하게 아주 강하게 생각했다.’ (110∼111쪽)
- ‘나 있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해. 카제하야를 좋아하는 것도, 그 마음을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다는 것도, 모든 걸 혼자서 완결하지 않는 세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행복하구나.’ (148∼149쪽)


 아이들 마음속에서 푸른 사랑이 자랍니다. 어른들 마음속에서 붉은 열매가 맺습니다. 아이들 마음밭에서 새싹이 틉니다. 어른들 마음밭에서 곧고 씩씩하게 줄기가 뻗어 이윽고 우람한 나무로 자랍니다.

 

 누구나 푸른 사랑 예쁜 씨앗을 품어요. 누구나 푸른 사랑 예쁜 씨앗을 튼튼하고 우람한 나무로 키워요. 누구나 푸른 사랑 예쁜 씨앗에서 비롯한 튼튼하고 우람한 나무에서 맺는 싱그럽고 달콤한 열매를 맛보면서 아름다이 누리는 삶이에요. (4345.2.11.흙.ㅎㄲㅅㄱ)


― 너에게 닿기를 4 (시이나 카루호 글·그림,서수진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07.12.15.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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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2-02-11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올~된장님께서 이런 책을 보신다니! ㅎㅎ
새롭습니다 ㅋㅋㅋㅋ
초딩,중딩 여학생들만 보는 게 아니었군요~오글오글 간질간질 ㅋㅋㅋ

숲노래 2012-02-15 08:23   좋아요 0 | URL
벌써 4권째 느낌글이거든요.
(앞 세 권도 느낌글을 썼어요)

그런데 이 만화책은 초중딩을 넘어 고딩이나 대딩
아이들도 즐거이 읽을 만하지 싶어요.

남자 아이들이 좀 이런 만화라도
읽어 주면 좋겠구나 싶기도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