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으로 책을 펼친 어린이
나는 몇 살부터 만화책을 읽었는지 모른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나는 만화책을 꽤 많이 보기에 우리 아이는 어린 나날부터 만화책을 곧잘 펼친다. 요즈음 함께 보는 만화영화에서 해님을 빛살이 한 줄로 죽죽 퍼지듯 그리는데, 아이가 해를 그린답시고 만화영화에 나온 모습대로 그린다. 꽤 어처구니가 없으나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예전에는 해를 이렇게 그리지 않았잖니. 옆지기가 아이더러 밖에 가서 해를 보고 오라 이야기한다. 아이는 바깥에서 해를 바라보더니, 아이 눈부셔, 하고는 방으로 돌아와서 제 눈으로 바라본 대로 해를 그린다. 예전과 같은 해 그림이 나온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그림책을 장만할 때면, 줄거리도 줄거리이지만 그림이 어떠한가를 살필밖에 없다. 마냥 예쁘게 그리려 하는 그림책은 도무지 손이 닿지 않는다. 참 어여쁘다 싶은 그림이기에 장만하는 그림책이 있기도 하지만, 억지스레 예쁘게 그리는 그림은 하나도 달갑지 않다.
아이는 아톰 만화책이랑 도라에몽 만화책을 참 자주 들여다본다. 글을 모르니 그림만 볼 텐데, 이제 그림만 보면서 줄거리를 퍽 알아채는 듯하다. 제 아버지가 책을 읽을 때에 으레 한손으로 쥐고 다른 한손으로는 볼펜을 쥐니, 아이는 제 아버지 모습을 고스란히 따라한다. 한손으로 자그마한 만화책을 들어 펼치려 한다. 그래, 한손으로 읽어도 좋기는 한데 잘 잡아야 책이 안 망가진단다. (4345.1.26.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