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 아버지 글쓰기
기저귀싸개를 기운다. 첫째 아이가 이태 남짓 썼고, 둘째가 다시 여덟 달째 쓰는데, 기저귀싸개는 거의 날마다 빨래를 한다. 첫째 때에는 이 기저귀싸개를 하루에 두 차례 빨래한 적이 있고, 어느 날에는 세 차례까지 빨래해야 하기도 했다. 기저귀도 천이 낡고 닳아 첫째한테 쓰던 기저귀는 둘째한테 쓸 수 없어 새로 장만했다. 둘째가 쓰는 기저귀 또한 둘째가 기저귀를 떼고 나면 고스란히 남으리라. 이 낡고 닳은 천은 다른 데에는 못 쓸 텐데, 옆지기는 이 천을 하나하나 이어 커튼으로 삼으면 된다고 말한다. 몇 장은 걸레로 써 보는데, 걸레로 해도 꽤 좋기는 한데, 워낙 낡고 닳아서 금세 너덜너덜해지고 만다.
첫째하고 함께 살던 첫무렵, 기저귀 올이 차츰 풀리며 구멍이 나면 한 땀 한 땀 기우곤 했다. 바느질로 기우면 이 자리가 살에 닿을 때에 꺼끌꺼끌하다 하기에, 나중에는 기우지 않고, 구멍난 자리를 살살 달래며 빨래하고 개키기를 했다. 둘째가 쓰는 기저귀도 두 장은 구멍이 조그맣게 났다. 기우고픈 마음이 굴뚝같으나 빨래하고 개킬 때에 살살 하자고 생각한다.
까만 실을 길게 잘라 두 가닥으로 한 다음 바늘귀에 실을 꿴다. 끄트머리를 두 차례 매듭짓고 천천히 바느질을 한다. 생각해 보면, 내 양말들도 뒷꿈치를 기워야 한다. 내 청바지도 천을 대서 마저 기워야 한다.
내 옷은 나중에 기우자 생각하며 으레 한참 뒤로 미루기 일쑤이다. 다른 옷을 입으면 된다 여기고, 아이들 옷가지와 기저귀를 먼저 챙긴다. 아마, 내 어버이와 옆지기 어버이도 이와 같이 우리들을 돌보며 살아오시지 않았을까. 내가 괜히 이렇게 바느질을 한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내가 받은 사랑이 내 마음과 몸에 곱게 감돌면서, 이처럼 한 땀 두 땀 손을 놀리리라 믿는다. 아이들하고 나누는 사랑은 아이와 어른 모두한테 좋은 씨앗이 되어 마음밭에 뿌리를 내린다. 서로서로 나누는 사랑은 서로서로 소담스런 열매가 된다. 해맑은 꽃이 피어난다. 나는 사랑이 어린 씨앗과 꽃과 잎사귀와 열매를 받아먹으며 글을 쓸 수 있다. (4345.1.16.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