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59) 육아 품앗이

 

.. 이처럼 ‘좋은 사이’ 엄마들은, 아이를 유치원이나 일반 어린이집 같은 전문 보육시설에 맡기는 엄마들은 결코 맛볼 수 없는 최고의 행복감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육아 품앗이로 함께 아이를 키우는 숲 활동의 진수이다 ..  《아이카와 아키코/장희정 옮김-흙에서 자라는 아이들》(호미,2011) 107쪽

 

 국어사전에 ‘공동육아(共同育兒)’라는 낱말이 실려요. 공동육아 하는 분이 온 나라 곳곳에 참 많은 만큼, 이렇게 국어사전 올림말까지 되는구나 싶어요.

 

 국어사전 ‘공동육아’ 말풀이는 “여러 집의 어린아이들을 모아서 양육자가 한곳에서 기르는 일”입니다. 조금 더 쉽게 적으면 좋을 테지만, 올림말로 다룬 대목만으로도 고맙기는 합니다. 나라면 “여러 집 아이들을 모아 어버이들이 한곳에서 함께 돌보거나 가르치는 일”이라고 적겠어요.

 

 언제부터 누가 ‘공동육아’라는 낱말을 썼는지 잘 몰라요. 이제는 널리 쓰는 낱말이니 따로 무어라 가리킬 까닭은 없다 할 텐데, 나는 이 낱말이 입에 잘 달라붙지 않아요. 처음 들을 때부터 퍽 낯설었어요. 왜 이 낱말을 써야 하는지 알쏭달쏭하고, ‘공동’이나 ‘육아’가 아니면, 서로서로 힘을 모아 아이를 돌볼 수 없는지 궁금해요.

 

 품앗이 : 힘든 일 서로 거들기
 두레 : 바쁜 흙일 서로 나누어 함께 하는 모임
 울력 :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일하기

 

 한겨레는 예부터 세 가지로 힘을 모아 일했어요. 하나는 품앗이요, 둘은 두레이고, 셋은 울력이에요. 이 가운데 ‘두레’라는 낱말은 생활협동조합에서 곧잘 써요. 두레라는 이름을 딴 생협도 있어요. 그런데 생협이라는 이름부터 ‘삶을 서로 힘을 모아 꾸리는 모임’이라 하니까, “두레 생협”처럼 이름을 붙이면,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셈이에요. 하나는 토박이말이고 하나는 한자말이에요.

 

 우리가 한겨레 말마디로 살가이 풀어내어 생협을 가리키자면, ‘살림두레’나 ‘두레살림’쯤으로 이름을 붙여야 올바르리라 생각해요.

 

 그러면, 아이를 함께 돌보는 모임은 어떤 이름을 붙여야 좋을까요. ‘아이돌보기 두레’? ‘아이돌보기 품앗이’?

 

 오늘날 한국은 시골일을 하는 사람이 매우 적어요. 거의 모든 사람이 도시에서 살아요. 도시사람으로서는 두레나 품앗이를 하는 일이 없다 해도 틀리지 않아요. 도시에서는 으레 ‘협동’이나 ‘협력’이나 ‘협조’를 한다고 해요. 이러한 삶이요 터요 흐름이기에 ‘공동육아’ 같은 이름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할 텐데, “함께 아이를 돌보는 일”이라 한다면, ‘함께돌봄’이라든지 ‘아이품앗이’처럼 이름을 지으면 어떠할까 싶어요.

 

 옹글게 긴 이름을 달자면 “아이돌봄 품앗이”가 된다고 하겠는데, “아이사랑 품앗이”로 적어도 돼요. 간추려 “아이품앗이”로 적는다면, “아이를 돌보고 아이를 사랑하는 넋”을 함께 아우르는 느낌이 될 수 있어요.

 

 또는 “푸른두레”나 “푸른품앗이” 같은 이름을 쓸 수 있겠지요. 아이들을 돌보며 사랑하는 일이란, 푸르디푸른 빛깔 뽐내며 싱그러이 자라는 풀과 나무를 돌보며 사랑하는 일하고 매한가지예요. 이러한 느낌을 담아 “푸른두레”나 “푸른품앗이” 같은 이름을 지어, 아이와 어른 모두 푸른 빛깔 꿈과 사랑과 삶을 얼싸안는 길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어요.

 

 좋은 마음으로 좋은 삶을 일구며 좋은 말을 빛낸다면 참으로 아름답구나 싶어요. 좋은 사람과 좋은 삶터 일구며 좋은 보금자리 아낀다면 더없이 즐거워요. (4345.1.13.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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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1-13 21:49   좋아요 0 | URL
우리동네 엄마들은 공동육아보다 품앗이 라는 말을 즐겨 씁니다.
제가 님 글에 추천은 잘하는데 댓글 다는 게 이상하게 어려워서 잘 못 남기네요.
아직 낯을 가리나 봅니다.^^

숲노래 2012-01-14 00:06   좋아요 0 | URL
오오,
추천 백 개씩 달아 주셔요 ㅋㅋㅋ

차츰차츰 '공동육아'라는 말마디보다
'품앗이'라는 말마디로 바뀌는구나 싶어요.

이렇게 하나씩 좋으며 맑은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구르면 참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