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 1 - 개정완전판
후지코 F. 후지오 지음, 박종윤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199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전쟁은 바보. 그러면 어떻게?
 [만화책 즐겨읽기 107] 후지코 F 후지오, 《도라에몽 (1)》

 


 전쟁이란 바보들이 벌이는 짓이라고 느낍니다. 전쟁을 벌이려고 군대를 키우고 사람들을 군인으로 끌어들이는 짓 또한 사람들을 아주 바보로 밀어붙이는 짓이라고 느낍니다.

 

 오늘날 온누리 곳곳에는 직업군인이 있습니다. 군인이 직업이 됩니다. 군인이란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는 사람인데, 사람 죽이는 재주를 익히면서 돈을 벌고 연금을 받아요.

 

 군대가 나라를 지킨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군대는 정치권력자가 사람들을 바보로 몰아세우면서 돈과 힘을 거머쥐도록 하는 방패막이 구실을 한다고 느낍니다. 이러면서 직업군인이 되려는 이들한테는 나라사랑이라는 사탕발림을 내놓습니다. 군대에 아이를 보낸 어버이한테도 나라사랑하는 셈이라고 외칩니다. 군대가 없으면 나라를 지킬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군대가 있을 때에 나라를 지키는 법은 없어요. 나라가 아닌 정치권력자와 경제권력자를 지킬 뿐이에요.


- “이젠 무서운 게 없을 거야.” “어느 쪽에 붙으면 되는 거야?” “적당히 해.” “정의로운 데를 도와야지.” “어느 쪽이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어. 전쟁이란 다 그런 거니까. 가까운 쪽 대장을 잡아서 상대편 대장한테 넘기면 전쟁은 끝나는 거야.” (106∼107쪽)


 나는 모든 직업이 거룩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사람들 마음이 거룩하다면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거룩할 수 있지만, 사람을 죽이는 재주를 가르치거나 배우거나 익숙해지거나 길드는 군인이란, 어떠한 마음이 되든 거룩할 수 없다고 느낍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무기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 또한 착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하더라도 거룩할 수 없다고 느껴요. 무기를 새로 빚는 과학자나 기술자 또한 아무리 착하며 고운 마음씨로 이웃사랑을 나눈다 하더라도 거룩할 수 없다고 느껴요.

 

 부디 서로를 아끼는 일자리를 찾으면 좋겠어요. 제발 서로를 사랑하는 일터에서 살아가면 좋겠어요. 아무쪼록 서로 어깨동무하는 마을과 보금자리가 되도록 땀을 흘리면 좋겠어요.

 

 경제성장은 안 해도 돼요. 국토개발이나 사회발전은 없어도 돼요. 아니, 참다이 살아가며 살림을 북돋운다면 좋아요. 내 보금자리 깃드는 마을을 예쁘게 보듬으면서 사람들 누구나 흙·햇살·바람·물·푸나무·벌레·들짐승하고 사랑을 골고루 주고받을 수 있으면 좋아요.


- “그런 거야 아무렴 어때. 나는 널 무서운 운명으로부터 구해 주려고 왔어.” “30분 후에 목을 매달고, 40분 후에 불에 달구어진다고?” “그 정도는 새발에 피야. 넌 나이가 들어 죽을 때까지 아주 재수가 없어.” “엑!!” “허풍 치지 마! 사람의 운명을 어떻게 아냐?” “난 알 수 있어.” (7쪽)


 언제인지 떠오르지 않는 나한테 아주 먼 어린 나날, 만화책 《도라에몽》을 읽으며 아주 즐거웠습니다. 전쟁이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가끔가끔 말할 뿐 아니라, 동무들하고 다투거나 싸우는 일 또한 얼마나 덧없고 나쁜가를 틈틈이 말하는 《도라에몽》이 재미있었습니다.

 

 진구를 들볶거나 괴롭히는 동무들을 곯리거나 앙갚음 해 주는 도라에몽이지만, 도라에몽은 어느 때이건 지나치는 법이 없어요. 진구만 바보스레 지나치게 나아갑니다. 진구는 도라에몽이 말리는 소리에 손사래치며 마구 나아가다가 그만 제풀에 걸려 넘어져요.

 

 도라에몽은 진구가 앞으로도 궂은 일만 겪으며 고단하게 살아가는 줄 미리 알고는 도우려고 머나먼 앞날에서 찾아왔는데, 진구는 도라에몽이 곁에 있든 없든 자꾸 바보스러운 쪽으로 가요. 사랑스레 받은 도움을 알뜰히 누리면서 동무들과 더 사이좋게 나아가는 길에서 자꾸 엇갈립니다.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란 이렇게 금세 잊거나 함부로 내달리는지 몰라요. 그러나, 아이들 스스로 금세 잊거나 함부로 내달린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가장 가까운 어른인 어버이와 마을 어른이랑 동무들하고 복닥이면서 하나둘 스며들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북돋우기도 하지만, 둘레를 돌아보면서 따르거나 젖어들기도 해요.


- “와앗, 깨졌다! 선생님 꽃병인데 우짤래? 우짤꼬!” “용서 빌 거야.” “혼날 텐데. 저녁때까지 손 들고 있으라고 할걸. 그러다 선생님은 깜박 잊고, 널 세워 둔 채 집에 가실 거야.” (43쪽)
- “위험하잖아! 길에서 축구를 하다니. 미안하다고 사과해!” “내가 차긴 했지만 공 주인은 너잖아.” “축구 하자고 말 꺼낸 건 너야.” “나, 난, 학교 운동장에서 하자고, 그랬는데, 퉁퉁이가 괜찮으니까 길에서 하자고 해서.” “야야, 잠깐, 잠깐, 중요한 건 말야, 진구가 공을 잘 피했으면 됐잖아.” “맞아, 나라면 피했을 거야.” “나야말로 잽싸게 피했지롱.” “난, 되받아 찼을 거야.” “딴생각 하면서 걸으니까 그렇지.” “맞는 녀석이 한심해.” (83∼84쪽)


 진구는 나쁜 아이가 아닙니다. 진구를 괴롭히는 동무도 나쁜 아이가 아닙니다. 모두 착한 아이요, 착한 삶을 사랑할 아이들이에요. 그런데 이 아이들이 무리지어 놀며 자꾸자꾸 ‘무리지은 몹쓸 큰힘’을 부리려 해요. 혼자서는 아무것 아니면서 무리지을 때마다 작고 여린 동무를 못살게 굴곤 해요.

 

 서로 거짓말을 안 하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서로 참말을 나눈다면 얼마나 기쁠까요. 서로 도우면서 따사로운 손길이랑 눈길을 나누면 얼마나 고울까요. 서로 기대고 토닥이면서 예쁘게 얼싸안으면 얼마나 신날까요.


- “뭐하러 이렇게 케케묵은 걸 잔뜩 모았냐?” “우하하하, 네가 알 리가 없지. 이런 고급스런 취미를. 우리 집처럼 말야, 자동차나 에어콘, 전자레인지 같은, 편리한 것이 다 갖춰져 있으면, 오래된 것이 무지 그리워지는 법이지! 진구, 너희는 오래된 것 없지?” “있어. 우리 집 텔레비전은 10년이나 됐다구!” (68쪽)
- “우리 조상님은 어떤 분이셨어요.” “글쎄, 잘 모르겠는데. 산속에서 사냥을 하셨다지. 새나 들짐승을 잡아서 근근히 살아온 모양이야.”“시시해!” (98쪽)


 전쟁은 바보짓이에요. 전쟁은 몹쓸 짓으로 첫손 꼽을 만해요. 전쟁을 생각하거나 전쟁무기를 만들거나 전쟁일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사랑을 꽃피우지 못해요.

 

 사랑은 착한 삶이에요. 사랑은 아름다운 일 가운데 첫손 꼽을 만해요. 사랑을 생각하거나 사랑을 나누거나 사랑하는 마음씨로 일을 하고 놀이를 나눈다면 나와 이웃과 동무 모두 빛나는 하루를 누릴 수 있어요.

 

 만화책 《도라에몽》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요. 머나먼 앞날에서 진구를 도우려고 찾아온 도라에몽은 그저 ‘진구가 어려울 때에 앞장서서 나서는 로봇’은 아니에요. 진구가 앞으로 겪을 수많은 어려움과 힘겨움과 가시밭길을 어떠한 넋과 얼과 꿈과 사랑으로 맞아들이면서 씩씩하고 튼튼하게 살아가야 좋은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길동무예요.


- “천만에! 이 연필만 있으면 땡이라구! 도라에몽, 너도 데려갈게.” “흥.” “저 눈. 경멸하는 듯한 눈초리. 더러운 것이라도 보는 듯한. 쳇, 알게 뭐람! 내일은 기필코 쓰고 말 거야!” (137쪽)
- “남들도 하는데 너라고 못하겠냐! 상처투성이, 멍투성이가 되도록 연습하는 거야!” “도라에몽은 너무해.” …… “뭐야, 이렇게 간단한데. 지금까지는 왜 못했을까?” “그것 봐!” (190쪽)


 사랑을 말하는 동무가 반갑습니다. 사랑을 나누는 동무가 고맙습니다. 사랑을 꽃피우며 열매맺으려고 땀을 흘리는 동무가 살갑습니다. 나는 옆지기랑 아이들이랑 좋은 사랑을 씨앗 한 알로 우리 보금자리에 심고 싶습니다. 예쁘게 자라고, 예쁘게 살며, 예쁘게 누리면서 한삶을 마무리짓고 싶습니다. (4345.1.11.물.ㅎㄲㅅㄱ)


― 도라에몽 1 (후지코 F 후지오 글·그림,박종윤 옮김,대원씨아이 펴냄,1995.8.30./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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