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궁둥이
첫째 아이가 대청마루에서 책을 읽는다. 모처럼 얌전하게 책을 읽으며 아버지가 집일을 살며시 쉬며 등허리 펴며 드러눕도록 돕는다. 둘째 또한 혼자 볼볼 기어다니며 잘 놀아 주어 한시름 던다. 그런데, 볼볼 기는 둘째가 제 누나한테 다가선다. 책을 읽던 누나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그림책을 홱 치켜든다. 그러고는 책을 읽는 매무새 그대로 궁둥걸음으로 뒤돌아 앉는다. 그래도 동생이 저한테 다가오니 다시금 궁둥걸음으로 멀찌감치 내뺀다. 뒤돌아앉아 혼자 읽는다. 칫. 뭐냐. 아주 깍쟁이잖아. 넌 서울내기도 아니면서 무슨 동생한테 이렇게 바보스레 깍쟁이 노릇을 하니. 이제 둘째는 누나 좇기를 안 한다. 대청마루에 난 구멍에 제 손가락을 박으면서 논다. (4345.1.10.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