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읽을 책

 


 이제 ‘아나스타시아’ 이야기 여섯째 권을 읽기로 한다. 여섯 권 한 질을 장만한 지 꽤 되었으나 드디어 여섯째 권을 읽는다. 첫째 권을 읽으며 이 책을 ‘빨리’ 읽을 수 없겠다고 곧바로 느꼈다. 이른바, 읽고 나서 느낌글 하나 쓰며 지나가면 될 책이 아니니까. 더욱이 여섯 권을 읽으면 여섯 권 모두 다른 느낌글을 써야 하는 책이니까. 느낌글을 쓴다는 일은 숙제하기가 아니라, 나 스스로 우리 식구들하고 어떤 삶을 즐거이 지으면서 고운 사랑씨앗 이 터에 심는가 하는 길을 찾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일이 되니까.

 

 엊저녁 옆지기는 나한테 여섯째 권을 얼른 읽으라고 다시 이야기한다. 그래, 이제 여섯째 권 읽기를 굳이 더 미룰 까닭이 없다. 여섯째 권을 읽으면서 다섯째 권을 읽으며 받아들이고 받아먹은 사랑밥을 차근차근 풀어내어 우리 삶짓기에 걸맞을 느낌글 하나로 그려야지. 다른 어느 책보다 먼저 읽을 책이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내 마음그릇을 차분히 닦아세우려고 조금 더 천천히 읽겠다 다짐했으니, 이 다짐에 걸맞게 즐거이 받아쥐어야지.

 

 그런데, 여섯째 권을 손에 쥐어 첫 쪽을 펼치면서, 새삼스럽지 않게 이런 생각 하나 떠오른다. 나 스스로 내 삶을 하루라도 더 일찍 더 아름다운 결로 거듭나도록 애쓰려 했다면, 이러한 다짐 그대로 아나스타시아 여섯 권을 더 빨리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식구들 삶짓기도 한결 빨리 이룰 수 있지 않았겠는가. 나 스스로 ‘나는 내 마음그릇이 요만큼뿐이야.’ 하고 틀을 세우는 바람에 내 책읽기는 스스로 이러한 울타리에 갇히지 않았겠는가.

 

 기쁘게 읽자. 기쁘게 읽고 기쁘게 글을 쓰자. 기쁘게 읽고 기쁘게 글도 쓰면서 기쁘게 삶을 일구자. 즐거이 땀을 흘려 새로 갈면서 일구고, 신나게 땀을 쏟아 멋지게 새로 샘솟을 사랑을 알뜰살뜰 짓자. (4345.1.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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