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411) 철학적 1 : 철학적 차이

 

.. 좋게 말해서 철학적 차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의 의견 차이는 질병의 원인에 대한 지식과 그 지식을 바탕으로 한 책임 문제를 둘러싼 것이다 ..  《데브라 데이비스/김승욱 옮김-대기오염 그 죽음의 그림자》(에코리브르,2004) 17쪽

 

 “우리의 의견(意見) 차이(差異)”는 “우리 생각”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앞에서 “철학적 차이”라 하면서 ‘차이’라는 낱말이 나왔거든요. 또는, 이 글월을 통째로 손질해서 “좋게 말해서 철학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우리들은”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와 같이 글월을 통째로 손질할 때가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낱말 하나하나만 놓고 다듬기는 어렵습니다.

 

 “질병(疾病)의 원인(原因)에 대(對)한 지식”은 “질병이 왜 생기나 하는 지식”이나 “병이 생기는 까닭을 다루는 지식”으로 손질하고, “그 지식”은 “이 지식”으로 손질하며, “둘러싼 것이다”는 “둘러싼 데에서 비롯한다”나 “둘러싸고 부딪힌다”로 손질합니다. 앞 글월을 “우리 생각은”으로 다듬으면 뒷 글월은 “둘러싼 데에서 비롯한다”로 손질하고, 앞 글월을 “우리들은”으로 다듬으면 뒷 글월은 “둘러싸고 부딪힌다”로 손질하면 됩니다.

 

 철학적(哲學的) : 철학에 기초를 두거나 철학에 관한
   - 철학적 사고 / 철학적인 문제 / 릴케의 시가 철학적으로 해석되는 이유
 철학(哲學)
  (1)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2)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 세계관, 신조 따위를 이르는 말
   - 그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활 철학을 가지고 살아간다

 

 철학적 차이라고 할 수 있는
→ 철학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 생각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 서로 다르게 볼 수 있다고 하는
 …

 

 철학이란 딱딱하거나 머리 아픈 학문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느끼고 헤아리며 살피는 마음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삶에 밑바탕을 두는 학문이요, 삶이 없는 철학은 헛생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거짓말이기 일쑤이고요. 그래서 이런 철학을 가리키거나 나타내는 말은 알맞게 가다듬어야 우리 생각과 삶을 알뜰하게 담아낼 수 있습니다. 어설피 말장난을 한다든지, 얄궂게 말자랑을 한다든지, 어리석게 말재주를 부린다고 해서 철학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철학’이라는 낱말에 ‘-적’을 붙인다고 해서 뜻이나 느낌이 한결 깊어지지 않습니다. 더욱 ‘학문을 잘 다룬다’는 깊이가 생기지 않습니다.

 

 “철학적 차이”라고 했을 때는 먼저 ‘철학이라는 학문’이 다르거나 ‘이 학문을 바라보고 느끼고 아는 테두리’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앞엣것이라면 “철학이 다르다”로 풀면 됩니다. 뒤엣것이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나 “생각이 다르다”로 풀면 됩니다. 아니, 처음부터 이와 같이 풀어서 쉽게 써야 할 노릇 아니랴 싶습니다. 처음부터 ‘철학 + 적’ 같은 말투로 우리 넋과 얼을 나타내려고 할 까닭이 없지 않느냐 싶습니다.

 

 철학적 사고
→ 철학에 바탕을 둔 생각 / 깊은 생각
 철학적인 문제
→ 철학 문제 / 바라보는 문제 /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문제
 철학적으로 해석되는 이유
→ 철학으로 풀이되는 까닭 / 깊이있게 읽히는 까닭
 …

 

 ‘철학’이라는 낱말을 써야 하는 자리라 한다면 이 낱말을 써야 합니다. ‘사상’이든 ‘종교’이든 ‘학문’이든, 이 같은 낱말을 알맞고 올바르게 써야 합니다.

 

 구태여 쓸 까닭이 없는 자리에는 쓰지 않아야 합니다. 구태여 쓸 까닭이 없는데 ‘-적’붙이 말투를 자꾸 쓰고 있다면, 나 스스로 사람들 앞에서 내 지식을 으스대거나 자랑하려는 얕은 매무새가 아닌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생각이 어떠한가를 제대로 모르거나 놓치면서 껍데기만 잔뜩 들씌우지 않나 하고 곰곰이 살펴야지 싶습니다.

 

 좋게 말해서 생각이 다르다 할 수 있는 우리는
 좋게 말해서 생각이 다른 우리는
 좋게 말해서 서로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본다고 할 만한 우리는
 좋게 말해서 서로 다른 생각으로 살아간다고 할 만한 우리는
 …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생각을 하면서 글을 써야 합니다. 생각을 하면서 번역을 해야 합니다.

 

 이 보기글을 다시금 헤아려 봅니다. 이 글을 우리 말로 옮긴 분은 맨 처음 영어로 글을 쓴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고 느낍니다. 어찌어찌 짜맞추어 한글로 옮겼으나, 무엇을 말하려는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둘 또는 여러 사람이 “생각이 다르다”고 하는데, 왜 생각이 다른가 하는 문제는 두 가지라고 이야기합니다만, 이를 옳게 풀어내지 못합니다.

 

 통째로 손질해서 다시 적어 봅니다. “좋게 말해서 우리는 생각이 서로 다른데, 하나는 병이 왜 생기느냐 하는 생각이 다르고, 이 병이 생기는 까닭을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다르다.” 또는, “좋게 말해서 생각이 다른 우리는, 병이 왜 생기는가를 다르게 생각하고, 이에 따라 병을 고치거나 병을 일으킨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 또한 다르게 생각한다.”

 

 수백 쪽에 이르는 책에서 이 글월 하나만 어줍잖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글월 하나를 손질해 본다 한들 다른 글월이라고 더 낫거나 좋지 않으니 답답하고 까마득합니다. 아쉬우나마 다문 한 줄이라도 우리 글답게 가다듬으면서 읽고 싶을 뿐입니다. (4339.1.15.해./4343.1.29.쇠./4345.1.2.달.ㅎㄲㅅㄱ)

 


 '-적' 없애야 말 된다
 (1085) 철학적 2 : 철학적인 성격

 

.. 나의 사진에는 사회성이 담겨 있으며 철학적인 성격도 들어 있다 ..  《최민식-사진이란 무엇인가》(현문서가,2005) 114쪽

 

 “나의 사진에는”은 “내 사진에는”이나 “내가 찍은 사진에는”으로 고칩니다. “사회성(社會性)이 담겨”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우리 삶터 이야기가 담겨”로 손볼 수 있고, “담겨 있으며”는 “담겼으며”로 손보며, “들어 있다”는 “들었다”로 손봅니다.

 

 철학적인 성격도 들어 있다
→ 내 철학도 들었다
→ 내 생각도 있다
→ 내 마음도 담았다
→ 내 생각도 깊이 담았다
→ 내 온갖 마음도 들었다
 …

 

 사진에 담긴 ‘철학’ 하나 놓고, 사진에 담긴 ‘생각’을 하나 놓아 봅니다. 온누리를 보는 눈, 온누리를 헤아리는 눈길, 온누리를 보듬는 눈썰미는 ‘철학’이라는 낱말로 가리킬 때 알맞을까요, ‘생각’이라는 낱말로 가리켜도 넉넉한가요.

 

 내 사진에는 우리 사회 모습이 담겼으며, 깊은 생각도 들었다
 내 사진에는 우리 삶터 이야기와 온누리를 보는 눈길도 담긴다
 내 사진에는 우리 삶터 이야기를 담고 세상을 보는 눈도 담는다
 …

 

 ‘사회’라는 낱말을 쓰듯 ‘철학’이라는 낱말을 쓸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이러한 낱말을 잘 다독이면서 올바르게 쓰면 됩니다. 여기에, ‘삶터’라는 낱말을 생각하고 ‘눈길’이라는 낱말을 돌아보는 한편 ‘생각’이라는 낱말을 곱씹으면서 하나하나 추스를 수 있습니다. 쓰는 사람 나름입니다. 쓰기에 따라 다릅니다.

 

 우리 힘으로 우리 사진밭뿐 아니라 우리 말글밭을 더 알차게 일굴 수 있습니다. 우리 손으로 우리 사진밭과 말글밭을 기름지게 가꿀 수 있습니다. 우리 슬기로 우리 사진밭이며 말글밭을 한결 아름답고 싱그러이 돌볼 수 있습니다. (4341.3.18.불./4343.1.29.쇠./4345.1.2.달.ㅎㄲㅅㄱ)

 


 '-적' 없애야 말 된다
 (1557) 철학적 3 : 철학적 분석

 

.. 바로 그 신문편집의 숨은 권력에 대한 철학적 분석이 이 책의 주제이다 ..  《손석춘-신문편집의 철학》(풀빛,1994) 7쪽

 

 “신문편집의 숨은 권력에 대(對)한”은 “신문편집에 숨은 권력을”이나 “신문편집에 숨은 권력이 무엇인가를”로 손질합니다. “이 책의 주제(主題)이다”는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이다”나 “이 책에서 다룬다”로 손봅니다.

 

 숨은 권력에 대한 철학적 분석이
→ 숨은 권력을 철학으로 분석하기가
→ 숨은 권력을 깊이 살펴보기가
→ 숨은 힘을 차근차근 파헤치기가
 …

 

 사람들은 어느새 이 보기글 같은 글투에 익숙해집니다. 아니, 오늘날 거의 모든 지식인은 이 글투로 글을 쓰고 이대로 말을 합니다. 요즈음 이러한 글투나 말투를 놓고 얄궂다고 느끼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바로 이러한 신문편집에 숨은 권력을 깊이 살피고자 이 책을 쓴다
 바로 이 같은 신문편집에 숨은 힘을 차근차근 파헤치고자 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신문편집에 숨은 힘을 낱낱이 살펴본다
 이 책은 바로 이 같은 신문편집에 숨은 힘을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

 

 한국사람이라면 한국사람다이 나눌 말투를 찾아서 내 이야기를 내 이웃한테 내 사랑을 펼치면서 나누어야지 싶습니다. 누구한테 떠넘기거나 모르는 척 지나칠 일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내 터전을 즐겁고 튼튼하며 곱게 여미고픈 꿈을 키우려 한다면, 차근차근 살피고 깊이있게 돌아보며 알차게 가다듬어야지 싶습니다. 좋은 넋을 좋은 말에 담아 좋은 뜻을 이루는 좋은 땀이 되도록 애쓰면 고맙겠습니다. (4343.1.29.쇠./4345.1.2.달.ㅎㄲㅅㄱ)

 


 '-적' 없애야 말 된다
 (1639) 철학적 4 : 철학적인 메시지

 

.. 캐릭터를 잘 살린 ‘원숭이’ 시리즈는 귀엽고 재치 있는 이야기로 재미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  《이토우 히로시/김난주 옮김-원숭이 동생》(비룡소,2003) 2쪽

 

 ‘캐릭터(character)’나 ‘시리즈(series)’나 ‘메시지(message)’는 이제 영어라 할 수 없는지 모릅니다. 그저 한국말로 삼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저, 이 글월이 실린 자리를 헤아린다면, “그림을 잘 살린 원숭이 그림책은 …… 생각까지 담는다”쯤으로 적어도 넉넉했으리라 봅니다.

 

 “재치(才致) 있는 이야기”는 “번뜩이는 이야기”나 “톡톡 튀는 이야기”로 다듬어 봅니다. “담고 있다”는 “담았다”나 “담는다”로 손봅니다.

 

 철학적인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 깊은 생각까지 담았다
→ 너른 생각주머니까지 담아냈다
→ 깊은 생각으로 이끈다
→ 깊이 생각하도록 돕는다

 

 보기글을 통째로 손질하면 어떨까 생각하며, “살가운 그림을 잘 살린 원숭이 이야기책은 귀엽고 재미나며, 깊이 생각하도록 이끈다”처럼 적어 봅니다. 아이들 읽는 책에 쓰는 말인 만큼, 캐릭터이니 시리즈이니 메시지이니 하는 영어뿐 아니라, 철학적이니 재치이니 하는 한자말도 살포시 내려놓으면 좋겠어요.

 

 살가이 말을 하고 손쉽게 글을 쓰면 좋겠어요. 따사로이 말을 하고 어여삐 글을 쓰면 좋겠어요. 생각을 조금 깊이 하면 되니까요. 생각을 차근차근 기울이면 되니까요. 생각을 넓히면 즐거워요. 생각을 담뿍 담으면 아름답습니다. (4345.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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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1-02 11:48   좋아요 0 | URL
아, 어려워요. 저도 글 쓸 때 이 표현이 나은가, 저 표현이 나은가, 또 이 낱말이 나은가, 저 낱말이 나은가 하고 고민하곤 하는데 어느 게 나은지 잘 모를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는 시간이 생겨요. ㅋ

된장님의 이 글은 글 쓰는 사람들 모두 읽어보면 좋겠어요.

숲노래 2012-01-02 18:33   좋아요 0 | URL
오래도록 생각하며 차근차근 가다듬으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