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좋아
이모토 요코 글 그림, 변은숙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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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하루를 어여삐 맞아들이는 새해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14] 이모토 요코, 《난 네가 좋아》(문학동네어린이,2002)

 


 나는 아이들 옷가지와 기저귀를 빨아 후박나무 빨래줄에 찬찬히 널며 해바라기 시키는 일이 좋습니다. 겨울날에도 따숩게 부는 바람이 옷가지를 나부끼며 곱게 말리는 일이 고맙습니다. 보송보송 잘 마른 옷가지랑 기저귀를 걷으며 생각합니다. 나는 이 겨울햇살처럼 따스하게 살아가고 싶고, 곧 찾아올 봄햇살처럼 보드라이 살아가고 싶다고. 이어서 찾아올 여름햇살처럼 싱그러이 살아가고 싶고, 이 다음으로 찾아올 가을햇살처럼 포근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 나는 강아지가 좋아. 그래서 꼬옥 안아 주지 ..  (1쪽)


 나부터 좋은 마음이 되어 좋은 나날을 누린다면, 나랑 함께 살아가는 옆지기하고 아이들도 언제나 좋은 나날을 누릴 수 있겠지요. 나부터 좋은 마음이 못 되면서 이맛살을 찌푸리거나 성깔난 목소리로 퉁명스레 말하며 살아간다면, 나랑 함께 살아가는 옆지기하고 아이들 또한 바보스러운 아버지 때문에 자꾸자꾸 미운 마음이 스며들 테지요.

 

 밤새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둘째 아이는 제 어머니랑 아버지를 끊임없이 깨웁니다. 아이 어머니는 배에 얹혀 재우다가는 오른팔을 베개 삼아 재우다가는 왼팔을 베개 삼아 재웁니다. 오줌 눈 기저귀를 갈라치면 자지러지게 웁니다. 이리 달래며 조금 재우다가 저리 달래며 조금 재웁니다. 이러는 동안 아이 어머니는 도무지 밤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기는 몸이 힘들거나 아프거나 괴로우니까 제대로 잠들지 못할밖에 없어요. 아기를 다그치거나 나무랄 수 없어요. 더 따사로이 보듬고 더 포근하게 사랑해야 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아기를 건네받습니다. 밤에 한 번 아기를 건네받고, 이제 아침에는 식구들 모두 일어날 때까지, 아기가 부디 깊이 잠들고 나서 일어나 주기까지, 이렇게 아기를 품에 꼬옥 안으면서 달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기를 건네받기 앞서 밤새 기저귀 빨래 몇 장쯤 나왔는가 어림합니다. 아침에 끓일 떡국을 헤아리며 떡국떡을 물로 헹구어 불립니다. 뼈다귀를 펄펄 고아 이 물에다가 떡국을 해야 하나. 뼈다귀 국물을 안 하면 안 될까. 그러면 무슨 국물로? 우리는 우리대로 무랑 버섯이랑 감자랑 다시마를 펄펄 끓여 이 물에 떡국을 끓이면 어떠할까. 모처럼 달걀을 흰자랑 노른자랑 나누어 부쳐서 예쁘게 썬 다음 고명으로 얹으면 될까. 지난주 고흥 장마당에서 산 깜포를 박박 비벼 헹구고서 다 끓인 떡국에 살짝 데치듯 넣어서 국그릇에 뜨면 되겠지.


.. 강아지는 고양이가 좋아. 그래서 쫄랑쫄랑 쫓아다녀 ..  (3쪽)


 아기는 아버지 무릎에서 색색 잡니다. 더없이 고맙게 조용히 잡니다. 적어도 한 시간이나 두 시간쯤 이렇게 잠누리를 누비면 아주 좋겠습니다. 한두 시간쯤 이렇게 잠들어야 비로소 개운하게 일어나 씩씩하게 새해 새날을 맞이하리라 생각합니다.

 

 아기까지 모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이제 첫째한테는 어여쁜 옷을 입히고 모두들 마을 한 바퀴를 돌며 이웃 어르신들한테 인사를 다녀야지요. 이웃 어르신 댁에 찾아온 식구들한테도 인사를 해야지요.

 

 아마 다른 집은 일찌감치 아침밥상을 차려서 먹었겠지요. 아기가 있는 우리 집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느즈막하게 일어나 겨우겨우 아침을 차려서 먹겠지요. 이웃집에서는 낮밥을 먹는다 할 때에 비로소 첫 밥술을 뜨겠지요.

 

 대청마루에서 바깥을 내다 봅니다. 오늘은 구름이 많이 낍니다. 어제도 구름이 퍽 많았습니다. 어젯밤 아기를 안고 밖으로 나왔더니 별이고 달이고 하나도 안 보였습니다.

 

 양력 아닌 음력에 맞추어 달 구경을 하니까 그러려니 하고 여기지만, 양력이든 음력이든 밤하늘 맑은 별과 밝은 달을 올려다보는 일은 참 즐겁습니다. 우리 아이들 이 시골집에서 밤하늘 별이랑 달을 마음껏 받아들이면서 저희 마음밭에 고운 빛씨를 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 병아리는 나비가 좋아. 그래서 팔짝팔짝 뛰어다녀 ..  (10쪽)


 이모토 요코 님 그림책 《난 네가 좋아》(문학동네어린이,2002)를 읽습니다. 아이는 강아지를 좋아하고, 강아지는 고양이를 좋아하며, 고양이는 병아리를 좋아한답니다. 병아리는 나비를 좋아하고, 나비는 해바라기를 좋아하며, 해바라기는 아이를 좋아한답니다. 그리고 모두모두 해님을 좋아하고, 해님 또한 모두모두 좋아한답니다.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따스한 사랑으로 포근하게 낮잠에 빠져드는 조용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 그래서 우리를 모두 따뜻하게 감싸 주는 거야 ..  (21∼23쪽)


 서로서로 아끼는 누리에서는 다툼이나 싸움이 깃들지 않습니다. 다툼이나 싸움이라는 낱말부터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다툼이나 싸움이 끼어들 자리가 없으니, 언제나 즐겁게 웃고 기쁘게 어깨동무할 수 있습니다.

 

 기운차게 두레를 합니다. 신나게 도르리를 합니다. 한솥밥을 먹으며 웃습니다. 나란히 땀을 흘리고 다 함께 정갈하게 씻습니다.

 

 어버이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어버이 일을 아이들이 물려받습니다. 아이들이 물려받는 일은 또 이 아이들이 낳을 아이들이 물려받습니다. 땅을 아낄 수 있는 일을 사랑합니다. 흙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좋아합니다. 물을 북돋우고 하늘을 꽃피우는 일을 누립니다.

 

 돈을 더 벌거나 이름을 더 날리는 일이란 덧없습니다. 사랑을 예쁘게 나누거나 믿음을 어여삐 심는 일이 보람찹니다.

 

 햇살은 노상 햇살입니다. 바람은 언제나 바람입니다. 물은 늘 물입니다. 흙은 한결같이 흙입니다. 햇살을 먹고 바람을 쐬며 물을 마시고 흙을 디디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사람들 마음에는 오직 하나, 사랑씨가 뿌리내리면서 무럭무럭 자라겠지요. 좋은 하루를 좋은 마음으로 맞이합니다. (4345.1.1.해.ㅎㄲㅅㄱ)


― 난 네가 좋아 (이모토 요코 글·그림,변은숙 옮김,문학동네어린이 펴냄,2002.10.20./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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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1-01 18:17   좋아요 0 | URL
된장님 2011 서재의 달인 등극을 축하드립니다.
2012년 흑룡의 해,좋은일만 계시길 바라며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그리고 신년 새해 용꿈 꾸시라고 용 한마리 선물로 보냅니다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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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1-02 00:51   좋아요 0 | URL
카스피 님 즐거이 새해 맞이하셔요~
고맙습니다 ^^

페크pek0501 2012-01-02 11:32   좋아요 0 | URL
된장님 2011년의 서재의 달인, 저도 축하드립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많은 글을 쓰실 수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저는 한 달에 몇 편 쓰는 것도 벅찬 사람이라서요. ㅋ

올해 새해에도 늘 그렇게 글쓰기 생활화의 모습을 기대하며 저도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마음 따뜻하고 흐뭇해지는 그런 글, 참 좋습니다.

숲노래 2012-01-02 18:36   좋아요 0 | URL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글로 담을 뿐이에요.
pek0501 님 새해에
언제나 좋은 일 가득하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