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집보기 징검다리 3.4.5 17
사토 와키코 글.그림,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집안일도 장보기도 다 함께 해요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04] 사토 와키코, 《집보기》(한림출판사,2001)

 


 아이는 바깥에서 놀다가 들어옵니다. 바깥에서 혼자 신나게 놀다가 들어오곤 합니다. 아이는 집안에서 이 방 저 방 뛰어다니며 놉니다. 우는 동생 앞에서 울지 마 얘기하며 노래하거나 춤추며 달래곤 합니다.

 

 네 살 아이는 한 살 동생을 예쁘게 돌볼 줄 압니다. 한 살 동생을 예쁘게 쓰다듬을 줄 알고, 한 살 동생한테 제가 옷을 입혀 주고 싶고, 제가 물을 떠서 먹이고 싶습니다. 아직 힘이 자라지 않으면서 동생을 업는 시늉을 합니다. 동생을 안았다가 그만 옆으로 폭 쓰러지더니, 어머니가 동생을 포대기로 업으니까 저는 인형을 인형포대기로 업으며 어머니 뒤를 졸졸 따릅니다.

 

 이제 몇 밤 더 자고 다섯 살이 된다면, 동생이랑 둘이서 살짝 집을 볼 수 있을까요. 아니, 어머니가 뒷간에 가는 동안 동생을 잘 돌볼 수 있겠지요. 어머니가 밥을 차리는 동안 동생을 잘 토닥일 수 있겠지요. 어머니가 빨래를 하는 동안 동생을 곱게 보살필 수 있겠지요.

 

 그러나 다섯 살 아닌 네 살인 오늘에도 어린 갓난쟁이를 잘 구스르고 잘 타이르며 잘 어루만집니다. 다섯 살이 되면 다섯 살 누나가 된 만큼 더 야무지며 씩씩하게 동생을 보듬겠지요. 다섯 살을 지나 여섯 살이 되면 동생을 업을 수 있을까요. 동생을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마을 한 바퀴를 돌 수 있을까요.

 

 아마 여섯 살 일곱 살 때에는 어린 동생한테 밥을 떠먹일 수 있겠지요. 일곱 살 여덟 살 때에는 쌀을 씻어 밥물을 안칠 수 있겠지요. 주걱으로 밥을 뜨고 국자로 국을 뜰 수 있겠지요. 찻잔 올려놓은 자그마한 상을 들고 나를 수 있겠지요.

 

 집보기를 할 줄 아는 아이라면 밥하기를 할 줄 알 테고, 밥하기를 할 줄 아는 아이라면, 씩씩하고 야무지게 제 양말이랑 속옷쯤 너끈히 빨래할 줄 알 테지요.


.. “다녀왔습니다.” “엄마는 시장 다녀올 테니, 집 잘 봐.” ..  (3∼4쪽)


 사토 와키코 님 그림책 《집보기》(한림출판사,2001)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어머니는 저잣거리 마실을 혼자 갑니다. 아이도 함께 가고 싶다는데 애써 떨구고 혼자 나섭니다.

 

 저잣거리에 함께 마실을 가는 아이는 여기도 힐끗 저기로 힐끔, 도무지 어머니가 장보기를 못하도록 수선을 피우리라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느긋하게 저잣거리 둘러볼 수 있다지만, 집일을 어머니 혼자 도맡는다면 ‘얼른 장보기 마치’고 ‘얼른 저녁 차리’며 ‘얼른 빨래 마치’고 나서 ‘얼른 집안 청소 마치’고픈 생각이 가득할 수 있어요. 집일을 나누어 맡는 아버지나 다른 살붙이가 없을 때에는 너무 바쁘거나 힘든 나머지, 아이를 더 따사로이 껴안지 못할 수 있어요.


.. “나도 가고 싶어.” “빨리 갔다 올 테니 집 잘 보고 있어.” ..  (6쪽)


 집에 혼자 남은 아이는 어머니 흉내를 냅니다. 집에 혼자 남은 아이는 심심한 끝에, 작은 몸뚱이에서 샘솟는 기운을 어머니 흉내놀이를 하면서 뿜어냅니다. 이윽고 어머니가 저잣거리 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문을 척 열면, 그야말로 어질어질 어질러진 어지름쟁이 놀이터.


.. “어머나, 세상에 이럴 수가! 왜 이렇게 어질러 놓았니?” “엄마가 안 데려가서 이랬잖아. 시장에 가고 싶었단 말이야.” ..  (42∼44쪽)


 그림책 어머니는 이 다음부터 아이를 데리고 저잣거리 마실을 했을까요. 그림책 어머니는 어질어질 어질러진 집안을 아이와 함께 싱긋방긋 웃으면서 하나하나 갈무리했을까요. 그림책 아이는 어머니랑 기쁘게 쓸고닦으며 치웠을까요. 그림책 아이는 다음부터는 저잣거리 마실에서 너무 방방 뛰어다니지 않겠다고 어머니하고 다짐했을까요.

 

 함께 살아가며 좋은 아이요 어버이입니다. 함께 살아가며 하나하나 바라보면서 배우고 받아들이는 아이요 어버이입니다. 아이 얼굴에는 어버이 얼굴이 어리고, 어버이 몸짓에는 아이 몸짓이 비칩니다.

 

 집안일도 장보기도 다 함께 하면 좋겠어요. 집안일도 장보기도 어머니들만 도맡지 말고 아버지들이 함께 하면 좋겠어요. 집안일도 장보기도 어버이와 아이가 하나하나 나누어 맡으며 다 함께 하면 좋겠어요. 어디 놀러갈 때에만 집식구가 함께 다니지 말고, 저잣거리 마실을 늘 다 함께 하면 좋겠어요. 다 함께 밥을 차리고, 다 함께 치우며, 다 함께 빨래를 하고, 다 함께 놀며, 다 함께 잠자리에 들며 새근새근 예쁜 꿈나라를 누비면 좋겠어요. (4344.12.28.물.ㅎㄲㅅㄱ)


― 집보기 (사토 와키코 그림·글,엄기원 옮김,한림출판사 펴냄,2001.7.25./7000원)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1-12-28 08:57   좋아요 0 | URL
`나`라는 틀을 벗어놓고 네살 아이의 마음, 옆지기의 마음이 되어 헤아리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그것이 참된 사랑이고 위하는 일일텐데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방을 위한다면서 나를 중심으로 결정하고 판단하여 행동하는 것 같아요.
어릴 때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했던 이런 기억들이 사름벼리에게 훗날 얼마나 따뜻한 자산이 되고 보물이 될까요. 돈주고 못 사는 자산이라는 걸 알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