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뻥쟁이
다케우치 쓰가 글.그림, 임정은 옮김 / 학고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이야기밥 먹으며 자라는 아이들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01] 다케우치 쓰가, 《아빠는 뻥쟁이》(학고재,2011)


 늦은 저녁까지 잠을 이루지 않는 아이한테 노래를 불러 주는 어머니는 이녁이 어린 나날 이녁 어머니가 보드라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주었을까요. 우리 집 아이들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는 당신이 어린 나날 쉬 잠들지 않을 때에 살가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주었을까요.

 나도 내 어머니한테서 노래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내 어머니와 아버지 또한 당신이 어린 나날 당신 어머니나 아버지한테서 노래를 들으며 잠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어버이 사랑이 깃든 노래를 듣고, 어버이는 아이였던 나날 물려받은 사랑에 새로운 사랑을 더해 아이들한테 노래를 들려주리라 생각합니다.


.. “아빠, 나 잠이 안 와.” “그래?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 줄까?” “어떤 이야긴데?” “일호가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야.” ..  (3족)


 어쩜 이리 억지를 부리는 아이가 태어났는가 하고 생각한다면, 나한테서 어린 날 보던 억지 부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새로 태어난 셈이라고 느낍니다. 어쩜 이리 예쁘며 착한 아이가 태어났는가 하고 생각한다면, 나한테서 어린 날 보던 예쁘며 착한 모습이 싱그러이 다시 태어난 셈이라고 느껴요.

 나는 내가 어리광 부리거나 떼 쓰던 일을 떠올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내가 얼마나 사랑스럽거나 귀여웠는가를 되새기지 못할 수 있습니다. 내 지난 삶이 어떠했는가를 돌이키지 않으면서 아이를 다그칠 수 있어요. 내 지난 삶이 어떠했는가를 곱씹지 않으면서 너무 바쁘거나 얽매인 채 살아갈 수 있어요.


.. “아빠, 개구리헤엄이 뭐야? 히히.” “평영이라고 하는 거야.” “수영은 못하면서 그런 건 잘 아는구나?” “응. 배영도 알고, 접영도 알아.” “그래? 그럼 이제 수영만 할 줄 알면 되겠네. 흠흠!” ..  (8쪽)


 아이들과 살아가지 않을 때에는 내 모습을 옳게 읽지 못합니다. 아이들과 마주하지 않을 적에는 내 삶을 참다이 들여다보지 못합니다.

 마을 멧자락 볕 잘 드는 자리에 봉긋봉긋 솟은 무덤을 바라볼 때면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 무덤들이 이 자리에 깃든 지 그리 오래지 않습니다. 기껏 쉰 해나 되었을까요. 백 해를 묵은 무덤이 있을까요.

 이백 해쯤 앞서 살던 내 먼 할배는 어떤 모습 어떤 삶 어떤 이야기였을까요. 오백 해쯤 앞서 살던 내 먼 할매는 어떤 꿈 어떤 사랑 어떤 웃음이었을까요. 즈믄 해쯤 앞서 살던 내 먼 살붙이를 기리는 무덤은 그때나 이제나 있을까요. 앞으로 백 해 뒤에는, 이백 해 뒤에는, 이 마을에 어떤 무덤이 고스란히 남으려나요. 묏자리는 사람들한테 무슨 이야기를 남길 만할까요.

 참말, 무덤을 쓰면 내 어버이는 흙으로 돌아가지 못할 뿐더러 다시 태어나지 못하겠구나 싶습니다. 무덤에 갇히다가 그만 스러지는 넋이 되겠구나 싶습니다. 무덤이 아닌 흙이나 풀이나 나무로 돌아가도록 할 때에는 내 어버이들 넋과 꿈과 사랑과 빛이 나한테 하나하나 이어질 뿐 아니라, 내 아이한테까지 살몃살몃 물려지지 싶어요. 무덤이란 몸과 마음 모두를 가두는 일이 되리라 느껴요. 왜냐하면,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 할 때에는 이 누군가가 돈이 많거나 이름이 있거나 힘이 세기 때문이 아니에요. 내가 내 살붙이와 아이들을 좋아한다면, 내 살붙이와 아이들이 더 잘생기거나 보배를 갖추었거나 하기 때문이 아니에요. 고운 마음이 좋고 착한 몸짓이 좋습니다. 살가운 목소리가 좋고 따스한 품이 좋습니다.

 넋으로 살아갑니다. 어떤 기념품이나 상징물로 살아가지 않아요. 얼로 숨을 쉽니다. 커다란 집이나 번들거리는 자가용으로 숨을 쉬지 않아요.

 하루하루 더 사랑스레 살아가고 싶은 매무새로 더 사랑스레 일구는 나날이라 할 때에는, 이러한 내 삶자락 그대로 나중에 내 아이가 빚을 사랑 열매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느낍니다. 아이들한테 좋은 밥을 먹이고 좋은 노래를 들려주며 좋은 꿈을 키우는 어버이인 내 삶이라면, 나는 이러한 삶을 고이 건사하면서 내 아이들네 아이들네 아이들로 새로 태어나면서 한껏 빛나고 싶어요.

 재미난 삶짓을 이루고, 신나는 삶꿈을 펼치며, 즐거운 삶빛을 나누고 싶어요. 밝은 눈망울로 보내는 내 하루일 때에는, 이 밝은 눈망울로 먼먼 뒷날, 내 아이들 낳을 아이들이 낳을 아이로 새로 태어나면서 반짝반짝 빛나는 맑은 눈빛을 베풀고 싶어요.


.. “와, 신난다! 근데 나 돈이 없는데.” “돈은 필요없어. 다섯 살짜리 아이가 혼자 하는 여행은 전부 다 공짜거든.” “진짜? 그럼 더 많이 먹어야지. 초밥, 불고기, 스파게티, 멜론 그리고 또 …….” ..  (15쪽)


 다케우치 쓰가 님 그림책 《아빠는 뻥쟁이》(학고재,2011)를 읽습니다.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아이한테 뻥쟁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버지는 당신이 어린 나날 이런 뻥쟁이 이야기를 당신 아버지한테서 들었을까요. 뻥쟁이 아버지한테서 뻥 이야기를 듣는 아이는 뒷날 제 아이한테 똑같이 뻥 이야기를 물려줄까요.

 어쩌면 뻥 이야기가 찬찬히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뻥 이야기는 끝나고 보드라운 자장노래가 새로 선보일 수 있습니다. 더 깊어지는 뻥 이야기가 될는지 모르고, 밤하늘 별바라기 놀이를 즐기는 삶이 될는지 모릅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버지나 어머니한테 아이들이 싱그러운 이야기꽃을 조곤조곤 피우다가 살그마니 잠들는지 몰라요.


.. “어때? 재밌지?” “응, 재밌다. 그런데 좀 …….” “좀 뭐가?” “있잖아. 용기를 시험하는 이야기인데 계속 나한테만 유리해.” “아빠가 만든 이야기니까 그렇지. 원래 이야기는 중간에 바꿔도 되는 거야.” “치, 그럼 아까 아빠가 데리러 왔어도 됐잖아.” ..  (24쪽)


 할아버지를 닮는 딸아이입니다. 할머니를 닮는 아들아이입니다. 나를 닮은 아이가 먼먼 뒷날 태어날 수 있고, 옆지기를 닮은 아이가 먼먼 다음날 태어날 수 있어요.

 아이들은 이야기를 먹으면서 자랍니다. 아이들은 이야기밥을 먹으면서 마음밭을 일굽니다. 아이들은 조금 더 살가운 이야기를 먹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은 한결 따스하면서 보드라운 이야기밥을 먹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딱딱하거나 메마른 이야기가 달갑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졸업장에 얽매이거나 돈벌이에 얽히는 이야기가 기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고맙습니다. 살짝 뻥을 섞더라도 사랑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즐거이 듣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으로 나누는 이야기라서 반갑습니다. 이래저래 터무니없다 싶지만 사랑씨앗은 사랑열매를 맺습니다. 맑은 웃음과 밝은 노래를 길어올리는 사랑씨앗이요 사랑열매라 한다면, 김치 한 조각 올린 밥상이더라도 아이들은 맛나게 먹어요. (4344.11.29.불.ㅎㄲㅅㄱ)


― 아빠는 뻥쟁이 (다케우치 쓰가 글·그림,임정은 옮김,학고재 펴냄,2011.6.30./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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