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24) 얄궂은 말투 90 : 휴먼 스케일의 개념


.. 평범한 단어들이지만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물리적 관점에서 ‘아늑함’은 휴먼 스케일의 개념을 내포한다. 즉, 높이, 형상 등이 일정 범위를 넘지 않아야 한다 ..  《임석재-서울, 골목길 풍경》(북하우스,2006) 7쪽

 “평범(平凡)한 단어(單語)들이지만”은 “흔한 말이지만”이나 “수수한 낱말이지만”으로 다듬고, “중요(重要)한 의미(意味)가”는 “큰 뜻이”나 “깊은 뜻이”로 다듬으며, “담겨 있다”는 “담겼다”로 다듬습니다. 통째로 다듬어 “흔한 말이지만 뜻은 깊다”처럼 적을 수 있어요.

 “물리적(物理的) 관점(觀點)에서”는 “집으로 볼 때에”를 가리킬까요. “집을 살피면”을 뜻하려나요. ‘즉(卽)’은 ‘곧’으로 손질하고, ‘형상(形象)’은 ‘모습’이나 ‘모양’으로 손질하며, ‘등(等)’은 ‘들’로 손질합니다. “일정(一定) 범위(範圍)를 넘지 않아야”는 “어느 테두리를 넘지 않아야”나 “지나치지 않아야”나 “너무 크지 않아야”로 손봅니다.

 휴먼(human) : 인간의, 인간적인, 인간미가 있는
 스케일(scale) : 일이나 계획 따위의 틀이나 범위. ‘규모’, ‘축척’, ‘크기’, ‘통’으로 순화
 내포(內包) : 어떤 성질이나 뜻 따위를 속에 품음


 책을 읽으면서 낱말 하나하나 따지지 못합니다. 잘못 쓰거나 얄궂게 쓴다 싶은 대목을 모두 헤아리면서 바로잡으려고 하다 보면 책을 못 읽습니다. 우리 말글을 바르게 쓰자고 외치는 줄거리를 담은 책조차 낱말과 말투를 옹글게 가다듬지 못하기 일쑤예요. 한국에서 나오는 책은 백 가지면 백 가지 모두 어수룩합니다. 한국말을 옳게 사랑하지 못해요. 한국글로 알맞게 추스르지 않아요.

 이른바 전문 갈래를 다룬다는 건축책이나 과학책이나 요리책은 말씀씀이가 더 모납니다. 문학책이기에 말빛을 한껏 뽐내지 못합니다. 어린이책인 만큼 말매무새 곱게 여미지 않아요.

 아무래도 이렇게 쓰든 저렇게 쓰든 ‘뜻만 알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지 싶어요. 이렇게 적든 저렇게 적든 ‘모르는 사람과 못 알아듣는 사람이 바보’인 듯 생각하기 때문이지 싶어요. 무엇보다 생각하면서 말하거나 글쓰는 사람이 매우 적기 때문이라고 느껴요.

 ‘아늑함’은 휴먼 스케일의 개념을 내포한다
→ ‘아늑함’은 사람이 살아가는 크기를 나타낸다
→ ‘아늑함’은 살아갈 만한 크기를 보여준다
→ ‘아늑함’은 사람이 살기 좋은 크기를 뜻한다
→ ‘아늑함’은 사람이 살기 알맞은 크기를 가리킨다
 …


 ‘휴먼 스케일’이란 무엇을 가리킬는지 아리송합니다. 영어사전과 국어사전을 뒤적이면서 뜻을 풀이하며 겨우 어림합니다. ‘휴먼’은 사람을 가리킬 테고, ‘스케일’은 ‘크기’를 가리킬 테며, ‘내포’는 ‘담다/나타내다’를 가리킬 테지요. 이러한 말뜻대로 풀이해서 “사람이 살아가는 크기가 얼마쯤 되는가를 뜻한다”로 적바림한 다음, 차근차근 다듬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집 크기가 얼마쯤 되는가를 따지는 일이란 ‘사람이 살기 좋은 크기’를 이야기하는 셈이니, 이러한 줄거리대로 글월을 추스릅니다.

 곧, 사람들 살림집은 살림집대로 알맞아야 합니다. 사람들 말글은 말글대로 알맞아야 합니다. 알맞게 일구는 살림살이요, 알맞게 일구는 말글입니다. 알맞게 사랑하고 알맞게 보살피며 알맞게 북돋우는 살림이면서 말글입니다. (4344.11.26.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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