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바라볼 곳
 [고흥살이 3] 마을 밥잔치



 새로 깃든 마을에 인사를 합니다. 밥잔치 조촐히 엽니다. 가까운 면에 있는 밥집으로 찾아가서 밥 한 끼니 함께 먹습니다. 밥집에서는 봉고차 한 대를 가지고 와서 마을 어르신을 태웁니다. 차 한 대로 모두 모실 수 없어 봉고차가 두 번 오갑니다.

 봉고차 오기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인형 업는 매무새로 마을 어르신들 사이에서 뛰어놉니다. 아이하고 살짝 떨어진 자리에서 아이가 노는 양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마을 빨래터요 샘터 시멘트울에 기대어 마을 너머 멧자락 내다보는 아이를 바라봅니다. 아이는 제 어버이 살아가는 터에서 제 눈 틔울 무언가를 바라볼밖에 없다고 문득 느낍니다. 아이 어버이가 도시에서 살아간다면 아이는 도시내기 눈으로 온누리를 바라보며 큽니다. 아이 어버이가 시골에서 살아간다면 아이는 시골내기 눈으로 온누리를 바라보며 커요.

 아이가 늘 자동차를 바라본다면 아이 마음에는 자동차가 크게 자리잡겠지요. 아이가 아파트나 높은건물 늘 바라본다면 아이 마음에는 아파트나 높은건물이 널찍하게 자리잡을 테고요.

 풀약 치는 흙일꾼인 어버이를 둔 아이라면 흙을 일굴 때에 풀약을 쳐야 하는 줄 마땅히 받아들이리라 느낍니다. 손으로 빨래하고 어머니 아버지가 나란히 밥을 차리는 어버이를 둔 아이라면, 어버이 삶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받아들일 테지요.

 내 눈길을 아이 눈길과 맞추어 생각합니다. 내 삶길을 아이 삶길과 맞대어 헤아립니다. 내 사랑길을 아이 사랑길에 포개어 꿈을 꿉니다. (4344.11.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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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2011-11-24 13:2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집들이를 하신거네요~~ 하하하

숲노래 2011-11-24 18:28   좋아요 0 | URL
네 그런 셈입니다 ^^

마녀고양이 2011-11-24 13:49   좋아요 0 | URL
동네 어른들께서 정말 좋아하셨겠어요...
된장님 댁 식구들이 활력소가 되는거 아닐까요? ^^

숲노래 2011-11-24 18:29   좋아요 0 | URL
다른 데에서 살던 사람들이
좋은 시골마을을 찾을 때에
이곳으로 한 분씩 옮겨 오며
살뜰한 곳으로 더 따사로이
일구는 손길을 늘리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