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ifornia on the Breadlines (Hardcover) - Dorothea Lange, Paul Taylor, and the Making of a New Deal Narrative
Jan Goggans / Univ of California Pr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사서 읽은 책은 이 <캘리포니아 어쩌고>가 아니지만, 이 사진책에 캘리포니아 모습이 적잖이 나온다. 아무튼, 도로디어 랭 사진책을 '간추린 판'이 아닌 '사진책'으로 사서 읽는다면, 사람들이 흔히 고정관념처럼 아는 사진하고는 다른 이야기를 느끼리라 믿는다. 



 사진 한 장에 담기는 사람들 삶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38] Dorothea Lange, 《Photographing the Seocnd Gold Rush》(Heyday books,1995)


 1895년에 태어나 1965년에 숨을 거둔 도로디어 랭(Dorothea Lange) 님 사진을 바탕으로 새롭게 꾸민 사진책 《Photographing the Seocnd Gold Rush》(Heyday books,1995)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이 조그마한 사진책에는 “Dorothea Lange and the Bay Area at War, 1941∼1945”라는 자그마한 이름 하나 덧붙습니다. 그러니까 1941년부터 1945년 사이에 찍은 사진이요, ‘두 번째 금광찾기’가 된다는 사진이라는 셈입니다.

 1941년부터 1945년 사이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떠했는가 돌이킵니다. 일제강점기 막바지였던 이무렵 숱한 지식인과 지성인은 친일부역을 합니다. 나로서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살지 못했으니 이때가 얼마나 어떻게 괴로우며 벅찼는가를 알 수 없습니다만, 옳으며 바른 길을 착하고 맑게 걷기란 몹시 힘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니, 옳으며 바른 길을 착하고 맑게 걷는 모든 길이 꽉 막히지 않았겠느냐 싶습니다. 멧골 깊이 들어가 조용히 흙을 일구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외딴섬 조그마한 집에서 아주 고요히 바다와 벗삼으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흙을 일구어야 먹고살 수 있던 지난날 한겨레인데, 뻔히 일본총독부한테 쌀과 곡식과 푸성귀를 빼앗길 줄 알면서도 흙을 일구어야 하는 삶에서 어떻게 견디거나 버틸 수 있었을까요. 시골사람은 창씨개명을 할밖에 없으며, 도시사람은 친일부역을 할밖에 없던 슬프며 아픈 나날이 아닌가 싶습니다. 핑계감으로 삼는 말이 아니라, 참 배고프고 외로우며 아픈 나날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1950년부터 남녘과 북녘은 총부리를 맞대며 서로 죽이고 죽는 끔찍한 짓을 저지릅니다. 왜 한겨레끼리 이토록 죽임질에 목을 매야 했는가 돌아보면 그예 슬프며 아플 뿐입니다. 그런데, 이무렵 1950년부터 몇몇 나라는 군수공장을 펑펑 돌리면서 어마어마하게 돈벌이를 합니다. 이른바 ‘무기 만들고 팔아 금광찾기’를 하는 꼴입니다.

 그러니까, 모르는 노릇이지만, 미국땅에서 1941년부터 1945년은 ‘무기 만들고 팔아 금광찾기’를 하던 나날이었다고 여길 만합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일으켜 준 전쟁 때문에 쉴새없이 ‘무기팔이’를 할 수 있었고, 미국에서는 일본이 일으켜 준 전쟁이 있기에 더욱더 힘을 내어 ‘무기장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전쟁은 누군가한테는 그야말로 죽이고 죽는 끔찍한 짓입니다. 전쟁은 누군가한테는 집도 식구도 돈도 꿈도 몽땅 날아가는 터무니없는 아픔입니다. 그러나, 전쟁은 또다른 누군가한테는 어마어마한 돈벌이입니다. 전쟁은 누군가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크나큰 훈장이나 이름값입니다.

 1941년부터 1945년 사이, 한국땅에서 마주할 수 있던 사람들 모습에서는 어떤 빛을 읽을 수 있었을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길어올릴 만하고, 어떤 웃음꽃이 피어날 만하며, 어떤 꿈이 이루어질 만한지 궁금합니다.

 1942년에도 혼인한 사람이 있겠지요. 1944년에도 태어난 아이가 있겠지요. 1943년에도 글을 배운 아이가 있겠지요. 1945년에도 예순잔치가 있겠지요.

 도로디어 랭 님 사진책 《Photographing the Seocnd Gold Rush》를 넘기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사진 밑에 붙인 ‘사진 찍은 해’가 없다면, 이 사진을 1941년 사진으로 여길는지, 1951년 사진으로 여길는지, 1961년이나 1971년이나 1981년 사진으로 여길는지 알쏭달쏭합니다. 참말 언제 찍은 사진이라 할 만할까 모르겠습니다.

 가난한 미국사람한테 1945년은 어떤 해였을까요. 가난하다가 갑작스레 살림이 편 미국사람한테 1944년은 어떤 해였을까요. 이무렵 일자리라면 아무래도 군수공장이 가장 많았으리라 보는데, 군수공장에서 일거리를 얻어 돈벌이를 하며 집식구를 먹여살리던 어버이들한테 1943년은 어떤 해였을까요.

 사진에 담기는 사람들 삶은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같은 해 다른 자리 사람들 사진은 저마다 어떤 이야기를 품을 수 있을까요. 같은 자리 다른 삶 사람들 사진은 저마다 어떤 빛과 그림자를 껴안을 수 있을까요.

 가난해도 밥을 먹습니다. 가멸차도 잠을 잡니다. 못생겨도 사랑을 합니다. 잘생겨도 헤어집니다. 집이 없어도 살림을 꾸립니다. 집이 있어도 텃밭을 못 일구곤 합니다. 돈이 없어도 웃음꽃을 활짝 피웁니다. 돈이 있어도 눈물나무만 자랍니다.

 누군가는 가난하거나 힘겹다 싶은 살림을 꾸리는 사람을 찍은 사진은 어둡거나 퀴퀴하거나 슬프거나 아파야 한다고 잘못 생각합니다. 그러면, 가멸차거나 수월하다 싶은 살림을 누리는 사람을 찍은 사진은 어떠해야 할까요. 사진은 돈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까요. 글은 돈에 따라 빛깔이 달라지나요. 노래는 돈에 따라 내음이 바뀌는가요.

 더 큰 선물보따리를 받아야 웃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밥그릇을 두서넛쯤 받아야 함박웃음으로 밥을 먹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한 사람은 밥 한 그릇이면 넉넉합니다. 하루 두어 끼니면 배부릅니다. 누구나 조그마한 밥그릇으로 조그마한 사랑을 조그마한 꿈에 담아 누립니다.

 도로디어 랭 님이 농업안정국이라는 데에 몸담으며 사진을 찍었든, 홀가분하게 당신 사진감을 찾아 사진을 찍었든, 두 갈래 사진은 그닥 다르지 않습니다. 사진에 담기는 사람들 삶이 무엇을 이야기하는가를 사진쟁이 스스로 읽을 줄 알면 됩니다. 사진에 담기는 사람들 삶이 사진기를 손에 쥔 사진쟁이한테 무엇을 보여주며 깨우치는가를 알아채면 됩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길을 닦는 사람입니다. 누군가는 사랑길을 닦을 테고, 누군가는 돈길을 닦을 테며, 누군가는 꿈길을 닦을 테지만, 누군가는 이름길을 닦겠지요. (4344.11.1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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