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iam Eggleston (Hardcover) - Democratic Camera; Photographs and Video, 1958-2008
Elisabeth Sussman / Whitney Museum of Art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윌리엄 이글스턴 사진책이 퍽 여러 가지 뜬다. 그러나 내가 가진 책만큼은 좀처럼 안 뜬다 ㅠ.ㅜ 마이리뷰로 올리고 싶어 절판된 사진책에 글을 걸친다. 빛느낌이 새삼스러운 윌리엄 이글스턴 사진책이 잘 읽힐 수 있기를 꿈꾼다. 

 



 사진이 만든 빛, 사람이 살아가는 빛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37]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 《Los Alamos》(Scalo,2003)


 사진은 빛을 만듭니다. 빛을 담는 그릇이 사진이라 할 텐데, 사진은 빛을 담으면서 스스로 빛을 만듭니다.

 사진이 만드는 빛은 억지스러울 수 있습니다. 사진이 만드는 빛은 사람들 눈으로는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사진이 만드는 빛은 더없이 눈부시거나 더할 나위 없이 고울 수 있습니다.

 사진은 빛을 붙들어매기 때문에 빛을 만들는지 모릅니다. 사진은 어느 한때에 멈추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빛을 만드는구나 하고 느낄는지 모릅니다.

 사진은 틀림없이 빛을 만듭니다. 다만,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어야 사진이 빛을 만듭니다. 사진을 찍어 나누는 사람이 있을 때에 사진 또한 빛을 만듭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제 고운 삶터에서 고운 넋으로 살아갈 때에, 사진은 시나브로 고운 빛을 만듭니다.

 밉거나 슬프거나 아픈 삶을 누리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저 스스로 모르던 빛이 있기 마련입니다. 사진은 속일 수 있으나 속일 수 없습니다. 사진은 속일 수 없으나 속일 수 있습니다. 짐짓 대단하거나 씩씩하거나 무시무시한 듯 얼굴을 내미는 사람 뒤에 깃든 보드랍거나 따사롭거나 너그러운 빛을 담을 수 있는 사진입니다. 얼핏 사랑스럽거나 예쁘거나 티없다 싶은 듯 얼굴을 보여주는 사람 언저리에 감도는 어둡거나 쓸쓸하거나 힘겨운 빛을 담을 수 있는 사진이에요.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 님 사진책 《Los Alamos》(Scalo,2003)를 읽습니다. 여느 사진쟁이들이 까망하양 필름으로 그림자 놀이에 흠뻑 빠져 허우적거릴 무렵, 윌리엄 이글스턴 님은 무지개 필름으로 무지개꿈을 누립니다. 여느 사진쟁이들이 까망하양 필름으로 까망과 하양 사이에 얼마나 많은 빛깔이 있느냐고 금긋기를 하는 동안, 윌리엄 이글스턴 님은 사람들 여느 눈으로 바라보는 여느 빛깔이 무엇인가를 들여다봅니다.

 까망하양으로 담는 사진은 무지개빛 사진하고 견주어 차분하다고들 합니다. 어수선하지 않다고들 합니다. 다큐멘터리로 알맞은 듯 여깁니다.

 사람은 무지개빛으로 이웃과 동무를 바라봅니다. 사람은 무지개빛으로 살아갑니다. 흙을 만지며 흙내음과 흙빛을 느낍니다. 밥을 먹으며 나락내와 나락빛을 느낍니다. 바람을 마시며 바람내음과 바람빛을 느낍니다. 햇살을 먹으며 햇살내와 햇살빛을 느껴요.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 님 사진책 《Los Alamos》는 하나도 대단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빛을 살피면서 사진이 만드는 빛이 무엇인가를 느끼도록 이끌 뿐입니다.

 그러니까, 지난날 사진쟁이들은 굳이 까망하양에 얽매인 채 사진빛을 헤아리지 못했다면, 오늘날 사진쟁이들은 으레 무지개빛을 다루지만 막상 사진빛을 돌아보지 못하는 이야기를 살며시 건드립니다.

 사진은 빛을 만듭니다. 사람은 살아가며 빛을 냅니다. 사진은 사람이 살아가며 내는 빛을 담습니다. 사람은 사진에 담긴 빛을 들여다보면서 저희 삶을 새삼스러이 다시 바라봅니다.

 사진은 모두 다 보여주지 않습니다. 사진은 아주 작은 점 하나를 보여줍니다. 사진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아주 작은 점 하나를 바라보면서 저마다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른 빛을 누리는 저희 삶을 넓거나 깊게 되새깁니다. 점 하나가 발판이 되어 흐름을 곱씹습니다. 점에서 점으로 이어지는 길이를 돌이킵니다. 점에서 비롯해서 점으로 돌아오는 너비를 헤아립니다.

 빛나는 삶입니다. 누구나 빛나는 삶입니다. 무엇을 찍든 빛나는 사진입니다. 이름나며 예쁘장한 모델을 찍어야 빛나는 사진이지 않습니다. 대단하거나 거룩하다는 뜻을 애써 심어야 놀라운 사진이지 않습니다.

 만듦사진은 부질없습니다. 다큐사진은 덧없습니다. 사진은 오직 사진일 때에 아름다우면서 즐겁습니다. 사진은 사람이 살아가는 빛을 사람내와 사람빛을 깨달으며 시나브로 담을 때에 비로소 사진빛을 이룹니다. 사진빛을 이루지 못한다면 사람빛을 모른다는 소리입니다. 사진꿈을 꾸지 않는다면 사람꿈하고 등졌다는 소리입니다. 사진넋이 없다면 사람넋하고 동떨어진다는 소리입니다. 사진사랑이란 사람사랑입니다. 사진이야기란 사람이야기입니다. 사진삶이란 사람삶입니다. 사진길이란 사람길입니다. 사진은 사람입니다. (4344.11.1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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