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산골학교 아이들 - 참다운 평화를 위한 길
나가쿠라 히로미 글.사진, 이영미 옮김 / 서해문집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무지개빛으로 바라보면 무지개빛 예쁜 아이
어린이가 읽는 사진책 8 : 나가쿠라 히로미, 《아프가니스탄 산골학교 아이들》(서해문집,2007)



 무지개빛으로 곱게 보듬은 사진이 담긴 《아프가니스탄 산골학교 아이들》(서해문집,2007)을 읽습니다. 일본 사진쟁이 나가쿠라 히로미 님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바자라크 멧기슭에 자리한 자그마한 학교 한 곳을 여러 해 드나듭니다. 멧골학교 아이들하고 사귀고, 멧골학교 아이들 어버이하고 만납니다. 온통 무지개빛으로 살아가는 사람들한테서 무지개빛 넋을 선물받고, 이 고운 선물을 사진 몇 장에 담아 책으로 그러모읍니다.

 사진책 《아프가니스탄 산골학교 아이들》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다큐사진을 찍는다는 분들은 으레 까망하양 사진을 즐겨찍는데, 까망하양으로 찍을 만한 사진이 틀림없이 있을 테지만, 구태여 까망하양 사진을 찍어야 한다면 왜 까망하양 사진으로 찍어야 하는가를 아주 또렷하게 살피면서 알아야 해요. 온 넋과 삶과 꿈이 무지개빛인 사람들과 보금자리를 까망하양 빛깔에서 어떻게 살리거나 살찌울 수 있는가를 환하면서 맑게 깨우친 다음 까망하양 사진을 찍어야 해요.

 사진쟁이 나가쿠라 히로미 님은 “교실에는 창문도 없고 문도 없다. 무더운 날에는 호두나무 잎을 스쳐 들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상쾌하다. 추운 날에는 휘몰아치는 매서운 바람에 온몸이 움츠러든다. 이따금 방목하는 소가 들어와 수업이 중단된다(8쪽).” 하고 말합니다. 나가쿠라 히로미 님 《아프가니스탄 산골학교 아이들》에 실린 사진에는 호두나무 잎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이 함께 깃듭니다. 추운 날 매서운 바람이 함께 서립니다.

 멧기슭에 자리한 멧골학교 아이들은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저마다 연장 하나씩 들고 맨손으로 눈을 치웁니다. 아이들이라서 집안에 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와 똑같은 일꾼입니다. 이 아이들은 학교로 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가지 않습니다. 한두 시간쯤 걸어서 찾아가고, 한두 시간쯤 걸어서 돌아옵니다. 하루에 서너 시간 가벼이 걷는데, 집에서도 늘 서서 일하고 멧자락을 탑니다. 노상 해를 바라보고, 늘 해를 머리에 입니다. 구리빛 아이들은 멧골을 흐르는 물을 떠서 마셔요. 구리빛 아이들은 멧골물을 물지게를 져서 집으로 날라요. 저희 먹을거리를 저희가 일굴 줄 알고, 저희 먹을거리를 이웃과 동무랑 살가이 나눌 줄 알아요. 그러니까, 이 모든 모습과 이야기와 삶이 《아프가니스탄 산골학교 아이들》에 차곡차곡 담기니까, 나는 이 사진책을 읽으면서 아프가니스탄 멧골짝 아이들 꿈을 조용히 그립니다.

 덧바르려 하지 않는 사진이기에 덧바르며 읽을 까닭이 없습니다. 숨기거나 감추려 하지 않는 사진이므로 숨기거나 감추듯 읽을 일이 없습니다. 무언가 그럴듯한 그림을 그리려 하지 않는 사진인 만큼 티없으면서 산뜻한 꿈결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사진이란 이렇지요. 무지개빛으로 바라보면 무지개빛으로 환하게 빛나는 웃음을 읽을 수 있어요.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눈물을 무지개빛 손길로 쓰다듬을 때에 무지개빛으로 고운 사진 하나 태어나요.

 “밀 수확이 끝나는 6월, 이어서 옥수수를 심는다. 추수로 바쁜 시기에는 아이들도 학교를 쉬고 집안일을 돕는다 … 가축을 부리고, 가래질을 하고, 잔일을 하느라 꼬질꼬질하고 갈라져 터진 아이들의 손. 그것은 다부진, 노동하는 손이다(35∼36쪽).” 하는 이야기처럼, 아이들 손은 꼬질꼬질하고 갈라져 터졌다 말할 만하지만, 어느 아이나 이와 같은 모습이에요. 그러니까, ‘꼬질꼬질한 손’이 아니라 ‘멧골짝에서 살아가는 손’이에요. 흙을 만지는 손이니까 흙빛 손이에요. 하늘과 햇살을 먹으며 살아가니까 하늘과 햇살 기운 듬뿍 밴 얼굴이에요.

 아이들 삶을 사진으로 담는 일이란, 아이들 귀여운 얼굴을 귀엽게 담는다든지 가난한 삶을 가난하게 담는 일이 아니에요. 아이들 삶을 사진으로 담는 일이란,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우는 일이에요. 아이들이랑 먹을거리 하나 나누고, 아이들이랑 품 함께 들여 일을 하고, 아이들이랑 이불조각 나누어 덮는 일이 아이들 삶을 사진으로 담는 일이에요.

 어떻게 다가서야 하는지 망설일 까닭이 없어요. 무엇을 찍어야 하나 걱정할 일이 없어요. 애써 웃음짓게 하면서 사진을 찍어야 하지 않고, 굳이 어두운 낯빛을 사진으로 담아야 하지 않아요.

 사진쟁이는 “20년 이상이나 계속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난 지 5년이 지났지만, 전쟁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전교생(170명 안팎) 중 48명이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충격이 컸다(65쪽).” 하고 말합니다. 한 집에 너덧 아이가 있다 하니까, 작은 멧골학교 아이들 집안에서 남자 어른 한 사람쯤은 전쟁통에 목숨을 잃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슬픈 아픔을 떠올리면, 아프가니스탄 멧골학교 아이들은 어둡고 퀴퀴하거나 서늘한 빛이 어린다고 여길 만하겠지요. 그러나, 어려운 이웃은 어려운 이웃대로 서로 돕고, 조금 나은 이웃은 조금 나은 대로 나누면서 살아가겠지요. 돈을 더 번대서 더 나은 삶이 아닙니다. 돈을 적게 번대서 더 나쁜 삶이 아닙니다. 사랑을 나눌 수 있을 때에 즐거운 삶입니다. 사랑을 나누지 못할 때에 괴롭거나 슬프거나 아프거나 고된 삶입니다.

 나가쿠라 히로미 님은 아프가니스탄땅에서 ‘사랑을 나누는 무지개빛 삶’을 ‘무지개빛 아이들’을 만나면서 깨닫습니다. 즐겁게 깨닫고 신나게 깨달으면서 가슴 벅차게 솟는 따사로운 이야기를 사진으로 옮깁니다. 부자 나라 일본이 가난한 나라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을 가여이 여겨 돕는 일이 아닌, 사랑어린 손길로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어깨동무하는 징검돌을 사진 한 장으로 놓습니다. 사진은 무지개가 됩니다. (4344.11.3.나무.ㅎㄲㅅㄱ)


― 아프가니스탄 산골학교 아이들 (나가쿠라 히로미 사진·글,이영미 옮김,서해문집 펴냄,2007.6.20./11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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