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0원 + 100원 + 2300원
다리품을 팔 때보다 셈틀을 켜서 누리집을 뒤적일 때에 훨씬 값이 적게 드는 온누리가 되었다. 오늘 갑자기 이와 같은 온누리가 되지는 않았다. 꽤 예전부터 온누리는 이러한 모습이다.
읍내 우체국으로 가서 책 한 권을 부쳤다. 지난주에 새로 나온 내 책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철수와영희)를 선물하려고 우체국에 들렀다. 나한테 있는 책이 몇 권 없어서 한 분한테만 선물로 부치는데, 우체국에서 봉투를 사느라 100원이 들고, 우표를 붙이느라 1560원이 든다. 읍내로 나오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려고 시골버스를 두 번 탔으니 버스삯은 1150원 곱하기 둘이라 2300원이다.
이리하여, 13000원짜리 책 하나에 글월을 적어서 선물하려고 띄우느라 들인 돈은 모두 3960원. 누리책방에 주문해서 보낼까 하다가, 내 다리품을 팔아 선물하고 싶어 우체국을 찾아가서 부치니 이렇게 된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골버스에서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내 몸을 움직여 읍내를 다녀오자면, 시골자락에서는 돈뿐 아니라 품과 겨를 또한 많이 들여야 한다. 읍내버스는 하루에 여섯 대 있다. 이때에 맞추어 바쁘게 버스역 있는 데까지 20분을 걸어가야 하고, 버스역에서 집까지 또 20분을 걸어와야 한다.
‘인터넷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터넷이 무섭다’는 생각이 앞선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길에는 할머니 두 분하고 내가 탄다. 내가 버스를 타지 않았으면 이 시골버스는 두 사람만 탔을 테고, 내가 읍내로 나가지 않았으면 시골버스는 빈차로 시골마을을 달렸겠지.
읍내에는 사람이 적고, 읍내를 오가며 볼일을 보는 사람 또한 적다. 시골은 자꾸 작아지고 도시는 자꾸 커진다. 시골에서 살던 사람들이 도시로 떠난다. 작아진 시골이지만 더 작아지고, 아주 오그라든다.
경기도 용인시는 머잖아 100만이 넘어선단다. 경기도 용인시는 시청 공무원을 400 사람 넘게 새로 뽑는단다. 음성읍사무소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열 사람이 되던가. 우리 식구 옮길 고흥군에서 고흥읍이나 도화면 공무원은 저마다 열 사람이 되려나.
충청북도 멧골자락 살림집 짐을 모두 꾸리고 전라남도 시골마을로 갈 생각이기에 한동안 내 주소가 없기 때문에 누리책방에 주문해서 책을 선물하려 했는데, 조금 더 생각해야겠다. 돈도 돈이라 할 테지만, 내가 책 하나 새로 내놓을 때에는 돈을 많이 벌겠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 살아가는 터전을 사랑하고 싶어 글을 썼고, 이 글이 모여 책 하나로 태어났다.
책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책으로 장사를 해서 돈을 벌 수 있겠지.
책은 무엇을 하는가. 돈이 있으면 커다란 책방을 열 수 있을 테고, 누리책방 알라딘은 서울 종로2가 인사동 들머리 네거리 큰길가에 큼지막한 ‘중고샵(헌책방 아닌 중고샵)’을 차릴 수 있겠지.
나는 내가 쓴 글을 엮은 책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내가 쓴 글을 그러모은 책으로 무슨 꿈과 사랑과 빛을 나누려 하는가. (4344.10.5.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