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낱말이 좋아 I LOVE 그림책
리처드 스캐리 글.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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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보다 사랑과 삶과 꿈을 배울 오늘 하루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99] 리처드 스캐리, 《와글와글 낱말이 좋아》(보물창고,2008)


 아이들은 저희랑 살가이 지내는 사람들 말씨를 찬찬히 받아먹으면서 자랍니다. 아이를 낳은 어버이가 고운 말을 쓰면 고운 말을 받아먹고, 아이를 낳은 어버이가 미운 말을 쓰면 미운 말을 받아먹습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가 사랑을 베풀면 사랑을 받아먹고,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가 미움을 베풀면 미움을 받아먹습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가 화학첨가물이 가득 든 먹을거리를 차려서 먹이면, 아이들은 화학첨가물을 가득 받아먹습니다. 아이들 어버이가 예방주사에 어떤 화학조합물이 들었는가 헤아리지 않고 맞히면, 아이들은 몸이 아프지 않아도 화학조합물 때문에 몸이 무너지거나 망가집니다.

 아이를 따사로이 돌보며 지내는 보금자리가 도시에 있으면, 아이들은 도시 내음과 빛깔과 소리를 고스란히 맞아들입니다. 아이를 포근하게 보살피며 살아가는 둥지가 시골에 있으면, 아이들은 시골 내음과 빛깔과 소리를 차근차근 맞아들입니다.

 아이들이 하는 말은 어른들이 하는 말입니다. 아이들이 먹는 밥은 어른들이 먹는 밥입니다. 아이들이 사는 집은 어른들이 사는 집입니다.

 아이들이 입는 옷은 어른들이 입는 옷이요, 아이들이 타는 자가용은 어른들이 타는 자가용이에요. 아이들이 걷는 길은 어른들이 걷는 길이며, 아이들이 만지작거리는 손전화나 손셈틀은 어른들이 만지작거리는 손전화나 손셈틀이랍니다.

 아이들한테 따로 무엇을 맞추어 주는 일은 없습니다. 어른들 스스로 즐기거나 누리거나 살아가는 그대로 아이들한테 차근차근 이어갑니다. 어른들부터 착하게 살아가는 터전을 아낄 때에 아이들은 착하게 살아가는 터전을 아낍니다. 어른들부터 참다이 어깨동무하는 벗님을 사랑할 때에 아이들은 참다이 어깨동무하는 벗님을 사랑해요. 어른들부터 아름다이 어우러지는 꿈길을 좋아할 때에 아이들 또한 아름다이 어우러지는 꿈길을 좋아해요.

 리처드 스캐리 님이 빚은 그림책 《와글와글 낱말이 좋아》(보물창고,2008)를 아이랑 읽습니다. 아이는 퍽 어린 나날부터 이 그림책을 무릎에 올려놓고 읽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한글판 《와글와글 낱말이 좋아》에 앞서 《BEST WORD BOOK EVER》를 먼저 읽었고, 《IL LIBRO DELLE PAROLE》을 읽었습니다.

 헌책방마실을 하면서 리처드 스캐리 님 그림책을 열 몇 가지 장만했거든요. 그린이가 누구인지 모르던 지난날 기꺼이 장만했는데, 영어판에다가 또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를 리처드 스캐리 님 그림책을 들추면서 ‘말은 못 알아듣’겠지만 ‘그림과 얼거리와 엮음새와 줄거리가 좋’구나 하고 느꼈어요. 나라밖 그림책 두 가지와 다른 ‘리처드 스캐리 초기 그림책 선집’ 열 권은 그림만 보면서도 포근하며 따사로운 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혼인해서 아이를 낳으면 온식구가 즐거이 펼칠 만하겠구나 하고 생각하기 앞서, 혼자 살아가던 지난날 이 그림책을 손에 쥔 내 마음이 포근하면서 따사로울 수 있었기에 기쁘게 읽었어요.

 우리 집 아이는 한글을 읽지 못합니다. 네 살 아이인 만큼 한글을 뗄 수 없습니다. 아이는 다섯 살이나 여섯 살까지도 한글을 모르리라 생각합니다. 나와 옆지기는 아이한테 구태여 한글을 일찌감치 가르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가 일곱 살이 된다 한들 아이 스스로 한글을 깨치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예닐곱 살 무렵에는 길거리 간판을 궁금히 여기면서 몇 가지 배울는지 몰라요. 말이든 글이든 아이 스스로 궁금하게 여기면서 꼭 바랄 때에 익힐 테니까요.

 무릎에 《와글와글 낱말이 좋아》를 올려놓고 펼치는 아이는 두 살 적에는 그냥 그림만 들여다보았고, 세 살 적에는 하나하나 물어 보거나 아이가 아는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이름을 외칩니다. 네 살이 된 아이는 어머니랑 아버지한테 그림마다 무엇인가를 가르치곤 합니다. 아까 읽을 때에는 듣고 익히다가도 다시 들추면 잊습니다. 용하게 잘 익혀서 아버지한테 가르치기도 하지만, 듣고 또 들어도 모르는 이름이 있어요.

 삶을 배우는 아이들입니다. 낱말이나 지식을 배우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사랑을 익히는 아이들입니다. 정보나 문화나 사회나 상식을 익히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꿈을 살찌우는 아이들입니다. 대학교나 돈이나 이름값을 살찌우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와글와글 낱말이 좋아》를 읽는 아이들은 낱말을 퍽 일찍 배우거나 익힐 수 있다 하는데, 아이들은 낱말에 앞서 낱말마다 깃든 이야기를 익힙니다. 낱말마다 서린 삶과 사랑과 꿈을 받아먹습니다. 《와글와글 낱말이 좋아》는 지식그림책이 아닌 그림책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사랑해요. 온갖 정보가 담겼다거나 영어를 배우도록 이끌어서 우리 아이가 사랑하지 않습니다. (4344.10.1.흙.ㅎㄲㅅㄱ)


― 와글와글 낱말이 좋아 (리처드 스캐리 글·그림,황윤영 옮김,보물창고 펴냄,2008.4.25./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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