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책읽기


 음성 할머니가 아이한테 옥수수를 쪄서 내준다. 옥수수는 퍽 뜨겁다. 그렇지만 아이는 이 뜨거운 옥수수자루를 거침없이 집어든다. 아뜨 아뜨 하면서도 옥수수자루를 입에 문다. 워낙 옥수수를 좋아하다 보니 뜨거운 옥수수라 하더라도 뜨거움을 견디면서 먹는다.

 뜨거운 옥수수를 맛나게 먹는 아이를 바라보는 옆지기는 이듬해에 옥수수를 많이 심어야겠다고 얘기한다. 그렇지. 아이도 옆지기도 옥수수를 잘 먹는데, 우리 텃밭에 옥수수를 잔뜩 심어야지. 새 보금자리에서 우리가 지을 텃밭을 얼마나 얻을 만한지 모르지만, 요 빈터 저 빈터에 신나게 심어야지. 겨우내 똥오줌 거름 잘 모아서 거름도 예쁘게 주어야지. 새해를 맞이해서 새롭게 옥수수를 심을 때에는 첫째 아이는 다섯 살이 될 테니까, 올해보다는 흙일을 한결 잘 거들겠지.

 아이는 아직 글을 모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더라도 아이한테 글을 가르칠 생각이 없다. 네 살이건 다섯 살이건 글을 배우기에 퍽 이르다고 느낀다. 일곱 살까지는 글을 몰라도 되고, 여덟 살이 되어도 글을 몰라도 돼. 아이 스스로 글을 배우고 싶다고 아버지 어머니한테 이야기할 때에 비로소 글을 가르치면 돼.

 글을 모르는 아이라 하지만, 호미 쥐기는 제 아버지와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배운다. 씨앗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하나씩 둘씩 집어 밭고랑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어 쏙쏙 넣고 손바닥으로 판판하게 덮는 일 또한 제 아버지와 어머니가 하는 양을 바라보면서 배운다. 아이는 흙을 일구는 이야기를 다루는 책을 읽지 않는다. 아이는 이런 책을 읽을 수조차 없다. 아이는 몸으로 배우고 삶으로 익힌다. 아이는 스스로 흙하고 하나로 얼크러지면서 흙을 돌보거나 아끼거나 사랑하는 길을 배운다.

 돌이켜보면, 자연사랑이나 환경사랑 같은 이야기는 책을 아무리 많이 읽는대서 깨닫거나 느끼거나 배울 수 없다. 도시에서 살아가며 자연사랑이나 환경사랑을 할 수 없다. 도시 일자리를 내려놓고 시골로 가야 한다. 도시에서 돈을 좀 덜 벌면서 빈터가 있는 보금자리를 찾아 텃밭을 일구어야 한다. 스스로 흙을 만지면서 하늘바라기를 할 줄 모른다면, 환경책을 천만 권 읽는들 더할 나위 없이 부질없다. (4344.9.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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